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리는 다르지만, 친구에요"

장애아동·비장애아동 연합 체육대회 현장을 가다

등록|2012.07.22 16:27 수정|2012.07.22 16:27

표어이날 대회의 구호는 교사가 "우리는 다르지만"하면, 아이들이 "친구"라고 대답하는 형식이다. 이 풍선 기둥은 대회장 전면에 서서 대회의 본래 취지가 잊혀지지 않도록 알려주고 잇다. ⓒ 송상호

"어린이 여러분 구호 한 번 외쳐볼까요. 내가 먼저 하면 여러분이 뒤에 해요."
"네~"
"우리는 다르지만."
"친구."

교사의 목소리도 아이들의 목소리도 쾌활함이 팍팍 묻어난다. '친구'라는 아이들의 표정엔 진심이 묻어난다.

위의 장면은 지난 20일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수림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아동·비장애아동 연합 체육대회에서 있었던 장면이다.

이 체육대회는 푸른나무 어린이집(장애아동 전담)에서 주최하고, 공도어린이집과 큰나무어린이집이 함께했다.

"차별 없는 세상이 아이들 속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기차 경주를 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아동을 선두로 줄로 만든 기차를 함께 탄다. 졸졸 따라가서 반환점을 돈다. 반환점에서 준비된 요구르트를 다 마시고 와야 한다. 이 경주는 결코 서둘러선 안 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가는 세상은 서두르는 세상이 아닌 것처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응원도 경기의 연속이라는 걸 아이들도 잘 안다. "잘한다. 잘한다"란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하는 거 잘한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더불어 즐기는 거 잘한다"는 걸로.

만세우리 팀이 이겼다며 만세를 부르는 참가자들. 이들 속에서 장애아동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 송상호


이 체육대회엔 일등과 꼴지가 없다. 달랑 두 팀이라도 우승과 준우승으로 나눈다. 시상할 때도 시상자는 휠체어 높이에 맞추려고 무릎을 꿇고 시상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시상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보다. 이런 장면 하나가 감동일 수밖에.

당초 이 체육대회는 푸른나무 어린이집 1박2일 장애아동 여름캠프의 일환이다. 전 날엔 푸른나무 어린이집 어린이들은 아산에 있는 수영장을 갔다. 밤엔 천체 관측도 했다. 하룻밤을 어린이집에서 보냈다. 부모들에겐 자유를, 아이들에겐 독립을 선사했다. 생전 떨어져 보지 않은 학부형은 살짝 근심도 했지만,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월요일은 가고, 화요일은 오고.

그런데, 잠깐. 아이들끼리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아무리 연합 체육대회가 4회째라고 해도 그렇다. 그럴만한 이유가 숨어 있다.

함께 가는 기차휠체어를 탄 어린이를가 선두가 된 기차에 장애아동 비장애아동 구분없이 함께 올라탔다. ⓒ 송상호


공도 어린이집과 푸른나무 어린이집은 평소 교환 수업을 한다. 월요일엔 공도어린이집 아이들이 푸른나무 어린이집으로, 화요일엔 푸른나무 어린이집 아이들이 공도어린이집으로. 큰나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벌써 몇 번이나 푸른나무 어린이집 아이들과 왕래가 있었다.

오늘 체육대회는 수업현장을 통해서만 만났던 아이들이 '놀이'라는 신나는 장르를 통해 만나는 자리다. 그동안 따로 만났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만나는 즐거운 자리다. '나의 친구는 너의 친구도 된다'는 걸 확인하는 만남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지?"

이런 아름다운 자리는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중앙대학교 측에선 이 행사를 위해 해마다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올해엔 체육관과 식당뿐만 아니라 대형버스까지 무료로 제공했다.

풍선 터뜨리기풍선이 잘터지 않자 한 아이가 아예 풍선에 올라타 온몸으로 터뜨리려 하고 있다. ⓒ 송상호


공도어린이집 학부형도 큰나무어린이집 학부형도 모두 이 체육대회를 응원해주었다. 푸른나무 어린이집 학부형은 답례로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했다. 체육대회 후 중앙대학교 교직원 식당에 차려진 뷔페는 모두 이들의 몫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 피자, 빵, 김밥, 잡채 등이 가득하다. 덕분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밥상을 함께했다.

김민주 어린이(비장애아동, 큰나무 어린이집)가 한마디 한다. "재밌고 좋았어요. 하지만 조금 힘들었어요"라고. 첫술에 배부르랴. 함께 한다는 건 마냥 즐거운 게 아니라 서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아이에게서 배운다.

이혁 어린이(장애아동, 푸른나무 어린이집)의 어머니 이병화씨가 웃으며 말한다. "아이가 즐거워 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이혁 어린이의 아버지 이범석씨는 "시작 전엔 과연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아주 보기 좋았다. 아이들이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에 한발 다가갔다"며 또박또박 말한다. 세상을 향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무릎 시상휠체어에 탄 아이를 위해 무릎을 꿇어 시상하는 시상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상자의 태도가 평소의 생활태도를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함께 가는 길의 기초이리라. ⓒ 송상호


"어렸을 적부터 이런 왕래가 있어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레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즐거움을 찾아가는 날이다"는 이강희 원장(공도어린이집). 그녀는 평소 자신의 철학대로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과의 나눔을 추진해왔다.  

김혜선 원장(푸른나무 어린이집)은 다소 상기되어 있다. "오늘 보니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누가 우리 아이들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더라"는 그녀의 말은 이 행사가 본래 취지대로 이루어졌음을 기뻐하는 듯 보였다. 끝으로 들려준 김혜선 원장의 말은 이 행사의 진중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포기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런 것 하나를 포기하면 또 다른 걸 포기해야 할까봐 해냈다.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가는 통로를 어떡하든 열어주고 싶었다."

김혜선 원장이 대회를 주최한 푸른나무어린이집(장애전담 어린이집) 김혜선 원장이다. 지금은 푸른나무어린이집 학부형이 마련한 점심을 세 어린이집 아이들이 모두 먹고 있다. ⓒ 송상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