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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약속 지켜라" 대구 건설노동자 '하루파업'

임금인상 합의 일괄적용 요구... 대구 건설노동자 500명 모여 집회

등록|2012.07.20 12:08 수정|2012.07.20 12:08

▲ 전국건설노조 대경지부는 20일 오전 대구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임금인상 일괄적용'을 요구했다. ⓒ 조정훈



대구에 사는 임호지(48)씨는 2002년까지 유통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목수 일을 배웠다. 새벽에 일어나 아파트 현장에서 오전 7시부터 일을 하고 처음 받은 일당은 7만 원 남짓, 지금은 어엿한 기능공으로 하루 일당 14만8000원을 받는다.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이다.

임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면 남는게 없다. 지금같이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나 겨울의 혹한기에는 아예 수입이 없어 카드로 돌려막기 인생을 산다.

심명대(65)씨도 한 달에 20일 정도 일을 해서 200만 원 남짓 번다. 목수 일을 한 지는 25년 됐다. 배운 게 없어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금은 자녀가 다 커서 학비는 안 들지만 그동안 빌린 빚을 갚기에 빠듯하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6월 말에 합의한 임금인상분을 올려주지 않으려 한다.

대구의 건설노동자들이 20일 이른 아침부터 국채보상기념공원에 모여 '하루 총파업'을 선언했다. 주로 목수들로 구성된 건설노동자 500여 명(경찰추산 350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25일부터 6일간 파업을 하면서 전문건설협회 소속 건설사들과 임금인상을 합의했지만 건설회사들이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파업 이전에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게만 인상분을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0일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와 사용자단체는 팀장 및 반장급 16만8000원, 기능공 14만8000원, 준기능공 13만3000원에 합의했다. 전년도보다 일급으로 1만3000원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대형공사장은 임금인상분을 일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목수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인상안에 합의한 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현장에 직접 고용된 조합팀 약 200여 명에게만 적용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임금인상 합의 후 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들이 세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건설사 단체 "임금인상 합의 이전에 노조 가입한 조합원만 적용"

▲ 대구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건설노동자들은 쌍용건설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침산동 무림제지 현장을 찾아 임금인상 일괄적용을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 조정훈


이에 건설노조 대경지부는 "임금협약의 적용여부를 놓고 어떻게든 적용의 범위를 줄이고자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기능의 차이나 노조에 가입한 기간의 차이로 또는 파업 참가유무로 노동자들을 편 가르기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건설노조 대경지부 이길우 지부장은 "기존 조합원들에게만 인상분을 지급하고 파업 전이나 파업 때 가입한 조합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건설사들은 지난 임금협상 때 집단교섭을 통해 한 약속을 지켜애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국건설노조 이용대 위원장 직무대리는 "앞으로 목수들에 대한 공제제도 확대, 동절기 수당,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도 "건설자본은 계속 우리 노동자들을 편 가르고 파괴하려 한다"며 "현장에서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지역현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자"고 독려했다.

건설노조 대경지부는 "모든 조합원에게 임금협약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강고하게 투쟁할 것"이라며 "이행되지 않을 때에는 2차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집회를 마친 건설노동자들은 지역의 쌍용건설에서 시공하는 무림제지부지 아파트현장을 비롯한 대형사업장 8곳을 돌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에는 대구시청 앞에서 열리는 대구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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