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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각오로 탈당... 새누리당 입당 밀약 없었다"

[인터뷰] 민주통합당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한 박현배 안양시의회 의장

등록|2012.07.07 15:33 수정|2012.07.07 15:33

▲ 박현배 안양시의장 ⓒ 안양시의회

박현배 안양시의회 의장은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의장으로 당선했다.

박 의장이 탈당하기 전까지 안양시의회의 다수당은 민주통합당이었다. 전체 22명의 시의원 가운데 11명이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던 것. 반면 새누리당은 9명에 그쳐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이 시의장으로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탈당한 박 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민주통합당은 상반기 의회에 의장을 포함한 4개의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해, 새누리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박 의장의 탈당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새누리당 이재선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으며, 민주통합당은 상임위원장마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6일 현재, 안양시의회는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박 의장은 왜 민주통합당을 탈당했는지, 입당을 전제로 새누리당 쪽의 지원을 받은 건 아닌지 소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일 박현배 의장을 의장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새누리당 입당 밀약은 없었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장은 "시민을 위한 일에는 박수를 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시정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박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 민주통합당에서 탈당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안양시의회 2년을 되돌아보니 지금 구도로는 앞으로 2년이 참으로 암울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구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안양시의회가 살아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시민들에게 믿음 주고, 또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서민들 입장에서 의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안양시의회에) 서민뿐 아니라 안양 시민도 없었다."

- 안양시의회가 그동안 어땠기에, 구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나?
"언제부턴가 시정 개혁은 실종되기 시작했고, 시의회도 방향을 잃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집행부(안양시) 안에 대해서 반대하면 비협조자로 몰고 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욕먹을 각오하고 탈당했다. 시의회 본연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이렇게 하면 전반기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 의장이 되려고 탈당했다는 추측이 있다. 꼭 의장을 하려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의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때문에 의장 자리가 욕심나서 탈당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선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선관위를 만든다든가 하는 일이다. 경선 룰을 주장하니까 나중에 (민주통합당에서) 하기는 했지만 졸속이라고 느껴졌다. 때문에 공정한 경선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탈당하면서 의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나?
"확신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지난 2년 간 재선 의원으로서 나름대로 소신껏 일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객관적으로 평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저와 함께 출마한 나머지 두 분(민주통합당 문수곤 의원, 새누리당 곽해동 의원) 모두 훌륭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두 분보다 젊은 저를 통해 의회와 지역사회를 바꾸려는 열망이 있었다고 본다."

"자치단체장 정당 공천도 폐지해야"

-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 때문에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집행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은 정당 정치를 하기 때문에 현재 구도에서 정당정치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려면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또한 자치 단체장 정당 공천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롭게 정책 추진도 하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정당 공천제 폐해는 잘 알다시피 집행부에 대해서 거수기 역할 등을 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과제지만 정당 공천제를 빠른 시일 내에 없애야 된다고 생각한다."

- 최대호 시장의 지난 2년의 시정 평가를 냉정하게 한다면?
"기업을 유치해서 건전한 재정 만들겠다고 노력한 부분은 평가 받아야 한다고 본다. 또 열심히 하려는 열정은 높이 산다. 다만 국철 1호선 지하화 공약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구간을 지하화 하려면 7~8개 지자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정도면 대선 후보 공약이다. 지금이라도 할 수 없는 공약은 과감하게 포기 한 후, 시민들에게 '죄송합니다' 해야 한다. 대신 할 수 있는 사업을 과감히 하면 된다.

최 시장에게 큰 사업 하지 말고 각 동에서 필요한 조그만 사업들 많이 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시장들은 큰 건물 지어서 자기 실적으로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작은 사업에 신경 쓰고 소외계층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면 좋겠다."

-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잃었다.(민주 10, 새누리 9, 무소속 2, 통합진보 1) 하반기 최대호 시장 시정이 방향키를 잃고 흔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의회와 갈등도 예견된다.
"의정 활동은 의원들 소신에 따라서 한다. 의사결정 할 때 거수(다수결 결정)를 지향하고 충분한 합의에 의해서 결정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의원님들이 충분히 자기 역량 있기 때문에 큰 염려는 하지 않는다.

시장이 하고 싶은 정책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초당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조정자를 넘어서 박수 치고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보여주기 위한 일이라면, 시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면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

"특정정당 입당 안 해, 무소속으로 임기 마무리 할 것"

- 예상을 뒤엎고 의장에 당선되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지지를 한 것으로 안다. 새누리당에서 박 의원을 지지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입당 밀약설도 있다.
"밀약은 없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특정 정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다. 끝까지 무소속으로 갈 것이다. 우리 의원들은 역량 있는 분들이다. 안양시의회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지지해 줬다고 본다. 밀약 같은 것 때문에 지지한 것은 아니다."

- 그래도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밀었다는 것은 뜻밖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를 뽑아야 좀 더 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원님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 의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의회를 잘 이끌고 싶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 또 학습하는 의회, 소통하는 의회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다른 것은 줄이더라도 의원들 의정 활동 할 수 있도록 예산 분석실을 설치하고 싶다. 또 예결 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만들어 365일 예산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현재 지방자치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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