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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낚시성 배너광고에 과태료 정당"

소비자 유인 허위·과장광고 오픈마켓 업체 시정명령과 과태료 적법

등록|2012.06.29 19:18 수정|2012.06.29 19:18
인터넷 배너광고에 표시된 '착한 가격'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려고 배너를 클릭하면 실제 구매가격은 그보다 비싼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른바 '착한 가격'으로 '미끼'를 던져 소비자를 유인하는 '낚시 광고'다.

포털에 이런 '미끼' 배너광고를 설치한 오픈마켓 업체의 행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를 유인하는 허위·과장 광고'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오픈마켓 업체가 반발하자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소비자의 권익보장을 위해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면서 향후 오픈마켓 시장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에서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옛 이베이옥션)는 2008년 7월 네이버 초기화면에 '나이키 세일 7900원'이라는 배너를 설치해 여름용 캐쥬얼 슬리퍼(발가락 슬리퍼)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냈다.

그러나 소비자가 실제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옵션 주문을 통해 '+1만3900원'으로 표시된 부분을 선택해야 하고, 결국 2만1800원을 결재해야 그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베이코리아는 또 2008년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네이버 초기화면에 '나이키 9900'이라는 배너광고를 설치했지만, 8월 22일부터는 소비자가 배너를 클릭하면 다른 제품으로 연결될 뿐 9900원인 나이키 상품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나이키 세일 7900원' 배너광고의 경우 실제 소비지가 나이키 쪼리(발가락 신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배너광고에 표시된 7900원이 아닌 2만1800원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또한 '나이키 9900원' 배너광고의 경우 실제 상품이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린 것"이라며 "이런 배너광고를 통해 자신의 누리집 상의 여러 상품이 표시된 랜딩 화면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배너광고가 허위·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게 하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이베이코리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1000만 원의 납부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누리집에 팝업창을 띄워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라는 공표 명령도 내렸다.

그러자 이베이코리아는 "전자상거래법상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그런 허위·과장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식이 없었고,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낚시광고를 할 동기도 없었기 때문에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원심인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이베이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공표명령은 부당하다며 취소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9일 이베이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나이키 세일 7900원' 배너광고의 경우 처음부터 허위의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단지 원고가 위 배너광고를 직접 제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허위광고를 한 것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나이키 9900원' 배너광고의 경우 입점업체의 광고상품 재고 소진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정이므로,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원고로서는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하기에 앞서 입점업체가 광고상품에 대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광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광고대상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재고가 제한돼 있다는 사정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고, 나아가 실제로 재고가 소진된 경우에는 광고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고는 배너광고를 함에 있어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입점업체는 재고가 소진되자 원고에 대한 아무런 통지 없이 프로모션 이벤트 페이지나 상품상세정보 화면에서 해당 상품목록을 임의로 삭제함으로써 소비자가 더 이상 광고상품을 검색할 수 없게 됐음에도 원고가 네이버에 설치한 배너광고에는 여전히 광고상품이 그대로 표시되도록 방치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상 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 유인행위에 있어서, 사업자가 허위사실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으며, 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 유인행위에 있어서 예외적 면책사유라고 할 수 있는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의 판단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권익보장을 위해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향후 오픈마켓 시장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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