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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나물, 떡으로도 먹을 수 있네?

건강한 내음이 가득한 떡... 군침이 돕니다

등록|2012.07.06 13:56 수정|2012.07.06 14:02

▲ 떡 백화점 "옛날 전설" 전경 ⓒ 이종득


지난 봄부터였다. 홍천군 북방면 농협을 지나다보면 눈에 띄는 2층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더니 간판이 붙었다. '옛날전설'이었다. 지나다니면서 뭐지 싶었다. 현수막이 내걸렸다. 읍내 시장 통에 있던 낙원떡집이 이전한 것이었다. 홍천에서는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었다.

그런데 떡 방앗간이 아니라 떡 백화점이란다. 게다가 이름까지 떡집이 아니라 '옛날 전설'이라니. 새로운 발상이었다. 낙원떡집에서 만든 떡을 아내가 명절이 아니어도 가끔 사가지고 와 먹으면서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가 봤다. 이번에는 아내에게 떡을 사다주고 싶어서였다면 듣기 좋은 말이고, 호기심 때문이었다.

떡 방앗간보다 떡 카페가 어울리는 떡집

실내로 들어가니, 이건 정말 내 머릿속에 항상 담겨 있던 떡 방앗간이 아니었다. 떡이 예쁜 포장지에 담겨 진열돼 있었다. 작업실이 투명한 유리를 통해 훤하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카페처럼 테이블도 있었다. 시장 통에 있던 그런 떡집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떡 카페라는 생각이 금방 떠올랐다.  

여름철이라 진열되어 있는 떡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수리취떡과 경단이 눈에 얼른 들어왔다. 그것을 들고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왜 이렇게 비싸요?"
"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수리취나물로만 떡을 만들어서 좀 비싼 편입니다."
"아, 그래요."

솔직히 살까말까 망설였다. 홍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유기농 농사 쉽지 않은 만큼 비싼데, 떡을 만들면서 그 비싼 유기농재배 수리취나물을 정말 쓸까 싶었다.

"그런가요? 그럼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떡 백화점 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나는 "유기농 수리취나물로 떡을 만드신다면 취재를 해보고 싶은데 협조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럼요. 저희는 고맙죠."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떡 백화점 주인은 박주성(52)·방주희(50) 부부였다. 남편은 전북 고창이 고향이고, 부인은 인근 횡성이 고향이다. 홍천은 1995년에 순전히 떡 방앗간을 하기 위해서 찾아온 곳이었다. 의정부에서 살던 부부가 가게세가 싼 곳을 찾다보니 오게 된 곳이 홍천이었다. 그리고 홍천에서 떡 방앗간을 하다 보니 10여 년 전부터 수리취나물을 알게 되었고, 떡을 만들 수 있었단다.

무농약 유기농인증을 받은 수리취나물

▲ 떡 백화점 내부 모습 ⓒ 이종득


떡 백화점 '옛날 전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은 수리취나물로 만든 인절미와 경단이다. 그래서 사장과 수리취나물을 유기농으로 계약 재배를 한다는 내촌면 광암리 '백우산 산나물농원'으로 직접 찾아갔다.

읍내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가보니 해발 600미터 고지에 있는 마을이었다. 농작물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부로부터 인증도 받았단다. 동네 주변 밭 여기저기에 취나물이 심어져 있었고, 그날 마침 아주머니들이 취나물밭에서 풀매기작업을 하고 있었다.

밭을 살펴보니 어설픈 농사꾼 행세를 몇 해 해본 나는 이곳이 농약을 쓰지 않는 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떡 백화점 '옛날 전설'은 그곳에서 떡에 쓰는 수리취나물을 전량 공급받고 있었다.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떡 백화점 사장에게 다시 부탁했다.

"떡 만드는 장면을 취재할 수 있나요?"
"지금은 여름철이라, 비수기거든요. 그래서 많이 만들지 않아요. 그런데 마침 내일 주문받은 게 있어서 만들어야 합니다."

수리취나물 경단 개발해 수출하는 게 목표

▲ 해발 600고지에서 무농약 노지 재배하는 수리취나물 ⓒ 이종득


▲ 해발 600고지에서 취나물밭의 풀매기를 하는 아주머니들 ⓒ 이종득


다음 날 오전 10시, 유기농으로 재배한 수리취나물로 떡을 만드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수리취나물로 만드는 인절미는 재료가 간단했다. 전라남도 함양에서 사오는 쌀과 홍천 광암리에서 재배하는 수리취나물, 그리고 천염소금과 참기름 대신 사용하는 밀납(토종꿀을 생산하고 남은 벌집을 삶아 응고했다가 들기름과 함께 다시 삶아 만든 재료)이 전부였다. 밀납은 방부 효과도 있지만 떡끼리 달라붙는 것도 막아주고, 건강에도 좋은 기능이 있다고 한다.

광암리 '백우산 산나물농원'에서 수리취나물은 6월부터 생산돼 초가을까지 수확한다. 수확한 수리취나물을 삶아 냉동 보관했다가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떡쌀도 전라남도 함양에서 주문해 사용하는 이유도 따로 있었다.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주고, 떡의 색깔이 곱게 나오는데 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 떡쌀과 천염 소금, 그리고 수리취를 넣고 섞는 장면 ⓒ 이종득


▲ 절구질하는 장면 ⓒ 이종득


▲ 절구질을 마친 후 절단 작업을 하는 부부 ⓒ 이종득


떡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수리취나물을 삶아 말렸다가 잘고 고르게 만들어두고, 떡쌀을 찐다. 찐 떡쌀에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기계를 이용해 섞는다. 그러고는 수리취나물을 넣어 골고루 섞이도록 다시 기계를 돌린다. 다음은 절구질을 25분 정도하고, 떡의 두께로 펼친다. 그런 다음 식으면 적당한 크기로 절단한다. 이렇게 하면 완성이다.

떡이 완성되기까지 중요한 것은 쌀을 쪄서 절구질을 하는 동안의 온도 유지다. 떡을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쌀을 씻고, 수리취나물을 삶아 말리고, 곱게 빠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옛날 전설'의 떡 백화점 아니, 떡 카페 주인 부부는 행복해보였다. 어린시절 부모가 돌아가시고, 혼자 세상살이를 시작해 20대 후반에 떡 기술을 배웠다는 박주성 사장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떡만 만들어 온 장인이었다. 가게 얻을 돈이 없어 홍천까지 들어와 떡집을 시작해 두 자녀를 키웠고, 이제는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수리취나물을 이용한 건강 기능 떡을 만들어 수출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떡 백화점 "옛날 전설" 주인 부부가 떡을 만들어 시식을 하고 있는 장면 ⓒ 이종득


현재는 산채나물을 연구하는 강원대학교 한상섭 교수와 인연이 닿아 식품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주성 사장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리취 경단을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리취나물 성분 및 효능

▲ 수분79.1%, 단백질3.9%, 지질0.2%, 당질13%, 회분2.1, 섬유소1.7%로 이뤄져 있다.
▲ 무기물 중에서는 칼슘 함량이 가장 많다.
▲ 각종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발암 물질의 활동을 억제 한다.
▲ 한방에서는 수리취를 종창, 부창, 지혈, 이뇨, 방광염등에 사용했다.
▲ 섬유질이 많아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격주로 발행되는 홍천희망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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