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말 거는데 어떻게 시인이 안 되겠는가
[인터뷰] 첫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출간한 전영관 시인
가거라 내 언어들아 세상 속으로
부유하며 전하고 침잠하며 경청하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너희들 자리는 이제 지우고 나는
새로운 죄를 지으려
시만 쓰고 산다.
- 전영관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자서' 중에서-
자기소개란에 자신의 절반을 주저없이 '식물성' 이라고 적어놓는 시인 전영관. 2007년 토지문학상에서 2008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당선,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 등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심지어 2006년 부드러운 칼 이라는 칼럼집도 낸 그. 이번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바람으로 가득한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세계사)를 출간했다. 그 힘들다는 문단 계, 게다가 장사도 되지 않는 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는 나에게 성격 까칠하지만 끊임없이 갈망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애인과 같다. 거창하게 이야기 하자면 나에게 시는 최초이자 최후다. 나 같은 경우에는 모든 사물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무가. 자동차가. 말을 시키는데 활자로 안 풀면 신병에 걸려서 끙끙 앓듯이 나도 그렇게 앓는다. 그래서 시를 쓰게 된 것 같다."
-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청소년 시절부터 가졌던 꿈에 대한 결과물이다. 살아오면서 각인 되었던 여러 기억들 중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아버지와 노동과 가족사의 서늘한 부분들을 먼저 꺼낸 셈이니 비망록의 초고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생활인의 이야기들이니 읽는 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되고 만약 개인사를 통해 우리 삶을 관통하는 흐름을 짚어본다면 시인된 입장에서 뿌듯하겠다. 독특한 것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내 이야기만 같은 부분에서 울컥하는 게 우리들 정서 아니겠는가?"
-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책은 5월말에 나왔는데 본격적으로 서점이나 온라인 판매상에 깔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세계사라는 출판사만 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고 내 시집이 세계사시인선 150번째 권인데도 서점에 가보면 제대로 정렬되어있지도 않다. 아마 그것이 현재 시라는 장르의 현주소인것 같다. 물론 베스트셀러는 얘기가 다르지만 (웃음) 아무튼 그런 열악한 상황 때문에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 속상하다. 하지만 이제 첫 시집이고 이제 시작이다. 나는 한권 한권 낼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시인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 우리나라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우리나라라는 전제를 한 이유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질문에 이미 "힘들죠?"라는 심사가 들어있는 거 같다. 맞다. 힘들다. 무척. 하지만 우리나라로 한정하지 않고 어디서건 시인으로 산다는 거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고통 받거나 자신의 문학적 방향이나 성취, 표현욕구 등등으로 힘들지 않은 예술가가 있었을까. 나 같은 경우는 시만 쓰고 살고 싶다는 것은 소망이지만 현재 생업과 시의 간극은 지구와 달 정도로 멀다. 그 간극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왕복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고 시의 세계에 침잠해 있을 때는 가끔 얼빠진 사람이 되기도 한다."
- 시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 시어가 번뜩 떠오르면 어디다 메모하나?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다. 소재가 중요하지만 그걸 강조하면 소재주의에 빠지게 되고 형식에 매이게 된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에 천착하려 노력한다. 결국 사유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모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다. 수첩은 항상 가지고 다니고 내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자주 이용한다."
- 시인은 어떤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지?
"(웃음) 이제 첫 시집 냈는데 문학관은 무슨 문학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뭐냐고 물으면 좋겠구먼. 글쎄 새타령 꽃타령하는 서정적인 시와 참여하며 위안하는 시의 중간지점을 추구하고 있다. 힘든 시절이니까. 현재 대한민국에 시인들은 같이 단식하거나 아니면 그걸 몰라라 하고 진수성찬을 들면서 현실과 겉돌거나 하는 식으로 너무 갈라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번 첫 시집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물어보니 그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줄곧 보이던 소년의 웃음을 거두고 이내 '막상 출간 되고나니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아직 10점 모자라다.' 고 말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더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 그래서 자기검열에서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단 있게 말하는 천상시인 전영관의 모습에 문단 계에 '흥행' 이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의 예술의 그 자존감을 지키고 그 언어를 조탁하는 예술가들의 명맥이 가늘게나마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부유하며 전하고 침잠하며 경청하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너희들 자리는 이제 지우고 나는
새로운 죄를 지으려
시만 쓰고 산다.
- 전영관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자서' 중에서-
▲ 시인 전영관전영관 ⓒ 서민호
자기소개란에 자신의 절반을 주저없이 '식물성' 이라고 적어놓는 시인 전영관. 2007년 토지문학상에서 2008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당선,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 등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심지어 2006년 부드러운 칼 이라는 칼럼집도 낸 그. 이번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바람으로 가득한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세계사)를 출간했다. 그 힘들다는 문단 계, 게다가 장사도 되지 않는 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는 나에게 성격 까칠하지만 끊임없이 갈망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애인과 같다. 거창하게 이야기 하자면 나에게 시는 최초이자 최후다. 나 같은 경우에는 모든 사물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무가. 자동차가. 말을 시키는데 활자로 안 풀면 신병에 걸려서 끙끙 앓듯이 나도 그렇게 앓는다. 그래서 시를 쓰게 된 것 같다."
▲ 바람의전입신고바람의전입신고 ⓒ 서민호
-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청소년 시절부터 가졌던 꿈에 대한 결과물이다. 살아오면서 각인 되었던 여러 기억들 중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아버지와 노동과 가족사의 서늘한 부분들을 먼저 꺼낸 셈이니 비망록의 초고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생활인의 이야기들이니 읽는 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되고 만약 개인사를 통해 우리 삶을 관통하는 흐름을 짚어본다면 시인된 입장에서 뿌듯하겠다. 독특한 것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내 이야기만 같은 부분에서 울컥하는 게 우리들 정서 아니겠는가?"
-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책은 5월말에 나왔는데 본격적으로 서점이나 온라인 판매상에 깔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세계사라는 출판사만 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고 내 시집이 세계사시인선 150번째 권인데도 서점에 가보면 제대로 정렬되어있지도 않다. 아마 그것이 현재 시라는 장르의 현주소인것 같다. 물론 베스트셀러는 얘기가 다르지만 (웃음) 아무튼 그런 열악한 상황 때문에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 속상하다. 하지만 이제 첫 시집이고 이제 시작이다. 나는 한권 한권 낼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시인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 전영관전영관 ⓒ 서민호
- 우리나라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우리나라라는 전제를 한 이유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질문에 이미 "힘들죠?"라는 심사가 들어있는 거 같다. 맞다. 힘들다. 무척. 하지만 우리나라로 한정하지 않고 어디서건 시인으로 산다는 거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고통 받거나 자신의 문학적 방향이나 성취, 표현욕구 등등으로 힘들지 않은 예술가가 있었을까. 나 같은 경우는 시만 쓰고 살고 싶다는 것은 소망이지만 현재 생업과 시의 간극은 지구와 달 정도로 멀다. 그 간극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왕복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고 시의 세계에 침잠해 있을 때는 가끔 얼빠진 사람이 되기도 한다."
- 시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 시어가 번뜩 떠오르면 어디다 메모하나?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다. 소재가 중요하지만 그걸 강조하면 소재주의에 빠지게 되고 형식에 매이게 된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에 천착하려 노력한다. 결국 사유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모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다. 수첩은 항상 가지고 다니고 내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자주 이용한다."
- 시인은 어떤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지?
"(웃음) 이제 첫 시집 냈는데 문학관은 무슨 문학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뭐냐고 물으면 좋겠구먼. 글쎄 새타령 꽃타령하는 서정적인 시와 참여하며 위안하는 시의 중간지점을 추구하고 있다. 힘든 시절이니까. 현재 대한민국에 시인들은 같이 단식하거나 아니면 그걸 몰라라 하고 진수성찬을 들면서 현실과 겉돌거나 하는 식으로 너무 갈라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번 첫 시집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물어보니 그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줄곧 보이던 소년의 웃음을 거두고 이내 '막상 출간 되고나니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아직 10점 모자라다.' 고 말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더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 그래서 자기검열에서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단 있게 말하는 천상시인 전영관의 모습에 문단 계에 '흥행' 이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의 예술의 그 자존감을 지키고 그 언어를 조탁하는 예술가들의 명맥이 가늘게나마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 바람의 전입신고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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