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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죠? 얼마나 아플지는 생각해보셨나요

분재, 그 참을 수 없는 아픔

등록|2012.07.11 10:02 수정|2012.07.11 10:02

▲ 눈으로 보기에는 참 좋지만. 곰솔은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 김동수




사람은 자기 손길이 가면 자연만물도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강에 콘크리트를 처바르고, 산에 길을 만들고, 심지어 갯벌을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지난 월요일(9일) 전라남도에 있는 한 섬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분재공원'을 만났습니다.

꽃이나 나무 따위를 화분에 심어서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을 분재라고 합니다. 비싼 것은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분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 나라 곳곳에 분재공원이 참 많이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꾸며진 분재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저는 분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자연 그대로 있었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었을 것이고, 자기가 꾸미고 싶은 그대로 꾸몄을 것인데, 그렇지 못합니다.

▲ 원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야 하는데 옆으로 자랄 수 밖에 없습니다. ⓒ 김동수


나무는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데, 사람이 왼쪽으로 가라 하면 왼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냥 쭉쭉 뻗고 싶은데 칭칭 감아 돌리면 칭칭 감겨야 합니다. 어떤 때는 철사줄에 매달려야 합니다. 철사줄을 칭칭 감아 놓은 어린 나무가지들을 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결국 사람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어린 생명을 몇 년 동안이나 철사줄로 감아 둡니다.

▲ 인공못, 인공섬 그리고 분재 ⓒ 김동수



인공못에 인공섬 그리고 분재입니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가 아닙니다. 자연은 사람이 손이 가면 갈수록 생명성을 잃어버립니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나무가 애처롭습니다. 저 소나무가 태어난 곳은 어디일까요? 사람만 고향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나무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그리울 것입니다. 자신이 맨 처음 뿌리를 내렸던 곳에서 자랐다면 더 많이 자랐을 것이고, 지금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랐을 것입니다.

▲ 자라고 싶어도 마음대로 자랄 수 없는 아픔 ⓒ 김동수

150년 된 나무가 있습니다. 2012년을 살아가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오래 살았습니다. 150년 동안 살면서 비바람을 이겨냈고, 추위와 더위를 이겨냈습니다. 꿋꿋하게 살아왔습니다. 50년도 살지 못한 사람으로서 만약 저 나무가 산에 있었다면, 사람 손길을 타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궁금했습니다.

▲ 150년을 산 나무. 2012년을 살아가는 그 어떤 사람보다 오래살았지만 이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 김동수




물론 분재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재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철사줄을 칭칭 감고 뒤틀어 사람이 보기에 무조건 멋지고 아름답게만 가꾸려 하지 말고, 조금 더 나무가 자라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재, '참을 수 없는 아픔'임은 분명합니다.

▲ 자연에서 몸을 칭칭 감았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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