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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미 한일군사동맹 요구 고분고분 따를 것"

[쟁점 인터뷰] 한일군사동맹 '미국 배후설' 제기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등록|2012.07.17 11:59 수정|2012.07.17 17:05

▲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1947년 이래 미국 정책의 중요한 목적은 남한을 미일 군사동맹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밀실처리' 논란을 낳았던 한일군사정보포괄보안협정(GSOMIA. 이하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역사학) 석좌교수의 말이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로 알려졌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한국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군사동맹 결성 노력에 매우 고분고분(very amenable) 따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협정과 자신이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커밍스 교수는 "일본은 67년째 미국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방위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처리를 유보한 상태지만 "대국민 설득작업을 통해 협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 아니라 중국"


미국이 한일군사정보협정 추진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일본, 한국을 대중국 봉쇄라인에 세우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해 3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야심에 찬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3자 협력의 제도화는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초점이자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및 일본의 외교장관을 만날 때의 대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야심에 찬 조치"가 바로 한일군사정보협정, 더 나아가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의미하는 셈이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과거 1947~1950년 비밀 전문을 보면 미국은 긴밀한 한일 관계가 일본 산업경제 부흥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1949년 12월 트루먼 대통령이 승인한 'NSC-48(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밀문서)'을 시초로 수많은 문건들이 긴밀한 한일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새로운 '대동아 공영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승만의 반일 발언에도 한국전 직전까지 한일 교역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1949년에 현격히 늘었는데, 많은 일제 부역자들이 남한의 권력층으로 들어섰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 전쟁이 이런 모든 것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아이젠하워와 케네디 행정부는 일본의 영향권 안에 남한을 다시 들여놓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그 절정이 미국의 엄청난 압력과 한국 내 거대한 반대 속에 이뤄진 1965년 한일관계 정상화다."

해상자위대 훈련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며 훈련을 벌이고 있다. ⓒ www.mod.go.jp/msdf


커밍스 교수는 "다양한 미 행정부들,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한일 사이의 새로운 군사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했다"며 "그러나 조지 부시나 오바마 정부만큼 이러한 군사동맹을 진작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저항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하고,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첫째, 이 대통령은 매우 친미적이다. 둘째, 그는 매우 반공적이고 반북적이다. 셋째,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 넷째, 그는 한일 군사동맹 결성 노력에 매우 고분고분(very amenable)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러한 네 가지 가정이 모두 맞다는 것이 이번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통해 증명됐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워싱턴(백악관)의 총애(beloved)를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더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가장 커다란 위협은 북한이 분노할 것이라는 점이 아니다. 북한은 정열적으로 이 대통령을 증오하고, 날마다 배신자라고 부르고 있다. 진정한 위협은 한중 관계가 긴장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3각 군사동맹의 목적은 중국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이완을 두고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까지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동맹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타이완을 두고 벌이는 미-중 각축전에 한국이 말려드는 것을 크게 염려했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인 럼즈펠드는 주한 미군을 그가 원하는 세계 어느 곳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럼즈펠드는 주한 미군 9000여 명을 이라크 전쟁에 참전시켰다. 커밍스 교수는 "한중 관계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미 냉각됐다"며 "이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아시아 정책의 회전축을 쫓아서 돌기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번 협정이 북한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배신자가 청와대 주인' 북한 선전공세 재료된 한일군사정보협정"

"이번 협정은 '배신자가 청와대 주인이다'라는 지난 수년간의 북한의 선전공세에 걸맞은 재료가 됐다. 그 외 이번 협정은 북한에 별 영향이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남한이나 일본에 비해 북한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더 탁월한 정보장비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전에서 일종의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경험한 바 있다.

일본의 기뢰제거선이 인천과 원산 상륙에서 운용됐다. 미국은 전쟁 수행에 일본의 모든 기지를 사용했다. 새로운 전쟁이 발생한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미국의 폭격기가 오키나와의 거대한 카데나 공군기지에서 출격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는 이 조약이 별달리 특별하지 않다."

특히 커밍스 교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일본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은 총리가 수없이 바뀌면서 취약한 국가가 돼 버렸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인데도 말이다. 계속 바뀌는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일본은 67년째 미국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 일본이 워싱턴(백악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완전히 낡은 구호가 되어버렸다.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방위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

그러면서 커밍스 교수는 "이 협정이 위안부 강제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거나 보상하기를 거부하는 일본의 우익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1945년 이전의 역사를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여기에는 미국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을 (군사적으로) 묶어놓는 것이 지난 60여 년간 미국의 기본정책이었다. 일본의 폭압적 식민지배에 대해 미국은 세심함이 없었다. 1945년을 돌이켜봐라. 일본은 미 점령하에서도 매우 부드러운 평화를 가졌고, 한국은 분단됐고, 미 점령 하의 수년 동안 혼란을 경험했고, 종국에는 한국전이 발발했다.

1940년대 미국은 일제하 일본을 섬겼던 한국인 대부분에게 권력을 기꺼이 돌려줬다. 특히 군경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2차 대전 전후 대부분 기간 내내 미국의 대한 정책은 대일 정책에 종속되었다."

커밍스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협정을 졸속 처리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위대한 친구가 되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협정을 다루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형편없었다. 발효 전날 공개해 반대여론에 불을 지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퇴임을 몇 달 앞둔 최악의 레임덕이다. 그는 협약을 공개하고 그 장단점을 민주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없었다. 결국 재앙적인 결과만 빚었다."

▲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커밍스 교수는 올해 한미 양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상기 시켰다. 그는 "지난번 선거에서 오바마에게 투표했고, 이번에도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오바마의 동북아 정책은 부시의 정책과, 심지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2008년에 대통령이 됐다면 펼칠 수도 있었던 정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북아에 대해 별반 아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그의 권한을 커트 캠벨과 같은 동북아 전문가에게 대행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최대한으로 지지했다. 지난 5년간 이러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묻고 싶다. 서해에서의 충돌,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등 긴장 격화만이 남았다. 지금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용정책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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