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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로 죽은 남편 "나 두고 가면 어쩌라고"

[단독] 창원공단서 일하던 중국 출신 리당청씨 장례...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도와

등록|2012.07.24 16:08 수정|2012.07.24 17:31
[기사 수정: 24일 오후 5시 29분]

"리당청(한국명 이전신). 나를 놓아두고 가면 어떻게 하라고…."

경남 진해 천자봉 산기슭이 울릴 정도로 목놓아 울었다. 24일 오전 진해화장장에 남편의 시신을 화구에 넣으며 부인 조금지(40·중국)씨는 목이 쉬도록 크게 울면서 남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죽은 지 두 달만에 장례가 치러진 것이다. 과로사한 이주노동자의 쓸쓸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금속노조 경남지부·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등 회원들이 관을 들고 옮겼다.

50여 일 일하며 이틀밖에 쉬지 않아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부인이 남편의 시신이 든 관을 부여 잡고 울고 있다. ⓒ 윤성효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부인이 남편의 시신이 든 관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 윤성효



중국 출신 리당청(42)씨는 지난 5월 26일 오후 11시께 급성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음날 오전 9시 40분께 숙소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리씨는 창원공단 내 한 대기업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자동차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리씨는 미등록자로 회사에 취업했다. 그가 회사에 취업하기 전에는 부산에서 선원 생활을 했다. 그는 선원 생활하면서 받아야 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는데, 부산 중화침례교회 김호영 목사의 도움으로 겨우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인은 과로사. 그는 올해 4월 4일 입사해 일했다. 원·하청업체는 처음부터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경남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이 유족을 도왔다.

이들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고인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다. 그가 일한 날짜는 50여 일인데, 그동안 휴일은 단 이틀에 불과했다. 심지어 노동절인 5월 1일에도 쉬지 못하고 전날부터 연달아 48시간을 일했다.

또 고인은 금요일에는 야간근무를 하고 토요일에는 주간에 근무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이었다. 그러나 리씨가 사망하자 사측은 처음에는 개인 질병으로 치부했고, 유족 위로금을 200만 원만 주겠다고 했다.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부인(오른쪽) 두번째이 흐느껴 울고 있다. 옆에서 통역사와 다른 중국 출신 산재 노동자의 가족들이 나와 부인을 위로하고 있다. ⓒ 윤성효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나와 운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유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켜 놓고 장례를 미뤘다. 논란을 벌이다가 사측은 과로사를 인정하고, 먼저 사측은 산재에 준하는 위로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이후 사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할 예정이다. 위로금이 지급된 뒤 장례를 치르기로 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당초 장례 예정일은 7월 20일이었다. 하루 전날 부인은 영안실에 보관돼 있던 시신을 보고 기겁했다. 시신의 얼굴이 많이 부패돼 있었기 때문이다. 냉동보관돼 있어야 하는데, 관리가 잘못됐던 것이다.

부인은 남편의 얼굴을 보고 쓰러지고 말았다. 급히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3일 병원 측과 영안실 관리위탁업체 측이 사과를 했다.

영안실 시신 관리 엉망... 장례 미뤄지기도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나와 운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진해화장장에 시신이 든 관을 옮기고 있다. ⓒ 윤성효



장례도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었다. 운구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금속노조 경남지부·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등 관계자들이 하얀색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고인의 시신은 병원 응급차량에 실려 진해화장장으로 향했다. 중국 출신으로 창원에서 일하다 다친 이주노동자의 가족들도 나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정철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장은 "창원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데, 산재를 당하면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며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면 내국인과 같이 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병원 영안실 관리도 문제가 있다"며 "병원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통역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인의 경우 두 달 가까이 일하면서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주노동자들의 초과노동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인한테 물었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부인은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한국에 와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민주노총과 경남이주민센터, 산추련 등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회사와 병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부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죽고, 시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느껴졌다.

고인은 중국에 살고 있던 부인과 두 자녀(16살, 4살), 노모를 위해 한국에 돈을 벌려고 왔다가 유골이 돼 돌아가게 됐다.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진해화장장에서 치러진 발인제 때 부인이 남편의 영정 앞에서 흐느껴 울고 있다. ⓒ 윤성효



▲ 창원의 한 공장에 다니다 과로사한 중국 출신 리당청(42)씨의 장례식이 두 달여만인 24일 오전 창원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졌는데, 고인의 부인이 운구 등을 도와준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과 큰절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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