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러브콜' 거절한 김부겸 "정치는 결국 걸레가 되는 것"
[인터뷰] '대구 남자' 김부겸의 꿈... "대선 야권지지율 25% 만들겠다"
▲ 4.11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던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 40% 지지율로 대구에서 야당도 가능하다는 길을 보여준 김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복수의 후보캠프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이 가장 강한 지역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야권의 몫을 키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 합쳐 20% 못 미쳤다. 이번 대선에선 5% 더 얻겠다. 박근혜의 아성, 대구. 한번에 함락 못 시킨다. 다만, 논리와 정책으로 대구의 미래를 놓고 설득하겠다. 언제까지 속 없이 남들 박수 친다고 따라 칠 것인가 차분하게 설득할 것이다."
양복을 입은 50대 남자가 우산도 없이 손가락만 한 굵기의 빗줄기를 맞고 서 있었다.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선 게다. 그는 12년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의정활동을 폈던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12년간 의전에 꽤 익숙해졌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검정색 노트북 가방을 메고 택시를 잡는 모습이 한편으론 신선했다. 다시 '정치의 초심'으로 돌아간 건가 갸우뚱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행했다. 그리고 낙선했다. 그가 얻은 지지율은 40%다. 놀라운 숫자다. 대구에서 야당도 가능하다는 길을 보여준 셈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온갖 후보캠프에서 모두 '러브 콜'을 받았다. 그러나, 거절했다. 왜 거절했을까. 김 전 의원은 3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솔직하게 고백했다.
"대구엔 당비 내는 민주당원 숫자가 1000명 수준이다. 대구에서 맹주 노릇하던 이강철 전 수석도 특정 캠프로 들어갔다. 나마저 어떤 후보를 위해 뛰면 본선은 누가 챙기나. 정작 중요한 건 본선 아닌가. 대구에서 본선을 준비해야 한다. 대구에선 민주당이 통합진보당보다 못한 수준이다. 편하게 누구에게 줄 설 상황이 아니다."
대구에서 새로 쓰는 야당 역사를 만들어보겠다고 작정한 격이다. '대구의 맹주' 박근혜를 꺾을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당찬 결의도 밝혔다. 박근혜와 맞서는 순간 지역정치에서 살아남는 정치인이 없다는 편견과 공식도 깨겠다고 했다. 그 첫 도전은 12월 대선이다. 목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보다 5% 높게 잡았다. 야권후보 지지율 25%. 김부겸의 올 대선 대구의 목표다. 그런 결심에 비해 민주통합당과 야권의 현실은 깜깜하다.
그는 "아무리 박근혜를 향해 유신의 딸이라 공격해도 그는 별로 아프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의 최대 약점은 소통과 엄격한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은 MB 때문에 엄격한 리더십에 완전히 질려 있다"며 "박 의원이 벗어나고픈 이미지도 바로 그 점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국민이 진정 원하는 리더십은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의원을 꺾을 야권의 1위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안 원장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무소속으로는 어렵고 민주당과 함께 간다면 적어도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구체적 상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 표가 모자라니 안 원장이 좀 나서달라는 식은 안 된다"며 "안 원장이 정치세력을 만들려면 민주당과 합의해 당을 새로 만들어도 된다, 연립정부 약속 없이 무조건 안철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고 제정구 전 의원의 말을 빌어 "정치는 결국 걸레가 되는 것"이라며 "자신은 더러워지더라도 세상이 조금씩 닦인다면 좋다, 그 각오를 하고 덤벼야 한다, 우아한 인격 등을 다 던져서라도 구해야 할 가치와 아젠다, 국민이 있다면 역사적 대의에 복무하며 헌신해야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는 "노무현과 같은 다이내믹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만고만한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구도로는 결국 2부리그 수준밖에 못 만들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총선패배 후 민주통합당의 빅3(문재인·손학규·김두관) 대선후보의 캠프 합류 제안을 모두 거절한 이유도 밝혔다. 집까지 찾아온 손학규 전 대표에게는 '같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천형 아닌 천형이 시너지를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더 낼 것이라고, 문재인 의원에게는 손 전 대표도 거절하면서 문 선배 도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김두관 지사를 돕고 있는 이강철 전 수석에게는 '대구는 누가 지키냐'며 거절의 뜻을 각각 밝혔다고 말했다.
오로지 올 대선을 앞두고 대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에게 맞설 지역민심을 25%까지 끌어올리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규정했다. 특정캠프에 합류하는 순간 대구에서 본선을 치를 장수가 없어진다고 본 것이다. 본선을 지휘할 장수가 특정 후보캠프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간곡한 뜻이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총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의 모든 정치적 판단이 과도하게 수도권 젊은 층에게 경도돼 있다"며 "우리의 원 에너지는 민중이며 진정한 권력은 풀뿌리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의 삶에 감동 주는 절박한 정책이나 아젠다를 발굴하지 못한 채 시건방을 떨기 시작했다"며 "쌈빡한 것만 찾는데 그것이 민중의 본질적 삶을 대체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답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주5일 삼겹살에 소주 먹는 정치인, 그리고 대구의 미래
- 총선 이후 주로 무엇을 하며 지냈나.
"대구에 갑자기 내려갔기 때문에 지금은 주로 선거 때 신세 진 분들에게 인사드리는 중이다. 예전엔 전화만 했는데 이젠 직접 만나 선거 때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또 내가 대구라는 사회를 잘 모르는 것도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도 나눈다. 선거 때는 한 5kg 살이 빠졌는데 도로 5kg 쪘다. 아무래도 주 5회 정도 삼겹살에 소주 먹은 탓 아닐까?"
- 3선 의원이지만 낙선한 상황인데, 술값은 누가 내나.
"형편 괜찮은 사람에겐 얻어먹고 아니면 내가 산다. 삼겹살에 소주가 제일 싸니까."
- 일각에선 생계형 정치인 김부겸의 생계를 걱정하던데.
"금년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내년엔…. 집사람이 작은 가게를 하기 때문에 밥은 먹을 수 있다. 다만 나는 뭘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어설프게 사업 같은 데 투자하기도 그렇고… 걱정이다. 선거보전비용으로 일단 빚 1억5000만 원은 조기상환했다. 그 외에 따로 빚 진 건 없다. 괜찮다."
-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했지만 대구에선 졌다. 왜 졌다고 생각하나.
"내가 대구에 갈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딴 건 차치하더라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대구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최소한의 분노나 자구책, 뭐 이런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오랜 관행적 선거행태가 강했다. 뭔가 변해야 한다는 당위엔 공감했지만, 그래도 연말 대선 박근혜씨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구시민들에게 강했다는 건가.
"내가 뭔가 변화를 설득해서 이들이 귀를 기울일 만하면 이런 말이 돌았다. '박근혜가 위험하다.' 사람들이 조금씩 흔들리다가도 박근혜 말만 나오면 도로 파도가 잠잠해졌다. 3개월은 내가 대구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대구경제가 전국에서 꼴찌다. 일자리도 없다. 대구에 변화가 필요한데, 여전히 김부겸은 박근혜 당선에 가장 해가 될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가정에게 계신 분들을 설득하는 게 참 힘들었다."
- 대구에서 졌는데 패배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내리 3선을 하는 동안 나는 지방이 이렇게 피폐해졌는지 몰랐다. 그저 '경제적으로 수도권보다 좀 어렵겠지' 정도였다. 그런데 사회경제는 물론 문화, 의식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이 거덜 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홍신자니 아무개니 전위예술가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떠났다. 예술 해서 먹고살 수 없으니까.
대구엔 그 흔해빠진 피아노학원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못다 이룬 꿈 자식 통해 보상받으려면 무조건 국영수 위주로 학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구에 내려가지 않았다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사실들을 계속 알게 된다. 생각보다 지방은 심각하다. 대구 사람들에게도 가슴 속 멍이 있다. 대구가 그 정도인데 경북은 오죽할까, 더 처절한 삶이 있겠다 싶다."
- 지방균형발전에 대해 퍽 공감하는 것 같은데.
"노무현과 그 정권이 하려고 했던 지역균형발전이 정말 정치적 슬로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혔다. 한쪽은 경쟁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지고, 또 다른 한쪽은 이미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열패감으로 살 수밖에 없다면 그건 잘못된 나라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화국의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 계급계층으로 나뉘어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지역까지 아예 규정이 돼버린다면 세상에 그런 비극이 또 어디 있겠나."
- 정치인 김부겸이 규정하는 대구는 어떤 곳인가.
"대구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자부심이 있다. 첫째, 민족사의 중요한 고비 때마다 무언가 역할을 했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또 산업화의 주역이었다는 자존심도 매우 강하다. 현실은 대구를 대표하는 산업이 몰락했지만, 또 지역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그 문제점을 뚫고 나갈 전망을 상실한지 꽤 됐지만, 마음 한 켠 절망감이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오기로 버틴다고 할까. 정치적으로는 죽든 살든 한 세력에게 올인 하고 있다. 이런 것들로 대한민국 전체 흐름에서 매우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은 시작된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과감히 투표로 바꾸자, 이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 박근혜 의원이 대구 지역발전에 어떤 업적이 있나.
"없다. 박근혜 의원 대 대구시민은 스타와 팬클럽 관계다. 팬클럽이 되면 무슨 일이든 예쁘고 고맙게 보이는 법이다. 대구 사람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고마운 존재고, 그 내외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데 대한 연민이 강하다. 따라서 그 핏줄인 박근혜 의원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위기다. 또 하나는 지역구도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는 과장된 허상의 확신이랄까 그런 게 굳어져 있다."
- 보수색채가 상당히 강한 지역 같은데, 야당 정치인 김부겸은 과연 살아낼 수 있을까.
"뭔가 계기가 있으면 변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될 거라고 본다. 현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로 내가 득표한 40%다. 본인들 입으로도 새누리당 찍어줘봐야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것 잘 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굴 찍냐, 묻는다. 한때는 자민련도 찍어보고 무소속도 찍어봤지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호남당이다 이런 편향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민주당의 정치행태가 자신들과 잘 안 맞다고 생각한다. 좀 무책임해보이고 등등. 내가 결국 이 지역에서 민주당에 대한 인식, 정치풍토 이런 걸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구사람들도 선뜻 민주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졌다. 안 진다는 판세분석이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든 게 아닐까.
"나는 민주당이 이간다고 생각 안 했다. 계속 경고했다. 최고위원회의 회의록을 참고해보시라.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은 51 : 49로 보수 우위의 사회다. 보수 대 진보의 지형은 사실 계급계층적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 이걸 흔들 만한 계기가 없으면 안 바뀐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노인 폄하발언이 판을 복원시켰다. 그 정도로 보수정치층은 단단하다. 그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민주당)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해 걱정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니까 박 의원은 신장개업을 빨리 서둘렀다. 이명박 세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그 프레임을 놓쳐버렸다. 우린 안일했고 저쪽은 공천과정의 테마까지 있었다. 우린 그저 사회 소수자 정도였지만 그쪽은 아주 구체적으로 이주여성, 탈북자(비례대표 공천-편집자주)라는 테마가 있었다."
- 친노가 수장이었던 민주당의 리더십 문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나.
"선거는 한 사람과 한 세력의 문제가 아닌데도 야권연대로 1 : 1구도만 짜지면 이길 것이라는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가장 절박한 시대정신을 던지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감동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야권연대가 정치권의 정치공학엔 매우 중요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는 뭐가 절박했나? 감동도 없었다."
민주당, 언제부터 수도권 엘리트 정당 됐나
▲ 4.11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던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 40% 지지율로 대구에서 야당도 가능하다는 길을 보여준 김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복수의 후보캠프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이 점점 수도권 엘리트 정당으로 바뀌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하나.
"모든 정치적 판단에서 과도하게 수도권 젊은 층에게 경도돼 있었다. 민주당의 원 에너지는 민중에게 있다. 진정한 권력은 풀뿌리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버렸다. 민주당이 시건방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의 삶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절박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공연히 젊은이들에게 먹히는 것, '쌈빡한' 것을 찾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민중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절박한 아젠다와 비교하면 무게가 상당히 떨어진다. 마치 그런 트렌드가 민중의 본질적 삶을 대체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대선구도도 마찬가지다. 현재 민주당 안에서 거론되는 후보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답을 내놔야 한다."
- 이대로 민주당이 대선을 치른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무조건 환골탈태해야 한다. 뼈를 깎는 각오로 변화해야 한다. 당이 당장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후보들이라도 민중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를 놓고 당원과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함께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망한다. 테마 하나 섹시하게 잡는다고 대선에서 이긴다고? 역대 대선 중 작은 테마로 선거결과가 뒤집어진 적은 없다. 이회창이 김대업 병풍 한 방으로 쓰러졌다? 천만의 말씀! 당시 한나라당도 우리가 시대정신에 패배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의 삶에 뿌리를 둔 절박성을 갖으라고. 자기 입맛에 맞는 아젠다만 고르지 말고."
- 12월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전망한다면?
"우선 치열하게 붙어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처럼 고만고만한 이들의 각축장이 돼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 후보 모두 내공이 상당한 분들이다. 아직 워밍업 단계라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놓고 보면 그저 이명박 정부 비판에 박근혜 폄하 정도로 출마의 변을 대신하고 있다. 그걸로 되겠나? 그것만 듣고 사람들이 자기들의 절박함을 해결해줄 지도자라고 생각할까?"
-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로부터 모두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걸로 안다. 사실인가. 왜 몽땅 거절했나.
"대구엔 민주당 당원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입당원서도 거의 안 낸다. 당비 내는 진성당원이 1000명 수준밖에 안 된다. 대구에서 민주당 맹주 노릇을 하던 이강철 전 수석도 특정 후보의 캠프로 합류했다. 나마저 어떤 후보 캠프로 들어가면 대구는 사분오열 된다. 그건 막아야 한다. 몇 되지도 않는 대구에서 그마저 사분오열 해버리면 누가 추스려 본선을 뛸 것인가. 그래서 우리 대구지역 정치인들은 나와 대구시당 위원장 정도는 가능하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서로 상처가 덜 나도록 경쟁하자고 했다. 본선을 준비할 때는 그야말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판단한다. 대구에서 민주당은 통합진보당보다 못한 수준이다. 통합진보당은 노조가 있으니까 민주당보다 낫다. 편하게 누구에게 줄 서고 그럴 상황이 못 된다."
- 손학규 전 대표가 직접 집으로까지 찾아와 부탁했다는데, 진짜 거절했나.
"대구 강연 전날 오셨다. 상가에 조문 갔다 늦게 들어갔는데 앉아 계시더라.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였다. 솔직히 손학규 전 대표가 계속 공격 받는 포인트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이다. 나도 한나라당 출신이다. 물론 DJ 분당 때문이지만, 그래도 우리 둘 다 한나라당에서 건너왔다는 것 때문에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게 아니라 계속 상처가 난다.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거꾸로 내 사정도 좀 이해해달라고 했다. 전화는 계속 온다."
- 문재인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뿌리친 직접적 이유는 무엇인가.
"그 캠프의 좌장이 한완상 부총리인데, 이 분은 내 고등학교 선배 겸 은사다. 이분이 날더러 자꾸 같이 좀 하자고 하는데,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일 좀 같이 하자고 했을 뿐이다. 손 대표도 그렇고 내 사정도 그렇고, 솔직히 내가 손 대표에게도 그랬는데 그 와중에 문재인 의원 돕는 게 꼴이 우습지 않냐고 했다. 누군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면 그분을 떠메고 대구경북에서 뛸 텐테 그렇게 양해하자고 했다."
-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김두관 캠프에 합류하면서 마치 함께할 것처럼 얘기해 굉장히 화를 냈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
"이강철 수석에게는 내가 정말 신세를 많이 졌다. 내가 그분의 중학교, 운동권, 정치권 후배다. 워낙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니까 당연히 내가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 하니까 섭섭하셨겠지. 나와 이강철 수석이 모두 김두관 캠프에서 뛰면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대구에서 또 쪼개진다. 우리는 갈라지면 진짜 힘들다."
손학규·문재인·김두관 모두 거절한 까닭
- 올 대선 정치인 김부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규정하나.
"예선 끝나고 본선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에너지와 정책, 인적 배치를 전부 집중할 것이다. 대구경북은 상대편이 가장 강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 몫을 키울 것이다. 상대방에게 위협적 요소가 되도록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 합쳐서 얻은 표가 20%가 안 됐다. 우린 5%씩만 더 얻자 하고 있다."
- 박근혜의 아성 대구에서 가능한 일일까?
"한꺼번에 함락시킬 힘은 없다. 여러 성문 중 어느 하나라도 우리가 부셔보자는 것이다. 네거티브로 가능할까? 아니라고 본다. 논리와 정책으로 대구의 미래를 놓고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 의원을 둘러싼 세력이 과연 대구시민들의 삶에 보탬이 될까, 언제까지 속 없이 박수만 치는 투표를 계속할 것이냐, 차분하게 설득할 것이다. 대통령선거의 본질로 접근할 것이다. 당신의 운명에 관한 선택인데 딴 사람이 박수 친다고 덩달아 박수만 칠 거냐고."
- 대구에서 박근혜와 맞짱 뜰 생각이 있나. 어떻게 각을 세울 것인가.
"박근혜 시대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맞짱 뜰 각오가 돼 있다. 상대가 날카로운 칼을 준비했다면 우리는 활을 준비할 것이다. 이 전투를 용이하게 이끌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연일 박근혜 개인에 대한 욕설을 하면서 각을 세우는데 과연 그것을 박근혜 의원이 아파할까? 그 점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 '유신의 딸을 강조해 비판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가.
"유신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유신이냐?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박근혜 의원에게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박 의원은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해온 정치인이다. 자꾸 박정희의 딸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는 이 점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박근혜 의원이 '자식이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나요?' 이렇게 나오면 그때 민주당은 뭐라고 공격할 것인가. (박근혜의) 개인적 한계는 어차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오겠지만 이미 그런 것들은 2007년 대선 때 굳은살이 박힌 점들이다. 그걸로는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
- 민주통합당이 경선준비를 하고 있지만 흥행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논다. 안철수 원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예비경선 성격이 짙을 것 같은데, 민주당의 경선, 어떻게 치러져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하나.
"그야말로 2부 리그가 된다는 얘긴데, 이해찬 지도부가 그걸 잘 해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거다."
- 안철수 원장은 아직도 정치를 할지말지 결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현 단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저 정도로 안 된다. 사람이 결기에 차 있어야 한다. 내 몸을 잔다르크처럼 조국을 위해 던진다, 동지들을 규합하자,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박근혜 의원은 이미 그런 모습을 두세 차례 보여줬다. 정말 안 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이 짐을 진다는 것은 이 시대 백면선생으로서 결코 서고 싶지 않은 무대였지만 고독한 자기결단으로 이걸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됐다, 뭐 이런 정도로 나와야 한다. 상황 좋으면 거저 먹겠다는 식으로 정치해선 안 된다."
- 안 원장이 이 판국에 민주당에 입당하겠나.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고 제정구 의원이 빈민운동하다 정치권으로 들어왔을 때 이런 말씀을 했다. 정치는 결국 걸레가 되는 거다. 자기 자신은 뛰어들어 더러워지더라도 그만큼 세상이 조금씩 닦인다면 그 각오를 하고 덤비는 게 정치다. 아름다운 이미지, 우아한 인격, 이런 걸 다 던지더라도 뭔가 구해야 할 가치와 아젠다, 국민이 있다면 역사적 대의에 복무하면서 헌신하는 것도 감동이 된다. 이 시대정신에 복무하겠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만나려면...연립정부 약속해야"
▲ 4.11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던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 40% 지지율로 대구에서 야당도 가능하다는 길을 보여준 김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복수의 후보캠프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과 안 원장이 만난다면 어느 선에서 만날 수 있겠나.
"안 원장이 후보가 되면 무소속으로 될까? 안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간다면 적어도 무슨 연립정부를 구성한다거나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 표가 모자르니 안 원장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걸로 될까? 최소한 정당정치를 우리 스스로 걷어차서는 안 된다. 우리가 비록 존경은 못 받아도 헌법적 가치가 있으니 아무리 침 뱉는 사람 있어도 민주당이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가 안철수 원장에게 들어와라 마라 할 수 없지만, 안 원장이 정치세력을 만들려면 민주당과 합의해 당을 새로 만들어도 된다. 연립정부 약속 없이 무조건 안철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
- 연립정부 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면?
"좋지. 그런데 이런 걸 잘 봐야 한다. 새누리당 다 합치면 40% 안철수 25% 민주당 25% 진보정당 10% 이 정도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판의 주도권을 쥐면 우리 쪽은 따라가겠지만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는 깨진다. 그렇게 되면 여전히 전체적인 한국의 미래를 놓고 싸우는 싸움은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쪽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원장이 선택할 것이다. 우리와 연대해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정치세력화 하든지 결정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안철수 원장을 지원하는 세력이 현실정치와 정당을 너무 쉽게 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비여비야 층. 우리가 잘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우리 후보들끼리 서로 발목 잡고 있는 형국이니 참 답답하다."
- 세 명의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적임자인가.
"그런 거 나한테 묻지 마라. 다만 우리 후보들 모두 노무현의 다이내믹스를 좀 배웠으면 좋겠다. 자기 몸속의 에너지를 뽑아내야 한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지나가다 누군가 걸인에게 침 뱉는 광경을 보면 바로 육두문자를 쏘는, 그런 게 있다. 몸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민중과의 연대의식? 그런 걸 좀 보여줘야 한다."
- 현재와 같은 정치구도라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동의하나. 박근혜 후보의 최대 약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의원의 최대 약점은 결국 소통과 엄격한 리더십의 문제 아닐까 싶다. 우리 국민은 엄격한 리더십에 완전히 질렸다. 박근혜 의원이 벗어나고픈 이미지도 바로 그 점일 것이다.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리더십.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 상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조직에서든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왜 우리 국민들은 안철수 원장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반면교사가 있다. 독선적이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이다. 그런데 그걸로 박 의원이 아파하지 않는다. 안 원장은 청년들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정의를 말하면서 끝까지 청년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그런 것이 박근혜 의원에게는 앞으로 제일 힘든 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대구에서 '제정구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제정구가 내게 던진 정치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상대를 치지 말고 부추겨세워 정치적 입지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대구 같은 척박한 땅에서는 몸을 많이 굴려야 한다. 그래서 완고하고 딱딱한 대구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싸가지 없이 말 바꾸고 대책 없는 정당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 그 메시지를 행동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다. 나는 이미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했다. 그럼 많이 해먹은 것 아닌가? 하하."
- 끝으로 하고픈 말은?
"시대정신은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쉽게 사그라들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민주당이 시대정신을 정확히 꿰뚫고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현세의 판세만 보고 비관적일 필요도 없고 막연하게 선거공학만 믿고 야권단일화를 안일하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 진보진영의 부족한 면을 민중의 편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처음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는 진지함을 보면 거기서부터 변화와 반전의 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6개월은 길다. 지난 총선 때 당에서 하도 50일 남겨두고 원내 제1당이 되면 뭘 하겠다고 하길래 제발 그러지 말자고 했다. 6개월은 민심이 움직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촐싹대지 말고 길게 보자. 우리에겐 시간이 무려 6개월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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