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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고 제주해녀도 왔네요"

2012년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등록|2012.07.02 10:16 수정|2012.07.02 10:16

제주 해녀이날 뭐니뭐니해도 해녀가 압권이었다. 요즘은 제주도에 가도 만나지 못하는 해녀가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제주마을에서 비행기를 타고온 그 여성은 사진 모델로도 인기였다. ⓒ 송상호


농림수산식품부와 MBC가 서울 아이들을 위해 재미난 일을 벌였다. 바로 '2012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 농어촌에 가서 신나게 놀자'다. 이 행사는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6월28일부터 7월 1일까지 3박 4일 동안 전국의 농촌체험마을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여기가 바로 시골이네

제주도에 가야 만날, 아니 요즘은 제주도에 가도 보기 힘든 해녀가 서울 행사장에 등장했다. 어떻게 왔을까. 바로 비행기 타고 왔단다. 전국 팔도 중 제일 독특한 도인 제주도.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제주 해녀가 등장해주신다.

물레방아가 돌고, 개천이 흐르고, 풀이 한들거리고, 돌다리가 놓여있고. 말만 들으면 시골 개천 같지만, 바로 실내 행사장 안이다. 행사 주최 측이 시골을 옮겨오느라 신경 좀 쓴 인테리어다. 그 돌다리를 도시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듯 건너다닌다. 건너가는 모습을 엄마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시골 안 가고도 시골 풍경이라니,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로세.

시골농장허걱, 시골 동물 농장이다. 시골 가야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 미니 동물농장. 꼬맹이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 ⓒ 송상호


행사장 안에 양 울음소리, 염소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등이 들린다. 나귀가 오가고, 개가 멀뚱멀뚱 앉아있고, 토끼가 앙증맞게 뛰어다닌다. 동물원이냐고? 천만에 말씀. 시골 동물 농장을 행사장에 옮겨왔다. 동물원에 가야, 아니 시골에나 가야 보는 동물들이 동물원 주인공처럼 잘 살고 있다. 꼬맹이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문어가 살아 움직이고, 오징어가 운동한다. 조개가 기어가고, 소라가 꿈틀댄다. 그래 맞다. 활어가 사는 수족관이다. 어촌마을에서 홍보하러 왔다. 문어와 오징어를 바로 끄집어내서 회로 팔기도 하고, 조리해서 먹기도 한다. 어촌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가 진동하는 듯하다.

한곳에선 도자기판을 돌린다고 땀이 뻘뻘. 한쪽에선 새끼를 꼰다고 사부작사부작. 나무를 깎아 살을 붙이고 이어서 예쁜 모양도 만든다. 가을 들녘에나 가야 만나는 허수아비가 아까부터 우리를 지켜본다. 허수아비는 "농어촌 축소마당에서 잘 놀다 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골개천행사 주최 측에서 신경 좀 많이 썼다. 시골 개천을 행사장 안에 옮겨 오느라. 덕분에 도시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 송상호


행사 준비한 농촌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일산 행사장과 가까운 경기도권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하루 만에 오가기 힘든 참가 마을 사람들은 고스란히 외박이다. 어떤 사람은 주최 측에서 마련해준 연수원에서, 어떤 사람은 친척집에서, 어떤 사람은 여관에서 숙박을 해결한단다.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차 타고 왔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들은 총 4일 중 2일씩 돌아가며 부스를 지킨단다. 관람객이 부스를 구경하러 왔지만, 실은 오랜 만에 육지로 나들이 나온 제주사람들이 서울사람 구경을 한다.

안성사람들이날 경기도 안성 농촌관광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안성 농촌체험마을 협의센터)에서도 체험마을을 알리러 나왔다. 왼쪽 부터 전창진 대표, 김상현 이사, 이형철 사무장이다. ⓒ 송상호


경기도 안성에서도 농촌관광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가 참가했다. 이들은 바로 천장진(대표이사), 김상현(이사), 이형철(사무장)씨 등이다. 이들은 안성 체험마을을 알리려고 4일 내내 부스를 지켰다. 안성 흰돌리마을에서 준비한 '스토리가 담긴 나만의 판화 만들기' 체험을 선보였고, 블루베리 등 안성 특산물을 판매했다.

세계 최고 학구열, 여기서도 빛나네.

우리나라 주부들의 학구열은 세계최고다. 여기서도 발휘된다. 자신의 자녀를 다양하게 체험시키려고 체험마을 팸플릿을 한 뭉치 들고 다닌다. 부스마다 거의 다 걷어온 팸플릿이다. 주부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원장쯤 되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한 남성도 팸플릿이 하나 가득이다. 자상한 아버지인가보다.

짚 공예짚공예를 가르쳐주는 아저씨도, 배우는 아이도 모두 진지하다. 농촌에 가서야 체험할 거리들을 이날만큼은 여기서도 모두 된다. ⓒ 송상호


어린이 행사라고 어린이만 있을쏘냐. 어른 반 아이 반이다. 5세 아이부터 팔순 노인들까지. 어르신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듯 건강식품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반면 주부는 시골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와 다시마, 미역 등 반찬거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아이들은 공기놀이, 각종 만들기 체험, 페인팅 체험 등 '놀거리'에 몰려다닌다. 이날 아이들에겐 사방치기가 인기다. 납작한 돌멩이 던져놓고, 칸마다 뛰어 다니는 게임 말이다. 그 아이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이 어렸을 적 했던 놀이를 행사장에서 신나게도 해댄다.

배추김치 만들기 체험, 오이소박이 만들기 체험 등도 하니 시골 가정이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치즈 만들기 체험은 어른이나 아이나 그저 신기하다. 치즈가 엿가락처럼 확 늘어나자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거기다가 이런 체험들이 대부분 무료라니. 돈 없는 아이들은 그저 신났다. 돼지고기 굽는 코너에는 어르신들에 돼지 굽는 냄새에 현혹되어 줄을 섰다.

체험삼매경한 아이가 안성흰돌리마을에서 제공한 판화 만들기 체험에 푹 빠졌다. 그 옆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는 빨리 차례가 오지 앉자 칭얼대는 듯 보인다. ⓒ 송상호


미로처럼 오밀조밀한 부스들은 '미로 찾기'를 떠올리게 한다. 위에서 바라본 행사장은 마치 도시의 야시장 같기도 하고, 소형 도시 같기도 하다. 더운 여름이고, 에어컨 하나 없는 행사장이지만, 각종 농어촌 체험으로 가득한 그곳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쨌거나 오늘 미니 농어촌에서 신나게 놀았던 이들은 올 8월에는 진짜 농어촌으로 여름휴가 떠나겠지. 오늘은 시골을 살짝 맛보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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