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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족보가 있나?

[서평]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를 읽고

등록|2012.07.12 20:32 수정|2012.07.12 20:32
신문과 잡지 등에서 음식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윤덕노씨가 쓴, 음식 기원에 관한 책이다. 책 내용은 전반적으로 동서양 음식 중 특징적인 것을 몇 가지 정해서 이것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중 순대를 다룬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익히 생각하듯 순대는 주로 거리에서 파는 음식이란 고정관념이 있다. 때문에 족보도 없이 그저 태어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이러한 순대가 우리나라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아시아 사람 대다수가 순대를 먹는다고 한다. 게다가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하던 고급요리라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인류 역사와 함께 먹어온 순대는 동물 창자에 고기와 야채, 피를 채워 넣어서 양념을 해 보관하던 음식이었다. 이것이 동양에서는 순대, 서양에서는 소시지가 됐다 .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에서는 '훌륭한 요리로 곱창과 순대를 준비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요리로 순대가 그 기능을 다했다는 의미며, 한편 송나라의 사전인 '집운'에서는 '동물 창자를 채워서 구운 것'이라고 순대에 대해 정의했다. 6세기의 중국 농업서인 제민요술에는 순대요리법도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시의전서>와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에 순대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순대의 본고장은 함경도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순대가 제사음식이었을 가능성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한편 순댓국은 조선후기 장터를 중심으로 발달한 음식이다. 음식을 파는 장소가 그러하다 보니 양반은 먹지 않고 시장 상인들과 서민들이 주로 먹었다. 그러기에 양반들에게는 관심 밖의 음식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문헌상의 기록도 없다.

오늘날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며 구수한 국물음식의 대명사로 이어지는 순댓국이 이른바 '족보도 없는 음식'이라 불릴지라도 대중성에서 만큼은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음식에 있어서 대중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음식을 그저 맛으로만 먹는 시대는 지났다. 그 음식의 영양학적 가치, 재료가 가지는 특이성, 역사적 내력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하나의 맛으로 작용해서 그 가치를 더욱 빛내주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 사람의 집안 내력, 성품, 근본을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상에는 어떤 기준과 체계성을 가지고 그 기준에 부합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치 체계도 없이 순간적인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사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두고 우리는 족보를 운운하며 그 사람의 가치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불현듯 발생한 순댓국은 청결하고 좋은 식재료, 우수한 가치라는 타이틀을 힘겹게 얻어서 세월과 더불어 족보를 만들어가야 할 음식은 아닐까 싶어진다.
덧붙이는 글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윤덕노 씀 | 청보리 | 2011.01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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