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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줄만 보지말고 선택 잘하자  공짜로 먹으려 해선 통일 절대 안 온다"

[현장] <새로운 100년> 마지막 북콘서트... 법륜스님 "각성한 주권자가 되라"

등록|2012.07.10 09:57 수정|2012.07.10 12:55

▲ 법륜스님이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서 즉문즉설 명쾌한 답변으로 청중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 남소연


"올해 연말 선택 잘해야 한다. 기준을 정확히 잡아줘야 한다. 지역이나 진보·보수 줄 선 데만 보지 말고 이 문제에 있어 누가 한 발 더 나아가 있냐를 봐야 한다. '투표 날 바쁘다', '그놈도 저놈도 밉다'는 등 주권자가 소극적이어선 통일이 올 수 없다."

법륜스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9일 오후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린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가슴 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의 마지막 '즉문즉설' 답변이었다. 지난달 15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17일), 광주(27일), 울산(30일), 대전(7월 3일), 부산(7월 4일)을 찍고 전국순회 북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자리였기에 더욱 울림이 컸다.

우연찮게도 질문자 역시 6월 15일 첫 북콘서트 당시 질문을 했던 이였다. 그는 "스님 말씀대로 학생들에게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횡단 철도가 놓이고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줬는데 학생들은 일주일만에 그 꿈을 잊었다"며 "북콘서트가 끝나는 지금, 저희는 이 장소를 떠나 어떻게 하면 통일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법륜스님은 "각성된 주권자로서 움직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북한 2000만 동포가 먹을 게 없어서 굶고 있고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는데 남한의 지도자는 이 아픈 얘기에 대해 절절해하는가, 북한 지도부에 어떤 양보를 하더라도 그들을 살려내고자 하는가"라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라도 인도적 지원만큼은 재개하라고 요구하라"고 말했다.

이어, "성경의 가르침을 보더라도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이 비크리스찬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강력한 항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생긴다"며 "각성된 시민이 행동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우와 극좌, 비난하지만 그들은 얼마나 행동하나. 중간에 있는 점잖은 사람. 술집에 앉아서 뒷담화만 해서 어떻게 역사가 바뀌느냐 필요하면 집회도 참여하고 돈도 내고 인터넷서 욕하는 사람 있으면 '욕하지마'라고 수도 없이 올려줘야 한다. 그런데 너무 점잖다. 공짜로 먹으려 한다."

마지막 질의응답이 끝난 뒤에도 청중들의 손은 계속 올라갔다. 곳곳에서 "여기요"라고 스님의 답을 청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성장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으로 전환하려면..."

법륜스님은 이날 북콘서트에서도 "때가 왔다"며 2012년 현재 남북통일의 적기가 왔음을 강조했다. "남한은 이전 시대보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주적 역량이 커지고 있고 북한은 자주적 역량이 쇠퇴하며 중국의 영향권에 들고 있다"며 "남한이 통일의 주도세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통일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또 "분단상태가 지속되면 또다시 100년 동안 (한반도가) 강대국의 하위변수, 미·중의 갈등 속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님은 특히, "남한 국민과 지도자에게 통일을 이루겠단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남한 안의 견해차를 통합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각계각층의 요구를 수용해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인터뷰 당시 '성장의 리더십' 사람이 새롭게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여쭸더니 기본적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답하셨다, 왜 그런가"라고 물었을 땐 '인간 본연의 한계'와 '집단으로서의 정치'를 거론했다.

법륜스님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이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건 자기가 평생 살아온 사고체계가 그렇기 때문에 사물 자체가 그렇게 비치는 것"이라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하지 않나"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굳어진 사고체계가 있기에 '변화'가 어렵단 얘기였다. 무엇보다 법륜스님은 "개인이 변화·전환하는 건 가능할 수 있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집단이 돼 있다"며 "그래서 성경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고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되려면 죽었다 깨어날 정도의 자기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일부 정치세력이 '이름을 바꾼다', '정책을 바꾼다'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같이 부정적으로 보면 모양새를 바꾸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인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집권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서 법륜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대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특별손님으로 초대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가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법륜스님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희망이 없느냐"란 청중의 질문엔 "개인에게는 희망이 있다, 차선책으로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 어느 집단에게 통합의 능력이 있냐는 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어떤 사람, 어떤 정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보가 집권하더라도 보수를 껴안고 보수가 집권하더라도 진보를 껴안는, 그렇게 양극화 해소와 통일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가져야 한다"며 "49 대 51로 싸워봤자 집권 후 바로 레임덕이 발생하고 경쟁이 일어난다, 반쪽의 지지를 갖고 이기더라도 이긴 뒤에는 우리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에 있어 북핵문제가 난제 아니냐"는 질문에는 "핵포기를 먼저 한 뒤에나 통일을 얘기하겠다면 통일은 요원해지는 것"이라며 "통일이 북한의 핵포기보다 쉽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님은 "북한 스스로 중국에 자신을 위탁하는 경우, 핵은 포기하겠지만 통일은 어려워진다"며 "핵확산방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1차적으로 응급치료를 해놓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핵의 완전폐기만 강조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면서 "6자 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상의 수단으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지막 북콘서트는 대성황이었다. 사람들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줄서서 입장을 기다렸고 문화관 내 1, 2층 내 마련된 1600개의 좌석은 금세 만석이 됐다. 좌석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통로에 앉아서 벽에 기대 서서 법륜스님의 얘기를 들었다.

특별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조국 서울대 교수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조국 교수는 "법륜스님을 차기 정부의 국가정보원장감으로 생각한다"며 "국정원의 대북파트가 망가진 상황에서 스님이 오히려 국정원보다 더 많이 북한의 사정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끊어버렸고 그 정책은 민(民)으로 이어져서 법륜스님을 통해 나타난 것 같다"며 "법륜식 통일정책이야말로 통일로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10~20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한 분이 법륜스님"이라며 자신을 '법륜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경제적 관점에서만 통일을 생각했는데 스님을 뵙고 말씀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름 한 마디 한다는 사람이 (통일에 대한) 역사인식이나 소양면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며 "굉장히 부끄러웠고 '가슴 뛰는 상상 혹은 기대'를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작은 영웅 못되더라도 작은 불쏘시개가 되겠습니다"

조 교수와 박 원장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 역시 법륜스님의 말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서 법륜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대담하고 있다. ⓒ 남소연


강연 직후 만 원을 선뜻 꺼내 모금함에 넣은 정혜경(50)씨는 "대학시절 남북분단에 대해 잠시 고민한 적 있지만 이후 생활인으로 지내며 무관심해졌는데 각성의 기회가 된 것 같다"며 "북콘서트를 들으며 피가 끓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실 이 정도 대규모 강의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줄 몰랐다"며 "스님 말처럼 작은 영웅은 되지 못하더라도 '작은 불쏘시개'라도 되겠단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 아들과 함께 북콘서트를 관람한 윤세형(49)씨는 쉽게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통일이 되야겠구나, (통일에 대해) 정말 많이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시야가 넓어졌다, 누가 해주겠지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행동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아무개(21)씨는 "현재 나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자기 삶의 문제에 파묻혀 있는데 의무감으로 느껴지는 통일이슈를 어떻게 받아 안느냐는 고민이 있었다"며 "그런데 스님이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작은 행동이라도 하라, 시대의 흐름을 보고 그 방향에 서 있으라고 하신 말씀이 굉장히 와 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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