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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쌓은 25년 내공, 안성에서 푼다

안성시자원봉사 워크숍에서 만난 섬유공예가 최양숙

등록|2012.07.16 11:52 수정|2012.07.17 15:03

모델자원봉사 워크숍 스텝 배한선 씨가 마치 모델처럼 완성 가방을 들고 찍었다. 모델처럼 한 미모한다. ⓒ 송상호


지난 13일 안성 레이크힐스리조트에서 안성시 자원봉사문화센터가 자원봉사 워크숍을 실시했다. 이날 워크숍 중 맨 마지막 시간은 아주 특별했다. 세계적인 섬유공예가 최양숙이 지도하는 모시 손가방 제조 시간이었다.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흠뻑 빠져든 순간이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가방이 너무 이뻐네유."

여성이 한 말이 아니다. 한 대머리 중년신사가 자신이 만든 가방을 보고 한 말이다. 이날 참석자가 직접 모시로 만든 손가방이 단연 인기다.

참가자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눈은 번쩍, 귀는 쫑긋, 손은 펄펄'이다. 20대 처녀총각부터 팔순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모시재료와 빨래집게만 있으면 가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져든 것 같다. 모두가 10년 이상 내공 쌓은 장인이 된 듯하다.

모시 손가방완성된 모시 손가방. 거기에 온 150 여명의 참가자는 모시 재료와 빨래집게 만으로 2시간 여만에 모두 완성시켰다. ⓒ 송상호


다 같은 초보자라도 속도와 실력이 다르다. 남달리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척척 해낸다. 뿐만 아니라 벌써 옆에 사람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좀 느린 사람은 묻고 또 묻고, 보고 또 보고. 최양숙 강사와 조교들을 수시로 불러댄다.

일어서서 하는 사람, 앉아서 하는 사람, 테이블 위에 놓고 하는 사람, 의자 위에 놓고 하는 사람, 바닥에 퍼질러 앉아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두어 시간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손가방을 손에 쥔 참가자들은 뿌듯함이 얼굴 가득했다. 마지막이 좋아야 다 좋다 했던가. 잊지 못할 선물 하나 들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강사로 나선 섬유공예가 최양숙. 그녀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단숨에 사람들을 매료 시킨 걸까. 아래는 그녀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르신한 어르신도 열심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열심히 했다. ⓒ 송상호


- 섬유공예가란 무엇인가?
"한국 고유의 천으로 공예를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섬유공예가란 이름은 지난 해 청주 비엔날레 주최 측에서 나에게 지어준 것이다. 한국의 고유 천인 모시 천으로 염색 보자기도 만들고, 손가방도 만드는 등의 공예를 한다. 어떤 면에선 '섬유공예가'란 영역의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래 난 염색작가이기도 하다."

-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고 들었다. 어떠한가?
"그렇다. 1988년 일본에서 염색작가로 데뷔했다. 현재 내가 운영하는 '가라무시 공방'은 그 무렵 생긴 공방이다. 거기서 2000 여명의 일본인 문하생이 거쳐 갔다. 현재 초급, 중급, 고급 등 3년 코스로 공예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강사들만 50명이며, 200명의 강사가 배출됐다. 나의 기법에 함께 하는 일본인은 약 1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 분야에 관한 책도 몇 권이나 저술했다. NHK 방송에도 방영되었다."

- 언제,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가?
"1986년 오로지 염색분야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갔다. 벌써 26년이 되었다. 아무래도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세습하는 곳이어서 전문적이라 생각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갔다."

20대 초반 아가씨20초반인 아가씨도 열심이다. 아예 바닥에 놓고 끼워 맞추는 중이다 ⓒ 송상호


- 일본생활은 힘들지 않았는가?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유난히 국수적인 일본인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했다. 여성이라고 무시했다. 자신들의 염색 분야를 넘본다며 멸시했다. 처음엔 전승공예 공모전에서 3번이나 낙방했다. 그 시절들을 생각하면 운 기억밖에 없다.(이런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 때가 생각난 듯)"

- 프랑스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되었는가?
"프랑스가 본사인 유명 패션 잡지 <보그> 지사가 일본에 있다. 그 출판사가 나의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을 접한 프랑스인들이 나를 프랑스로 초청해 3번이나 개인전을 했다. 거기서 한국 모시천의 아름다움과 염색의 신비로움을 보여줬다. 프랑스인들은 '원더풀'을 연발했다. 한국 고유의 모시 천과 염색의 매력에 그들이 푹 빠졌다. 프랑스 측에서 책도 직접 출간해줬다."

최양숙 작가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중 인 최양숙작가. 이제 안성에서 자리를 잡고 세계의 기지국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송상호


- 2012 안성 세계민속 축전에 활약하는가?

"그렇다. 올 9월 30일에 일본에서 200명의 나의 문하생들이 와서 100여 점의 염색 보자기를 전시할 계획에 있다. 이때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으로 본다. 나의 꿈이 있다면 안성이 한국의 천의 아름다운 문화를 계속 발신하는 기지국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성에 공방을 자리 잡아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K-POP, 김치 비빔밥 등의 한류열풍이 한국고유의 염색과 섬유공예에도 불고 있다."

- 굳이 안성에 깃발을 꽂으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염색과 모시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안성 외할머니 덕분이다. 어렸을 적 할머니와 같이 있으면서 받은 영감이 나의 길을 이끌어갔다. 이제 나의 할머니의 품(고향 안성)으로 돌아와 후진양성, 세계보급 등의 사명을 다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한국의 전통 천인 모시와 염색이 만나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것을 살려 세계인들을 한국(안성)에 오게 하자면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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