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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국제학술지 표지 특집으로 다뤄져

직업환경보건국제저널 7월호에... "독립·공식적인 추가연구 필요"

등록|2012.07.25 22:28 수정|2012.07.25 22:28

▲ <직업환경보건국제저널>은 7월호에서 삼성백혈병 문제 관련 논문을 특집으로 다뤘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사진도 표지로 썼다. ⓒ 직업환경보건국제저널


'삼성 백혈병' 사례가 직업병·산업재해와 환경오염에 따른 건강 문제를 다루는 국제학술지에서 특집으로 다뤄지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직업환경보건국제저널>(IJOEH·International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는 7월 호에 김인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김현주 단국대학교 의학대학 교수, 임신예 경희의료원 교수,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등 4명이 공동집필한 '한국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에게 나타난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 문제'를 특별기고 형식으로 게재했다.

또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암 위험을 이해하기 위한 영웅적 투쟁 : 삼성사례'(A heroic struggle to understand the risk of cancers among workers in the eletronics industry: the case of Samsung)란 제목의 이번 호 사설에서도 이 논문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한,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의 모습을 표지 사진으로도 썼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접수된 58건의 발암 사례를 가운데, 분석 기준에 적합한 정보가 있는 17건을 정밀 분석했다.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월 사이에 백혈병 등을 진단받은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 소속 노동자들은 진단 당시 평균 28.5세였고, 평균 잠복기는 8년 7개월이었다.

하지만 삼성 측의 거부로 공장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해 이 노동자들의 질병과 직업의 연관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미국과 영국 등의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의 발암 관련 연구에선 직업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삼성도 반도체공장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과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의 관계를 공식적이고 독립적인 연구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 공장 정보와 미국 기업에 의뢰한 조사보고서도 공개 안 해

또 이들은 "삼성이 기업문화와 정책을 전환해 화학물질 사용에 있어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 노동자의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반올림은 "산업보건과 환경보건 문제를 다루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IJOEH'가 삼성 백혈병 문제를 비중있게 알리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작업장 안전 문제가 '독립적이고 공식적인 추가 연구 필요'라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씨가 지난 2005년 백혈병이 발병, 2007년에 숨진 것을 계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숨진 고 윤아무개씨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56명이다.

삼성은 지금껏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린 것과 작업 현장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발암물질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삼성의 주장과 달리 지난 2009년 노동부가 서울대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작업현장조사에서 미량이지만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 또 지난 2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반도체 사업장의 가공·조립라인 작업 환경을 정밀 조사한 결과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벤젠·포름알데히드·비소·이온화방사선 등 발암물질이 나왔다.

이에 삼성은 작년 7월 산업보건 관련 국제 컨설팅업체인 '인바이론'에 의뢰해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인바이론측은 1년여 동안 경기도 기흥, 화성, 온양 등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조사 결과 (유해 물질) 노출 수준이 국제 기준보다 상당히 낮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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