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너무 늦었어... 모가 살아나려나 몰라"
30년 경력의 농사꾼 김종명씨, 가뭄 앞에 무릎 꿇다
▲ 30년 경력의 농사꾼 김종명씨도 가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을 공급하기 힘든 천수답에 때늦은 모내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리 물을 퍼 넣어도 갈라진 논에 물이 차지 않는다. 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물을 퍼 날랐지만, 마른 논은 물을 흡수만 할 뿐 좀처럼 고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6월 29일, 그는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뿌리도 제대로 못내리고, 곁가지도 뻗어나오지 못한 채 타들어 가는 논을 바라보는 심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끔찍했다.
▲ 6월22일 김종명씨는 남들보다 한 달이나 늦은 모내기를 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그의 입술은 갈라지고 있는 논바닥 처럼 타들어가 허옇게 부르트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이나 내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장마철로 접어든다고 하는데... 이제는 하루가 아닌 단 몇 시간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몇 방울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더 빨리 내려 줬으면 좋겠다."
그의 바람은 너무도 간절했다. 그러나 이날도 역시 저녁 늦은 시간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러다 해가 저물며 한두 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단비였다. 밤새 비가 내렸다. 논의 상황은 좀 나아 졌을까. 지난 6월 30일 그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단비인데, 비가 너무 늦었다. 모가 살아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먹을 것을 생산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다. 각종 농기계가 만들어 지면서 농업환경은 20~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일년 농사를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날씨다. 그래서 나를 좌절시킨다. 앞으로 농사지을 일이 정말 걱정이다."
6월 30일 이후로 또 다시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농촌 들녘의 곡식들은 또 다시 목말라 하고 있다. 7월 4일 다시 전화를 걸었다. 김종명씨는 이렇게 답했다.
"몇 포기나 살아서, 벼 구실을 하려나 모르지만, 올해 날씨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농사짓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 때 늦은 모내기에 물이 풍족해도 벼들의 생육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가뭄이 계속되자 뿌리도 줄기도 마음껏 뻗지 못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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