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농사 지을지도 장담 못하는데 또 FTA라니..."
여성농민단체 기자회견 "한중FTA는 농업의 사형선고"
▲ 한-중 FTA추진 중단 전국 여성농민 기자회견에서 박점옥 여성농민회 회장 등이 쌀, 고추, 매 등의 농작물 박스를 망치로 내려치고 있다. ⓒ 조정훈
"콩을 심었는데 가물어서 나지를 않고 배 밭에는 물을 주지 않으면 배가 크질 않아요. 이렇게 농심은 타들어가는데 농민을 죽이는 한중FTA를 추진한다니 도대체 이 정부는 누구의 정부입니까?"
전남 나주에서 벼농사와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잖아도 속이 타들어가는데 한중FTA를 추진한다니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 같아 정부가 얄밉기만 하다.
박점옥 회장도 양파와 마늘 농사를 하는데 지난 봄에 양파가 남아돌아 폐기처분했다. 한중FTA가 체결되면 그나마 해오던 양파 농사도, 더이상 농사를 지을 여력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중FTA 실무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오는 7월 4, 5일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릴 한중 FTA 2차협상을 앞두고 전국여성농민총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하고 FTA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 한-중 FTA 추진 중단 전국여성농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한-칠레 FTA, 한-EU FTA, 한미FTA로 당장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몰아치는 한중FTA는 농업의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쩍쩍 벌어지는 논과 밭처럼 전국 여성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24일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공청회를 성공적인 공청회라며 거짓말로 둔갑시킨 정부가 한중FTA를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과 온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중FTA가 체결되면 값싼 중국 농산물의 수입이 처음에는 공짜로 주는 '초콜릿'처럼 맛있을지 몰라도 식량의존도를 심화시키고 국내 농업기반을 붕괴시켜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는 '칼'로 둔갑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중국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최대의 농업국"이라며 "농업생산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면 농민들에게도 피해가 많지만 국민의 건강권에도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중 한미, 한중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물건값이 싸지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100일이 지난 지금 그런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한중FTA가 체결되면 농업과 중소제조업의 타격은 불보듯 뻔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 한-중FTA추진중단 전국여성농민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이 FTA중단 팻말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전국 150만 여성농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중FTA 추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오는 8월 23일 전국의 여성농민이 서울에서 대규모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열고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중FTA 협상이 시작되는 오는 7월 4일에는 제주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FTA협상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에는 외교통상부 앞으로 이동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지난 6월 19일에는 전국 40여 농수축산 단체와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중FTA 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 "한중FTA는 한미FTA보다 농어업에 더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 하락과 중국산 저질 농수산물 수입에 따른 국민건강권, 식품안전 위협 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FTA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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