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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가축이 아니라고?

법 해석 오류로 토끼똥 처리 등 문제

등록|2012.06.26 12:29 수정|2012.06.26 12:29

▲ A씨 집과 토끼농장의 경계에 있는 도랑. 사진에서 검게 보이는 것이 토끼 똥이다. 이 도랑은 형산강 지류인 자명천과 연결돼 있고 형산강까지의 거리는 약 2.5㎞다. ⓒ 김상현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사는 A씨는 최근 자신의 집과 접해있는 토끼농장 주인 B씨과 큰 말다툼을 벌였다. 토끼 배설물 때문이었다. A씨는 농장 주인이 토끼 배설물을 형산강 지류인 자명천에 수 년간 무단방류 했다고 주장했다.

22일 현장을 찾아보니 집 뒤편 도랑 등 곳곳에서 토끼 분뇨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A씨는 "농장주가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 악취 때문에 여름철에도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장주 B씨는 "약 3천 마리 토끼가 하루에 배설하는 분뇨는 150㎏ 정도다. 요즘은 사람들이 서로 거름으로 쓰려고 가지고 가기 때문에 강에 방류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덧붙여 "돈을 들여 퇴비화 시설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항시는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정한 '가축'의 범위에 토끼, 메추리, 꿩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이 정하는 가축은 소·돼지·말·닭·젖소·오리·양·사슴·개뿐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담당자는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조치를 할 수 없다. 폐기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농장주에게 배설물 퇴비화 시설 마련을 권고했지만 그마저도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현행법상 토끼똥은 폐기물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현행법상 토끼똥은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가축분뇨는 폐기물로 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토끼똥 등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가축분뇨가 아닐 뿐더러 폐알칼리이기 때문에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법률의 취약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축분뇨 관련법이 토끼 등을 가축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들의 배설물로 퇴비를 만드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 폐기물이 근거도 없이 퇴비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관리법이 재활용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비료관리법의 공정규격 조항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관련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포항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법률대로라면 토끼똥을 폐기물로 보는 것이 맞다. 관련부처에 확인해 처리하겠다"며 "일정규모 이상의 농장에서 나오는 토끼똥 등을 가축분뇨에 포함하도록 가축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것 같다. 그래야, 토끼 사육농가도 보호할 수 있고 퇴비화 시설의 위법 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0년 현재 전국에서 사육되는 토끼는 약 25만 마리이며 메추리와 꿩은 각각 1100만 마리, 50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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