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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김훈' 가명으로 차명폰 사용했다

삼천포 건어물상 주인 A씨 명의...노조 "상식적으로 이해 안 돼"

등록|2012.06.29 09:24 수정|2012.06.29 09:24
김재철 MBC 사장이 1년 넘게 차명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차명폰의 명의자는 경상남도 사천의 한 수산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 사천은 김재철 사장의 고향이다. 이 지역 삼천포 초등학교를 나온 김재철 사장과 관련해 지난 4.11 총선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사장의 주민등록상 주소 역시 현재 사천으로 되어 있다.

명의자 A씨 "MBC 사장 될 때 내 이름으로 된 휴대폰 선물"  

A씨는 김재철 사장이 회장으로 있던 사천가산오광대 후원회 회원이었다. 노조 측에서 김재철 사장의 지역 조직으로 의심하는 산악회에도 몸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만나기를 거부한 A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신이 김 사장에게 차명폰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과 어릴 때부터 형 동생으로 잘 지냈고, 김 사장을 "제일 존경하는 분"이라고 표현한 A씨는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될 때 제 이름으로 된 휴대폰을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A씨는 "MBC사장 같은 자리에 가면 공개적으로 전화하는 것 말고도 따로 전화기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저희들(고향 후배들)하고 통화하거나 편하게 할 수 있게 (차명폰을) 준 것"이라고 차명폰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철 사장의 요구는 없었고, 요금납부는 매달 A씨가 했다고 한다. 그는 "친형님처럼 좋아하는 분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호텔 예약하면서 '김훈' 가명과 함께 차명폰 번호 남겨

▲ 무용가 J씨와 공동 구입·관리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복 오송신도시 H아파트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 김재철 사장의 연락처에 '2119'로 끝나는 차명폰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다. ⓒ MBC 노조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추적해온 MBC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10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강원, 대구, 울산, 진주, 창원에 있는 호텔에 투숙하면서 '김훈'이라는 가명과 함께 '2119'로 끝나는 두 개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2011년 10월까지는 010-9***-2119를, 2011년 11월부터는 010-4***-2119를 사용했다. 두  번호의 명의자는 모두 A씨다. 무용가 J씨와 공동 구입·관리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복 오송신도시 H아파트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에도 마찬가지로 '2119' 번호가 등장한다. 김 사장은 현재 두 개의 번호 모두 사용하지 않는 상태다.

'차명폰'은 타인의 동의를 얻어 명의를 빌린 것으로, 노숙자 등으로부터 돈을 주고 명의를 불법 취득한 '대포폰'과는 구분된다. 지난해 번호가 한 차례 바뀐 것에 대해 A씨는 "김재철 사장 번호가 알려져서 제가 바꿔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차명폰 사용 사실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MBC 사장이라면 회사에서 휴대폰도 주고 사용 요금도 회사에서 다 납부를 해준다"면서 "공인인 MBC 사장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전화기를 받아서 사용했다는 것도, 고향 후배가 요금을 납부해줬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김 사장이 '김훈'이라는 이름으로 호텔을 예약할 때도 차명폰 번호를 남겼는데, 공영방송 사장이 왜 직접 숙박업소를 찾아서 그것도 가명으로 예약을 하느냐"면서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J씨를 비롯해서 김 사장이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곤란한 사람들과 통화할 때 차명폰을 집중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의 차명폰 사용 사실은 알지도 못하고, 이는 김 사장의 사생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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