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소갯글만 길다더니... 다른 저자도 비슷
평가원 "신영복 소개 많으니 줄여라"... 수정 권고 기준 논란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 유성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아래 평가원)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소갯글 분량을 줄이라고 출판사에 권고한 이유다. 앞서 평가원은 같은 이유로 도종환 시인(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 삭제를 권고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으로 번복했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에 대한 편파적 옹호의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숙명여자대학교 정경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었습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동양철학을 강의해왔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이 있습니다."
수정 권고를 받은 A 출판사 중학교 국어교과서 글쓴이 안내 페이지에 실린 신영복 교수의 소갯글로 4줄 분량이다. 이외에도 같은 페이지에는 4명의 소갯글이 더 실려있다. 저자 2명은 4줄, 2명은 3줄 분량이다. 저자들의 학력, 대표작품 등을 설명한다. 신 교수 소갯글만 편파적이라 보기에는 다른 저자의 소갯글 분량과 내용도 비슷하다. 오히려 신 교수만을 차별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평가원이 개인 소갯글을 보완하라고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검정교과서 출판사들은 국어교과서에 실린 글의 저자와 관련해서 교과서 뒷부분에 출생지·학력·경력·주요저서·대표작품 등을 3~4줄씩 소개해왔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서 특정 정치인의 작품을 삭제하라 권고한 데 이어 유례없는 저자 소갯글 수정을 지시한 게 밝혀지자, 검정심의회가 내높은 '특정 인물'의 기준이 자의적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적 성향 인사들의 글에 대해 편향적 심사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011년 개정된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서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특정인물 소갯글을 싣는 데 기준이 되는 항목은 없다. 작품 내용을 선정할 때 특정 주제, 갈래, 시대, 지역, 작가에 편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기준만 있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검정 심의위원들이 판단하는 특정인물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위원들 기준에 따라 합의해서 교과서 수정 내용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글쓴이 소개는 교과서 필진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인데 평가원이 개입하는 건 졸렬하다"며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검정교과서 제도에 정부 개입이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평가원 "출판사가 합리적 이유 들면 감안해 심사"
19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평가원 측은 "도종환 시인 파동 이후 교과서 검정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있어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영복 교수 약력 부분은 출판사가 수정·보완본 제출 때 합리적인 이유를 들면 그 부분을 감안해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수정 권고를 번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윤현진 평가원 교과서 검정본부장은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것은 별로 문제 삼지 않지만 (신영복 교수의 경우) 다른 저자에 비해 개인적 이력이 너무 자세히 나와 수정·보완을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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