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KBS 새노조 "이사추천위원회 만들자"

8월 이사회 임기만료 앞두고 서둘러..."각계 후보 추천받아 내달 9일까지 방통위에 추천"

등록|2012.06.26 15:05 수정|2012.06.26 17:18

▲ KBS 새노조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이사추천위원회 제안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KBS 이사회가 오는 8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KBS 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례없는 언론사 장기 파업 상황에서 지난 7일 파업을 종료한 KBS 새노조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귀추가 주목된다.

"여야 위주의 이사회가 언론 파업 문제 불러와"

KBS 이사 추천은 새노조에서 처음 시도한다. 2003년 KBS 사장추천위원회가 3배수로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선출된 사례는 있다. 2009년 김인규 KBS 사장 선출 당시 단일노조였던 KBS 노조가 사장추천위원회를 추진했지만 임명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KBS 새노조가 이사추천위원회를 추진하는 이유는 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점 때문이다. KBS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현행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이사회는 정부·여당 측 7명, 야당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야 배분으로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는 구조상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관철될 여지가 크다.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여야 배분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친정부적 사장 선임 등의 폐해를 가져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인 KBS 이사회가 정치권력에서 독립해 공영방송을 경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사 선임 절차에서 충분한 시민 합의를 바탕으로 검증된 이사 후보가 추천되는 게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 금지를 위한 법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19대 정기국회는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KBS 이사회 공모를 이번 주에 시작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자, KBS 새노조가 이사 추천 작업을 서두르게 됐다.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KBS 새노조 파업 목표였던 '지배구조 개선'을 실현하기 위해 여야 정파 나눠먹기식의 이사진 선정부터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 공모가 마감되기 전에 이사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이사 후보를 방통위에 추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S 새노조가 추천한 후보를 방통위가 선택해야 한다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공정방송을 바라는 열망이 시민사회계에서 커지고 있는 만큼, 방통위가 인사추천위원회 물망에 오른 후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방통위, 추천 후보 무시하면 스스로 방송장악 세력임을 인정하는 것"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KBS 새노조 이사추천위원회 제안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이주영

이강택 위원장은 "100일 넘게 언론사 파업이 지속되는 상황이 말해주듯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언론·시민사회계의 열망이 크다"며 "이사추천위원회 제도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 선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방통위 스스로가 방송장악 세력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도 정책실장은 "현재 여타 공기업에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영국 공영방송인 BBC도 독립적인 선임위원회를 두고 있다"며 "KBS만 제도적 장치가 없으므로 이번 기회를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사추천위원회는 언론, 법조, 시민사회 등 각 분야별 10명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분야별로 2~3명의 후보를 받고, 공모·추천·검증 등의 과정을 거쳐 7월 중순경 후보자를 확정해 방통위에 접수할 계획이다. 김현석 위원장은 "29일부터 공모를 시작해 각 시민사회단체 추천을 받아 9일까지는 방통위에 추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업 종료 20일이 지난 KBS 새노조는 이번 주부터 보도부문의 공정성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2주 동안 노조원 복귀 문제로 바빴다"며 "앞으로는 4대강, MBC 파업 등 현안 보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