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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는 농촌마을' 농부들, 서울 나들이 나서다

[초대] 7월 5일 죽곡마을 농부들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낭송회'

등록|2012.07.02 09:07 수정|2012.07.02 09:07

▲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 고>의 책 표지. ⓒ 도서출판 강빛마을


농사짓듯 시를 짓는 농촌마을이 있다. 8살 지현이부터 올해로 89세를 맞는 김봉순 할머니까지, 마을주민들이 함께 시를 짓는 이곳은 전라남도 곡성군에 위치한 죽곡마을이다.

막걸리 먹다 달려와 꾸벅꾸벅 졸며 짓고, 고추밭 메다 흙 묻은 손으로 또박또박 쓰며 모은 죽곡마을 주민들의 시가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 고>(도서출판 강빛마을)의 책 제목은 농부 최태석 할아버지의 한시 제목이다. 책 표지모델도 그가 장식했다.

마을 시집의 구상은 2004년부터다. 당시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개관을 맞아 인터넷에 죽곡 농민회 까페가 열렸다. 까페에는 가끔이지만 농부들이 지은 시가 올라오곤 했다. 이를 본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김재형 관장은 농부들이 시를 쓴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 생각했고 "언젠가 꼭 마을 시집을 내보자"는 꿈을 갖게 됐다. 이후 2010년 전남문화예술재단의 문화 사업 공모에 "마을 시집을 만들겠다"는 지원서를 넣었고, 희소식이 들려왔다.

김 관장은 전남문화예술재단으로부터 받은 100만 원의 지원금을 가지고 '죽곡마을 시문학상'을 열었다. 평소 시 짓기를 낯설어 하던 마을 주민들이 공모소식을 듣고는 '시 짓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노인들에게까지 이어졌고, 죽곡마을에는 '시 짓기 열풍'이 불었다. 그중 최고령 지원자는 89세의 농부 김봉순 할머니다. 그의 시 '내 인생'은 가작에 당선 됐다.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이제사 돌아보니/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 이제는 몹쓸 놈의 병을 얻어/ 발 한 짝도 내디딜 수가 없네/ 방안에 앉아 하루 종일 마당 앞에 심어 놓은/ 호박 덩굴 자라나는 모습이며/ 텔레비전에서 전해주는 세상 이야기와/ 연속극을 보는 게 내 생활이 되었네/ 저 산에 해 저물어가듯이 내 인생도 저물어가네

▲ '시 짓는 마을' 죽곡마을의 주민들이다. 오손도손 정겨워 보인다. ⓒ 김재형


마을 시집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이후 죽곡마을을 알게 된 사람들이 시작(詩作)의 공간이었던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죽곡 농민회 인터넷 까페에 가입해 마을 소식을 묻기도 했다.

이 죽곡마을 농부들이 시인이 되어 서울나들이에 나선다. 장소는 성미산 마을과 이웃해 있는 <오마이뉴스> 사옥 '서교동 마당집'. 7월 5일 저녁 7시 30분 죽곡마을 시인들이 '농민, 여성 그리고 시'라는 주제로 낭송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이들의 신작이 공개되며, 작은공연도 열린다. 사옥 앞마당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의 춤 공연이 펼쳐진다.

김재형 관장은 "낭송회는 도시사람들에게 죽곡농부들의 시를 소개하고 서로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번 서울 나들이에는 죽곡마을로 귀촌한 젊은 여성 농부도 동행한다. 새내기 농부에게서 실감나는 농촌 적응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같다.

죽곡마을 낭송회는 참석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 '서교동 마당집' (☞약도 보기)
언제 : 7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주최 :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전국여성농민회, 여성환경연대
후원 : (재)전남문화예술재단, 도서출판 강빛마을
문의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02-733-5505/ 내선번호 274,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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