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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밥값 3천원... "도움 받은 거 갚아야지!"

여수시에서 착한 가격업소로 지정된 유진식당

등록|2012.06.21 15:09 수정|2012.06.21 15:10

▲ 정춘심 할머니가 15년째 운영하는 유진식당.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 여수시에서 착한가격 업소 인증 표찰을 받았다(20일) ⓒ 오문수



"여기 온 손님들은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여. 내가 바쁘면 자기들이 와서 차려먹어. 손님이 아니랑깨. 다 일가친척이여. 왜 밥값 안 올리냐고? 내가 힘들었을 때 남들 도움으로 이렇게 살아났어. 인자 밥묵고 살만헌깨 갚아야제."

유진식당 주인 정춘심(72) 할머니가 한 얘기다. 여수 여천의 성산공원에서 무선주공아파트 쪽으로 5백미터쯤 위로 올라가다 무선중앙교회쪽으로 방향을 틀기 직전 대로변에는 유진식당이 있다.

▲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 여수시장으로 부터 착한가격 업소 인증 표찰을 받았다. 왼쪽에서 5번째가 김충석 여수시장, 6번째 정춘심 할머니 ⓒ 여수시 공보실



여수시에서는 15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스 및 택시기사, 일용근로자, 청소부, 우체부 등 어려운 이웃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유진식당을 가격짱! 맛짱!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했다. 지난 20일 김충석 여수시장은 여수시의회 서완석 부의장, 김순빈 외식업소 지부장, 소비자단체장 등과 함께 유진식당을 방문해 '착한가격 업소 인증 표찰'을 부착했다. 

가격이 싸다고 맛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춘심 할머니는 대부분 식재료를 가까운 고향에 사는 언니들한테서 구입해 직접 만든다. 고향 엄마 같은 손맛과 정성이 이집만의 비결이다. 반찬이나 물은 셀프서비스로 운영하고 주방을 직접 관리하며 도와주는 아주머니 한 명만 두어 인건비를 최소화해 수지타산을 맞춘다. 마침 11년째 이집에서 식사를 한다는 여수여객의 김창모 기사를 만나 유진식당을 이용하는 이유를 들었다.

"글쎄요, 내 집같이 좋아요. 뭐가 부족하면 김이라도 하나 더 주고 달걀후라이도 해 주세요"

얘기하는 사이 밥이 나왔다. 열무김치, 김치찌개, 조기, 달걀후라이, 총각김치, 콩나물, 풋고추와 된장, 무채, 파래자반, 배추김치, 무려 11가지다.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밥그릇 가득 채워줘 고마워 억지로 다 먹고 있는데 " 밥 부족하면 더 묵어요"하며 권한다.

▲ 유진식당을 운영하는 정춘심 할머니 ⓒ 오문수



주인 할머니한테서 밥값을 15년째 동결하는 이유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나이 20살에 결혼했다.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결혼 10년 만에 남편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었다. 슬하에는 5살과 돌 지난 딸만 남겨뒀다.

너무 배고프고 힘들 때마다 이웃들이 나서 도와주고 아프면 병원비도 대줬다. 이제 딸들도 훌륭하게 키워놨고 집도 지어 세가 나가지 않으니 밥값도 저렴하게 할 수 있다. 할머니는 시간이 나면 어려웠을 때 도와줬던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선행을 베푼다.

▲ 유진식당의 밥상이다. 3천원인데 반찬이 11가지이다. 싸서 맛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맛짱! ⓒ 오문수



"1년을 더 할지 2년을 더 할지 모르지만 내가 그만둘 때까지는 밥값을 그대로 받을거요. 그래도 내가 안 아픈깨 허지 아프면 허겄소? 복이죠"

고추장을 담고 있으면 밥 먹으러 왔던 기사들이 휘이 저어줘서 수월하게 담는다. 그럴 때면 조그만 통에 고추장을 담아 그 기사한테 준다는 할머니의 시골인심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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