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강의하면서 미사에 참석할 수 있나?
앨릭스 벤틀리가 엮은 <현대과학·종교논쟁>
▲ 책겉그림〈현대과학?종교논쟁〉 ⓒ 알마
그 학생이 던지는 질문에 대학교수는 또 뭐라 대답할까요? 진화론은 객관적인 견해이고, 신앙은 주관적인 견해라고 잘라 말할까요? 과학은 실증적 실재이고, 종교는 의미론적 이상체계라고 대답할까요? 과학은 과학일 뿐이고, 종교는 종교일 뿐이라고, 잘라 말할까요?
앨릭스 벤틀리가 엮은 <현대과학·종교논쟁>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주리대학의 인류학 교수이자 인문학 학장인 마이클 오브라이언이 밝힌 이야기죠. 그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적 주장을 가르치지만 신의 존재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하죠. 과학은 신앙이 유효한가를 결정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신앙 아래에 놓여 있는 화학적, 물리적, 문화적 기초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하죠.
그가 주장하는 입장은 과학과 종교의 양립 모두를 존중하는 측면 같습니다. 과학은 과학대로, 종교는 종교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 말이죠. 그에 비해 리처드 도킨스나 대니얼 데넷 같은 사람들은 서로 간에 과학과 종교의 양립 자체를 흔들어대죠.
사실 과학과 종교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학은 실증을 요구하지만 종교는 의미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물리학과 같은 경성과학에 비해 '형태진화론'과 같은 연성과학은 가설과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들이죠. 그것은 종교의 영역에 견준다고 해도 같겠지요. 종교 역시 이론과 가설로 자기주장을 확고히 하기 때문이죠. 다만 오브라이언 교수와는 달리 절대적인 신체험을 한 이들은 다른 생각을 하겠죠.
이 책은 경성과학 쪽의 과학적 주장이나 절대적인 신체험에 관한 종교적 입장을 대변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둘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게 주된 요지입니다. 이른바 '인간에 대한 다윈의 생각이 틀린 이유', '도킨스의 종교론이 잘못된 이유', '과학적 발견과 종교적 경험의 유사성', '종교를 인류학적 진화의 산물로 바라본 것', '종교는 공포의 대상인가, 아니면 공동선인가?' 등의 논의가 그것이죠.
"이 책은 형이상학적 질문을 논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사회의 문화적 진화와 과학과 종교의 믿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회 간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다양한 믿음 체계에 대한 지식(인류학), 지난 수천 년 동안의 종교에 대한 지식(고고학), 자연과 세계의 기원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지식(자연과학, 철학, 신학) 그리고 대다수가 신앙인인 과학자의 개인적 의견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내놓는 사례의 일부로 형이상학적 질문을 이용한다."(41쪽)
현대 진화론은 많은 논의와 수정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 진입해온 게 사실입니다. 일례로 형태진화론, 즉 모형진화론이란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러나 다윈의 사상은 현대진화론의 기초라 할 수 있죠. 그의 사상은 과학의 영역에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미화 체계로서 과학을 바라볼 때 종교의 믿음 역시 과학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신앙도 의미와 논리로 점철돼 있는 까닭입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둘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입장을 대변하면 될 것입니다. 서로 비방하고 난타전을 벌인다 한들 기반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는 성질은 못 되죠. 인류 역사만큼이나 과학과 종교는 나름대로의 역사를 간직해 온 까닭입니다. 그것이 상보적 입장에 서야 할 둘의 관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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