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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소나무에 내린 '함박눈'

경기도 연천군 백학저수지, 수백 마리 백로 떼 모여

등록|2012.07.23 12:18 수정|2012.07.24 18:11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 위치한 '백학저수지' 인근에는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무리를 지어 서식을 하고 있다. 백학면 두일리와 미산면 아미리에 걸쳐 있는 나지막한 푸른 야산에는 하얀 백로가 떼 지어 앉아 있어 마치 한여름 흰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연천군 백학면 백학저수지 인근 소나무 숲에는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함박눈처럼 내려 앉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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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백학저수지 인근에 함박눈처럼 내려 앉은 백로떼 ⓒ 최오균


22일 오전 7시 백학저수지에 도착하자,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진 푸른 숲에는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특유의 소리를 내며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소나무 숲에 눈처럼 흰 자태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백로들의 모습은 과연 '설객(雪客)'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도 하다.

▲ 날갯짓을 하며 짝짓기를 하고 있는 백로 ⓒ 최오균


백로들이 놀랄까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무려 3시간 동안이나 망원렌즈로 백로들의 움직임을 관찰을 하며 촬영을 해보았다.

거리가 멀어서 선명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백로들은 입을 맞추며 짝짓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날갯짓을 하며 서로를 유혹을 하는가 하면, 새끼를 돌보기도 했다. 날개를 퍼덕이며 무언가 쟁탈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백로들도 보였다.

▲ 백로들의 입맞춤! ⓒ 최오균


▲ 무슨 쟁탈전을 벌이고 있지? ⓒ 최오균


백학저수지 부근에 서식하고 있는 백로는 대부분 중대백로(中大白鷺, 학명 Egretta albamodesta)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대백로는 몸길이 약 90cm로, 암컷과 수컷 모두 몸 전체가 흰색이고, 다리는 검다.

여름철에는 부리가 검은색, 겨울철에는 노란색이라고 하는데, 지금 보이는 백로들의 부리는 대부분 노란색이고, 더러는 검은색 부리를 가진 것들도 있다.

▲ 날개를 최대한 벌리며 활개를 치고 있는 백로들의 멋진 포즈 ⓒ 최오균


▲ 중대백로는 검은색 부리를 가진 백로(좌측)도 있는데, 대부분 부리가 노란색을 띠고 있다(우측). ⓒ 최오균


중대백로는 4월 말에서 6월 말 사이에 2~4개의 알을 낳아, 25~26일 정도 품어 부화를 시키며, 새끼는 30~40일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주로 소나무나 잣나무에 솔잎이나 나뭇잎, 나뭇가지 등을 깔아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다.

번식기에는 어깨깃과 가슴에 장식깃이 생기는데, 번식기간에 구애를 하거나 과시 행동을 할 때 또는 적을 위협할 때 이 깃을 활짝 펴서 사용한다고 한다.

▲ 번식기에 생기는 장식깃으로 보이는 어미 백로의 날개(좌측)와 아기 백로 ⓒ 최오균


자세히 보니 소나무 고사목 사이에는 둥지처럼 보이는 새집이 드문드문 지어져 있고, 그 부근에는 작은 아기 백로가 어미 백로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 고사목 위에는 새의 둥지로 보이는 새집이 드문드문 지어져 있다. ⓒ 최오균


▲ 둥지에서 어미 백로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기 백로 ⓒ 최오균


"엄마, 나도 날 수 있어요!"
"그래,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

날갯짓을 배우는 아기 백로를 장하다는듯 바라보고 있는 어미 백로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인다. 어미가 새끼들을 보살피거나 날갯짓을 가르쳐주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화를 한 후 새끼들을 보살펴주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 "엄마, 나도 날 수 있어요! "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 아기 백로에게 날갯짓을 가르치는 어미 백로 ⓒ 최오균


▲ "아가야 너도 한번 날아 보렴." 아직 날지 못하는 아기 백로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어미 백로 ⓒ 최오균


어떤 어미 백로는 아직 날지 못하고 있는 아기 백로 앞에서 "아가야 너도 한번 날아보렴" 하며 애타게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미와 아빠 백로로 보이는 큰 백로들은 둥지를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는데, 아마 먹이를 물어다가 아기 백로들에게 먹여주고 있는 모양이다. 아기 백로가 스스로 날 수 있고, 먹이를 사냥 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피는 어미 백로들의 정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 아기백로에게 먹이를 먹여주고 있는 어미 백로 ⓒ 최오균


▲ 아기 백로를 돌보고 있는 어미백로 ⓒ 최오균


백학저수지는 1989년까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가 1990년에 연천군에서 허가를 받아 낚시터로 조성해 활용하고 있다. 수면적이 22.9ha(약 6만9000평)에 달하는 백학저수지는 사방이 소나무와 잣나무가 우거진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청정지역으로 먹이도 풍부하여 백로가 서식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연천군 백학면 백학저수지는 낮은 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백로들이 서식하지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 최오균


백학정보화마을 주민의 말에 의하면 원래 백로군락단지는 이곳에서 가까운 연천군 백학면 백령2리 마을 인근 숲에 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백학저수지 부근으로 옮겨 집단 서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 백로는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간주되어 "백로가 깃들면 부자 마을이 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 최오균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백로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보여왔다. 집단으로 둥지를 틀어 숲이 고사하여도 "백로가 깃들면 부자 마을이 된다", "백로가 찾아오는 곳은 길지다"라는 속설이 있을 만큼 이들의 귀환을 반겼다.

실제로 이곳 백학저수지 백로 서식지에도 백로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에는 소나무가 고사를 하여 회색빛으로 변해 있는데, 그곳에 유독 많은 백로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 백로들이 집단으로 서식하여 고사목이 되어가고 있는 소나무 ⓒ 최오균


그러나 도로가에서 불과 20~30여 미터 떨어진 백로 서식지 밑에는 허름한 보신탕집이 자리 잡고 있고, 보호조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길조인 백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탐조대나 사람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대 설치 등이 시급한 것 같다.

▲ 소나무 밑에도 백로들이 무리지어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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