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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3에 '사랑해' 했더니... '애교'가 아쉽다

[현장] 갤럭시S 시리즈 2년... 삼성은 어떻게 달라졌나

등록|2012.06.25 15:18 수정|2012.06.25 17:15

▲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 S3 월드투어' 행사에서 IM담당/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S3를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오늘이 공교롭게 6월 25일이다. 갤럭시S를 처음 출시한 날도 2년 전 이날이었다."

그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도맡아온 신종균 사장 표정엔 만감이 교차했다. 2년 전 옴니아2 악몽을 떨치고 갤럭시S, 갤럭시S2, 그리고 이날 발표한 갤럭시S3에 이르기까지 험난했던 지난 여정을 돌아보는 듯했다.

갤럭시S3 한국 발표가 가장 늦은 까닭은?

삼성전자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 서초사옥에서 갤럭시S3 발표 행사를 열고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이미 5월 초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중동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제품을 출시했고 한국이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다. 갤럭시S와 갤럭시S2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 IM(IT 모바일)담당 겸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은 이날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고 시간이 걸렸다"고 했지만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실제 신 사장은 "출시 한 달 밖에 안됐지만 7월 중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국내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는 "7월 한 달에 100만 대는 족히 넘겠죠?"라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지난 2년 사이 삼성전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10년 6월 8일 애플 아이폰4와 같은 날 갤럭시S를 발표할 때만 해도 삼성은 '슈퍼 스마트폰', '슈퍼 아몰레드', '슈퍼 디자인', '슈퍼 애플리케이션' 등 아이폰에 견줘 '우수한' 스펙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 28일 발표한 갤럭시S2 역시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두 배' 빠르고 아이폰4보다 얇고 가볍다고 자랑했다. 

'슈퍼' 강조하던 삼성, '스펙 자랑' 빼고 '기능 자랑'

이날 갤럭시S3 발표 행사에서 '스펙'은 뒷전으로 밀렸다. 쿼드코어 프로세서, 4.8인치 HD 슈퍼 아몰레드, 얇은 배젤 등 '스펙 자랑'은 여전했지만 '인간 중심'을 강조한 'S보이스', '스마트 스테이'처럼 인체 공학 기능에 스펙은 묻혔다.

신 사장 역시 "갤럭시S3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기술 혁신이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기술을 위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진화했다는 것"이라는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국내 첫 쿼드코어 스마트폰임을 자랑할 법 했지만 신 사장은 "쿼드코어를 쓴 건 속도가 빨라지고 용량이 방대해진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쓰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스펙 자랑'이 없는 대신 이날 전시 부스와 발표 내용엔 '기능 자랑'이 넘쳤다. 기자들도 제품 속도나 제품 두께, 무게 같은 기기 자체보다는 다양한 기능 활용에 관심을 보였다. 가장 관심을 끈 건 역시 대화형 음성인식기능인 'S보이스'. '하이 갤럭시'하고 말을 건 뒤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사진촬영, 메모, 연락처 찾기 등 간단한 기능을 음성으로 수행할 수 있고, 날씨를 묻거나 웹 검색도 가능하다.

'S보이스'에 "사랑해요"라고 말했더니...

▲ 기자가 'S보이스'기능을 이용해서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갤럭시3S가 "사랑한다는 말은 그리 간단히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랍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 권우성


갤럭시S3 'S보이스'엔 애플 대화형 음성인식기능인 '시리'처럼 '짓궂은'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도 마련돼 있다.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사랑한다는 말은 그리 간단히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랍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갤럭시S 좋아요?"라고 묻자 "저로서는 답변해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라고 난처해 하기도 했다.

반면 이달 초 애플 WWDC 이후 공개된 '한국어 시리'는 "사랑해"라는 질문에 "아이 몰라 부끄러워요",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사이예요" 같이 다소 애교 섞인 답이 나오는 걸로 알려졌다.

손가락 까닥하기 싫은 '귀차니스트'를 겨냥한 기능들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 스테이'는 인터넷이나 전자책을 읽고 있을 때 전면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과 눈을 인식해 화면 꺼짐을 막아준다. 웹사이트 글을 읽다가 잠시 한눈을 팔았더니 화면이 곧 어두워졌고 다시 눈길을 주니 곧 밝아졌다. 마치 스마트폰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사용법'이 따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이렉트 콜' 기능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망 연결이 안 돼 직접 시험해 볼 순 없었지만 문자 송수신 화면이나 통화목록 화면을 보다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면 바로 전화를 걸어준다.

멀티태스킹도 PC에 가까워졌다. '팝업 플레이' 기능을 이용하면 동영상 화면을 작게 줄여 화면 여기저기 옮겨 붙일 수 있다. PC처럼 동영상을 보면서 웹 검색이나 문자 보내기 등 '딴짓'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콘텐츠 공유도 편하다. 카메라가 사람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그 사람 이메일이나 SNS로 사진을 보낼 수 있고(버디 포토 쉐어),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이용해 갤럭시S3 단말기끼리 스치기만 해도 사진이나 영상을 전달할 수 있다(S빔). 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올쉐어 플레이' 기능이 처음 들어갔다. 또 TV에 작은 수신 장치를 연결해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활용할 수 있는 '올쉐어 캐스트' 기능도 지원할 계획이다.        

▲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한국 갤럭시 S3 월드투어' 행사에서 도우미들이 '갤럭시S3'를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진화한 삼성전자, 자신감 못지않게 '애교'도 필요

삼성전자는 갤럭시S3 3G 모델은 이날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했고, LTE모델은 7월 중 이통 3사를 통해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두 모델은 쿼드코어 프로세서, 4.8인치 화면, 800만 화소 카메라, 2100mAh 배터리 등 기본 사양은 비슷하지만 3G 모델은 DMB 수신이 되지 않는다.

메모리 용량은 LTE 모델(기본메모리 2GB, 내장메모리 32GB)이 3G 모델(각각 1GB, 16GB)보다 2배 많은 대신 무게와 두께는 3G 모델(8.6mm, 133g)이 LTE 모델(9.0mm, 138.5g)보다 좀 더 얇고 가볍다.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3G 모델 출고가격은 90만 원대 초반이고 LTE 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2년 사이 삼성전자의 위기 대응 방식도 한층 '진화'했다. 이날 신종균 사장은 최근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갤럭시S3 발화 사건 해결책을 묻는 기자 질문에 "문제가 된 시료와 고객을 확보해 문제가 된 시료는 영국 내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하고 있고 끝나면 어떤 문제인지 알리겠다"면서도 "보도되는 것처럼 배터리 폭발은 아니다"라고 정색했다.

적어도 불리한 문제가 생기면 감추기에 급급하던 예전 삼성 모습은 아니지만 한편으론 애플 시리처럼 좀 더 '애교'있는 답변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삼성이 갤럭시S3를 통해 보여준 자신감 정도라면 이젠 그런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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