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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영화' 제작 논란... 이재오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주)드라마뱅크, 내달부터 충북권서 촬영... 올 하반기 상영

등록|2012.06.26 16:09 수정|2012.06.26 17:36
지난달 23일, 영화제작사 (주)드라마뱅크로부터 충북도청 문화예술과에 한 장의 협조공문서가 메일로 도착했다.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를 2012년 하반기 800개 관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는데 청남대 및 옥천 등지에서 진행될 원활한 영화 촬영을 위해 도의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관계자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처리... 왜 호들갑 떠는지 모르겠다"

영화 촬영 일정은 7월 중순부터 9월 말로 잡았으며, 촬영 인원은 80여 명 내외였다. 충북도 한 보좌관에 따르면 이후 공문은 곧바로 담당 국장으로부터 이시종 도지사에게 보고 되었고, 이 지사는 공문을 보며 "대선 정치용으로 쓰일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달 10일께부터 소위 '육영수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과 함께 충북도와 옥천군이 촬영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충북도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이 지사는 담당 국장에게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하라고 지시를 했는데, 왜 도정이 전국적으로 정치에 휘말리게 했느냐"였다.

현재 도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다르게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 제작 지원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색무취(無色無臭)하게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 한 보좌관은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드라마 협조 지원과는 달리,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정치적으로 예민한 영화는 특별한 지원은 없다, (충북도 드라마·영화 제작 지원 현황 참조) 청남대 촬영 협조 등 기본적인 것에서만 요청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지사의 신중한 입장과는 달리 여전히 도 문화예술과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충청리뷰>와 전화 통화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처리한 것인데, 지역 언론을 비롯해 많은 언론들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봉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론의 지적은 보지 못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만 생각하고 함몰 되어 있는 모양새다. 옥천군도 충북도의 입장과 비슷했다. 옥천군 홍보팀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영화제작사 (주)드라마뱅크로부터 협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오면 금전적 지원이 아닌 장소 협조만 제공 할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토지>와 <한지붕 세가족><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위험한 여자> 등으로 유명한 MBC 간판 드라마 작가 이홍구씨가 시나리오를 쓰고 신인 한창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육영수 여사역으로는 협조 공문 내용대로 배우 한은정씨는 일찍이 계약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역은 아직 미정이며, 육 여사 비서역으로 아이돌 스타가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6월 말까지 모든 캐스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과 관련해 영화제작비 조달과 캐스팅 확정, 이홍구 작가와 한창학 감독 등의 영화촬영 계획과 입장 등을 들어보고자 마감 당일인 26일까지 수차례 (주)드라마뱅크 사무실로 전화를 시도했으나 벨만 울릴 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 없다고 해도 대선 특수 누리려는 꼼수다"

▲ 충북도 드라마 및 영화 제작 지원 현황. ⓒ 신용철


공문에 적혀 있는 담당자 김용대 프로듀서는 <충청리뷰>와 한 전화 통화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인데,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사전 선거 운동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잘 찍어서 흥행하고 싶을 뿐이다, 요즘 하루 100통 가량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인터뷰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전화를 황급히 끊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3일, 49박 50일간의 전국 민생투어 가운데 충북도청에 들러 육영수 여사에 대한 영화 제작과 관련해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한 정가 관계자는 "영화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대선을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흥행 대박 특수를 누리려는 치사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오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대선 후보로 박근혜 의원과 이런 부분에서는 사소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본다"며 "민중당 시절에서 기득권 보수 정당으로 갈아타면서 역사와 시대정신의 통찰과 정의도 많이 무뎌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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