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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망한 곳에서 송전탑 공사 재개?...주민 반발

고 이치우씨 동생 논에서 공사 재개 움직임... 분신대책위 "고소, 소송 이어져"

등록|2012.07.17 08:56 수정|2012.07.17 09:00
지식경제부․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설치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곳곳에서 주민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고, 고소고발․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765kv 송전탑은 지금 짓고 있는 부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2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벌이는 공사로, 경남 양산·밀양, 경북 청도 등에 걸쳐 총 161개가 세워진다.

밀양에만 총 69개의 송전탑이 세워지는데, 밀양 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해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74)씨는 지난 1월 16일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했고, 장례는 3월에야 치러졌다. 장례 이후 90일 동안 중단했던 공사를 한전이 다시 시작한 것이다.

▲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입구 다리에서 765㎸ 고압 송전선로 설치에 반대하던 이치우(74)씨가 1월 16일 오후 8시10분경 분신 사망했다. 사진은 마을 전경으로, 다리 오른쪽 끝에서 분신이 일어났다. ⓒ 윤성효


한전 측은 고 이치우씨의 동생인 이상우(73)씨의 논에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치우씨는 지난 1월 동생의 논에서 한전이 공사를 벌이자 반대하며 분신했다.

17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이치우열사 분신대책위'(아래 분신대책위)는 "한전이 이치우 열사의 동생인 이상우 어르신의 소유인 산외면 보라마을 논에 대한 일시사용 신청을 냈다"며 "이상우 어르신 소유의 논은 현재 102번 송전탑 부지 예정지로, 전원개발촉진법에 의해 이미 수용된 상태"라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이 논은 지난 1월 16일 분신사태 당시 이치우 어르신이 하루 종일 용역과 대치했던 곳으로, 한전은 102번 부지에도 공사를 재개하기 위하여 진입로와 토지 적치장 부지로 쓰려고 다시 이 논의 지주인 이상우 어르신에게 일시사용승인 요청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신대책위는 "이상우 어르신은 102번 철탑 부지에 공사가 재개된다면 구순 노모를 업고 와서 거기서 죽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며 "한전의 이러한 행태는 공사강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분신 자결한 그 해당 부지에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주민들이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소고발, 민사소송 이어져

고소고발,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반대 싸움에 앞장서온 부북면대책위 이남우(71) 위원장 등 주민 3명에게 10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주요 활동가 14명에게는 공사 방해를 계속할 경우 매일 100만 원씩 납부하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한전 측은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심은 '희망나무'를 뽑겠다며 철거 요청을 하고, 벌목지의 나무를 치운 주민 대표를 '절도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분신대책위는 "한전은 지난 11일 공문을 통해 지난 3월 129번 철탑 부지에 심은 '희망의 나무' 영산홍을 7월 17일까지 자진 이식 혹은 제거할 것을 독촉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나무를 자신들이 제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철탑 부지에 기존 벌목된 나무들을 주민들이 희망버스 나무 심기 행사를 위해 치웠는데, 한전 측은 이남우 위원장한테 10억 손해배상소송(1건)과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2건)을 하고 다시 '절도죄'로 밀양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현재, 거의 매일 4개면 공사 현장에 인부를 투입하고, 주민들과 대치하다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장비․용역 투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주민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풀이되고 있지만, 고소고발과 소송 등의 방식으로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과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 분신대책위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를 연다. ⓒ 이치우열사분신대책위


23일 '송전탑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자들이 국회에서 증언대회를 연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과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 분신대책위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증언대회를 연다.

이날 행사는 여야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의 인사말에 이어, '밀양 송전탑 7년 싸움 경과 영상'을 상영한 뒤 송전탑 반대를 위해 싸워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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