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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호박꽃 중매쟁이'가 되는 재미

벌이 사라졌다... '인공수분'을 해줘야 하는 호박

등록|2012.06.25 14:51 수정|2012.06.25 14:51
요즈음 매일 아침 일어나면 호박꽃을 보는 재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호박 밭에는 암꽃과 수꽃이 부지기수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잡초밭을 쇠스랑으로 일구어 호박을 심어 놓았는데 매일 아침 호박꽃들이 합창을 부르며 나를 유혹하고 있군요.

▲ 매일아침 부지기수로 피어나 합창을 하는 호박꽃들 ⓒ 최오균



호박꽃은 암꽃과 수꽃이 한 줄기에 따로 따로 피어납니다. 수꽃의 모양은 꽃 중앙에 하나의 꽃술을 내밀고 있고, 암꽃은 왕관 모양으로 꽃술이 여러 개 달려 있습니다.

벌 하나가 수꽃에 앉아 꿀을 열심히 빨아 먹다가 암꽃으로 옮겨갑니다. 꺼끌꺼끌한 다리에 수꽃의 꽃가루가 묻혀 암꽃에 자연 수분(受粉)을 해주고 있습니다.

▲ 벌이 암꽃을 꽃가루받이를 하고 있는 모습. ⓒ 최오균


이처럼 자연의 순리에 따라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문제는 벌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수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내 손으로 수꽃의 수술을 따서 암꽃에 인공수분을 해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매일 아침 호박꽃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지요.

▲ 호박 암꽃술은 크라운왕관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 수꽃술을 가볍게 비벼서 인공수분을 해주면 호박이 잘 큰다. ⓒ 최오균


▲ 호박 암꽃술은 호박꽃 중앙에 돌기처럼 하나가 돋아나 있다. ⓒ 최오균


호박꽃은 꽂가루받이를 제때에 해주어야 합니다. 수꽃이 오래되면 화분은 있어도 수분 능력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암꽃은 꽃이 핀 후 2~3일까지는 수분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수꽃을 꺾어서 암꽃 꽃대에 가볍게 비벼주고 있습니다. 인공수분을 위해 꺾이는 수꽃이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 여린 호박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 최오균



어쨌든 타는 가뭄 속에 매일 물을 주었더니 호박 밭에는 암꽃 밑에 수십 개의 호박이 달려 있습니다.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 성과라고 할까요? 이런 중매쟁이는 할 만하군요.

호박은 꽃이 핀 지 30~40일이 지나면 수확을 할 수 있는데, 겉이 황록색에 가까워지고 하얀 가루가 나타나면 수확할 시기입니다. 늙은 호박을 수확하려면 가을까지 그대로 두면 됩니다.

그러나 사진처럼 여릴 때 호박을 따서 된장국을 끓이면 맛이 그만이지요. 거기에 인공수분을 하면 호박이 무럭무럭 자라나니 이른 아침에 호박꽃을 중매하는 재미가 쏠쏠하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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