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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혁신없이 옛 구호 외쳐봐야 표 안 늘어나"

[이털남 141회] 진중권-김성식의 '전방위 토크'

등록|2012.07.20 17:08 수정|2012.07.23 18:18

▲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김성식 전 의원(왼쪽)과 진중권 교수. 사진은 지난 6월 1일 녹음 당시. ⓒ 권우성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의 진보 세력은 보수 세력에 비해 그 경계가 모호하고 층위가 다양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 내에서 특정 세력을 진보냐 아니냐로 규정하는 것은 기준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고정 게스트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지난 주의 '한국의 보수'에 대한 분석에 이어, 20일 <전방위 토크> 시간을 '한국의 진보'에 대한 진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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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위 진보 세력들의 강령 수준은 서구 사민당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분단 상황에서 규정되는 진보의 외연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주통합당의 강령과 정책 수준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평균적인 진보정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로 갈려 분단의 아픔을 겪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과 관계가 있다는 것.

김 전 의원은 "(87년 이후) 시간이 압축적으로 흐르면서 민주, 개혁, 진보 세력이 섞이게 됐다"며 "새누리당도 정책에 일부 진보적 생각을 담아보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러한 섞임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중권 "안철수? 한국사회서 진보로 강제편입됐다"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 광화문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돼 진열되어 있자. 서점을 찾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책을 읽고 있다. ⓒ 유성호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평가 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지난 19일 출간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안철수 열풍'이 다시금 불고 있다. 평소 안철수 원장이 소위 진보 혹은 보수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외부 평가를 거부해왔던 터라 과연 안 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진 교수는 "(안 원장은) 한국사회에서 진보로 강제 편입돼 버린 것"이라며 "안 원장이 말하는 정의·복지·평화는 사실 이른바 건전한 보수의 가치"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언급한 '정의'는 룰의 공정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과적 불평등까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차원이고, '복지'는 사실 우파도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며, '평화'는 보수, 진보를 떠나 합리적 차원에서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최근 한국의 진보 세력은 현 보수 정권의 국민적 지지율 하락에도 부정선거 논란, 종북주의 논란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 세력으로서는 최초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 세력과의 야권연대를 이루며 총선을 치렀고, 이제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야권연대는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 다양한 정책 공조까지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주장이지만, 진보 세력과는 결이 조금 다른 안철수 원장이 야권에서 강력한 지지율을 토대로 버티고 있는 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실질적 진보정치의 발전을 강조하며 "대안적인 진보 세력이 너무 옛날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 평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진보 정당으로부터 정책 수용을 하면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고 또 기존 정치 세력에 반기를 드는 안철수 원장까지 등장하니 차츰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진 교수는 "(진보 세력은) PD든 NL이든 자기가 운동권인지 정당 세력인지도 구분을 못한다"며 "마치 다단계처럼 옛날식으로 조직원들을 학습시키고 조직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진보 정당에 바라는 국민들의 정치적 욕망이 분명히 존재할 것인데 구태의연한 방식, 현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운동 조직의 방식으로는 이제 외연 확대가 힘들다는 것이다.

김성식 "진보의 핵심적 약점은 무능함"

김 전 의원은 설령 대선 국면에서 실질적인 지지를 많이 못 얻더라도 하나의 대안 정치세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퇴행적인 틀에서 벗어나 유럽 사민주의의 장점을 우리 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며 "족보가 제대로 있는 진보를 통해 사회개혁의 과제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정책을 선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대선에서 어떤 열매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후보를 내고 정책을 알리는 과정에서 기존의 정치 세력에 비해 대안적인 특징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진보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

또한 진 교수는 지금의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세 가지 차원의 개혁 사안을 언급했다. 진보 정당에게는 '적·녹·흑'이 필요하다는 것. 진 교수는 적색은 사민주의적 시각, 녹색은 생태주의적인 시각, 흑색은 무정부주의의 특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의 말에 따르면 '사민주의'는 생각이 다른 진보 진영의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생각을 합의 할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한다. 최소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까지는 이뤄낸 후에 더 변혁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를 논하라는 것이다. 또 '생태주의'는 개발 만능주의에 반하는 차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자성의 관점을 견지하라는 것이고, 마지막 '무정부주의'는 진보 정당 문화가 우선 '리버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태의 조직 동원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문화로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해방된 가운데 어떤 합의를 만들어내는 민주적 과정을 거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김 전 의원은 "진보의 핵심적 아킬레스건은 무능함"이라며 "(그 무능함은) 과거의 비전과 새로운 비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버스 지나간 옛날 구호에다가 맨날 화살 쏴봐야 본인들이나 시원하지 표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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