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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미안하다!"

강추위와 가뭄을 이겨내고 망사 속에서 첫수확의 기쁭를 안겨준 33알의 블루베리

등록|2012.06.24 21:13 수정|2012.06.24 21:13
작년 12월, 우리나라 최남단 구례섬진강에서 키우던 블루베리 10그루를 이곳 최북단 연천군 임진강변 동이리로 이사를 오며 가져와 키웠습니다. 남부종인 블루베리를 화분에다 그대로 키웠는데 아시는 바와 같이 이곳 연천의 겨울 날씨가 너무나 추워서 몇 번이나 땡땡 얼고 말았습니다.

실내로 들여놓았다, 현관 발코니에 놓았다가, 현관 베란다에 옮기기도 하며 블루베리는 수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요즈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는 가뭄 속에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추위와 가뭄을 견뎌내고 마침내 첫수 확의 기쁨을 안겨주고 있군요!

▲ 최남단 섬진강에서 최북단 임진강으로 이사를 와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33알의 블루베리 ⓒ 최오균


지난겨울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4년생과 3년생은 살아남았는데, 안타깝게도 가장 작은 1년생 마그노리아 3그루는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세 그루의 죽은 블루베리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나기를 기도하며 계속 물을 주고 있습니다. 글쎄요, 녀석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 지난 겨울 동사를 한 여린 블루베리 3그루 ⓒ 최오균


봄을 맞이하며 7그루의 블루베리는 꽃을 피워 주었고, 5월이 되자 열매를 맺기 시작했으며, 초하의 6월을 맞이하여 한 알씩 익어가더니 마침내 지난 6월 20일 33알의 블루베리를 첫 수확했습니다.

참으로 끈질긴 블루베리의 생명력에 갈채를 보냅니다. 구례 섬진강에서 살았던 작년에는 제법 많이 열려 여름내 아침마다 식탁에 디저트로 10~20알씩 올라와 우리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고 밥맛을 돋웠던 블루베리였습니다.

▲ 새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망사를 쓰고 있는 블루베리 ⓒ 최오균


금년에는 작년보다는 덜 열렸지만 천신만고 끝에 수확을 하게 된 블루베리를 바라보니 물을 주며 정성을 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아 그저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새들아 미안하다!"

비록 새들이 쪼아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망사를 쓰고 있지만, 블루베리는 망사 속에서 계속 익어가며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 망사 속에 갇혀 익어가는 블루베리 ⓒ 최오균


"정성을 들인 만큼 거두어들인다!"

타는 가뭄 속에서 블루베리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첫 수확을 하게 된 33알의 블루베리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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