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은 '카다피'... 파업 99% 끝났다"
2일 '마봉춘을 위한 삼계탕 밥차' 열려... 국회개원 뒤 MBC 파업 사태 어디로
▲ 150일 넘게 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부요리정보 사이트 '82쿡(82cook.com) 회원들이 2일 오전 여의도 MBC앞에서'마봉춘(MBC)을 위한 삼계탕 밥차 응원' 행사를 열었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이 '82쿡' 회원이 건네는 전복과 인삼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받아들고 있다. ⓒ 권우성
▲ '마봉춘(MBC)을 위한 삼계탕 밥차 응원' 행사를 기획한 '82쿡'(82cook.com) 회원 '발상의 전환' ⓒ 권우성
고양이 머리띠에 네모난 TV 모양으로 된 선글라스를 낀 한 여성이 15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MBC 노조원들 앞에 섰다. 낯선 분위기 때문일까. 다섯 살 아들은 엄마에게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마이크를 든 이는 2008년 '촛불' 당시 활발한 사회참여로 이름을 알렸던 주부 커뮤니티 '82쿡 닷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닉네임 '발상의 전환'. 7월 2일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열린 '삼계탕 밥차'를 기획했다.
이날 82쿡 닷컴에서 준비한 삼계탕은 200인 분. '발상의 전환'은 "MBC 노조 조합원들에게 밥 한 끼 드리고 싶어서 모금을 했는데 어제까지 2700만 원이 모였다"면서 "시민들에게, 기다려준 시청자들에게 쪽팔리지 않도록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82쿡 닷컴 회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MBC 노조 파업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도 열었다.
김재철 사장 물러나도 풀어야 할 문제 남아
▲ 파업중인 MBC기자들이 전복과 인삼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받아들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가운데, 회사 출입문에서는 20년 이상 근무한 고참 직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82쿡' 회원이 건네는 전복과 인삼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받아들고 있다. ⓒ 권우성
▲ '82쿡' 회원들이 노조원들을 위해 후식으로 수박과 떡을 준비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달 29일 여야가 개원 합의문을 통해 "8월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하도록 협조한다"고 명시함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여야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사실상 합의했다고 보는 상황.
합의문에는 "언론 관련 청문회가 문방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도 포함되었다. 노조는 이날 "김재철 사장은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같은 날 특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에 의해 적법한 절차로 선임된 사장이며, 임기는 2014년 2월"이라면서 "방문진 이사들이 8월에 새로 구성된다고 해도 2014년까지 보장된 사장의 임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사는 협상을 재개했으나, 대화는 20분 만에 끝났다.
'삼계탕 시식'을 앞두고 열린 사내집회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99% 끝난 거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 위원장은 "8월에 새로운 방문진 이사가 구성되면 김재철 사장은 들려나갈 것"이라면서 김재철 사장을 카다피에 비유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중동 민주화 혁명 이후 나토군의 공습을 피해 달아났지만, 결국 생포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어 "파업을 어떻게 접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우리 투쟁의 종결점은 프로그램이 MBC 답게 바뀌었을 때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82쿡 닷컴 회원들을 향해 "평생 잊지 못할 삼계탕이 될 것"이라면서 "가슴에 담겠다"고 강조했다.
▲ 전복과 인삼이 듬뿍 담긴 삼계탕을 받기 위해 MBC노조원들이 밥차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 서현진 아나운서가 '82쿡' 회원이 건네는 전복과 인삼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받아들고 있다. ⓒ 권우성
▲ 노조원들에게 제공할 삼계탕이 밥차에서 끓고 있는 동안 '82쿡'회원들이 'MBC 정상화를 위한 마봉춘 바자회'에 내놓을 어린이 장난감을 가져오고 있다. ⓒ 권우성
▲ MBC앞에서 'MBC 정상화를 위한 마봉춘 바자회'가 함께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여야가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 징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간 징계자는 117명, 해고자만 8명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지역 MBC 노조 집행부 53명이 인사위에 회부되었다. 파업 기간 동안 채용된 경력기자들의 거취도 골칫거리다. 파업 기간 동안 사측은 70여 명의 경력기자를 채용했고, 30여 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새로운 방문진이 구성된다 하더라도,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의 구조가 계속되는 한 '또 다른 김재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사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2일 사측은 지난달 20일 해고한 최승호 PD 등 징계자 12명에 대한 재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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