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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더위 타서 밥맛이 좀 없으면 좋겠어요"

등록|2012.07.26 09:56 수정|2012.07.26 09:56

▲ 아내는 더위에 밥 없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 김동수


여름을 많이 탑니다. 당연히 밥맛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제(수요일)도 한 끼밖에 안 먹었습니다. 아니 먹지 못했습니다. 먹고 싶어도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어떤 때는 물에 밥을 말아 먹거나, 또 우유에 말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아빠가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본 아이들이 놀랍니다. 아내가 이런 남편 모습을 보며 대뜸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더위에 밥맛이 없어 한 끼 정도 굶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굶으면 안 되지. 우리 집 기둥이잖아요."

"나는 더워도, 추워도, 아파도 밥맛이 없는 적은 없어요. 아침을 안 먹으면 하늘이 '빙빙' 돌아요, 돌아."
"그게 건강한 거예요. 나처럼 덥다고 밥 안 먹고, 춥다고 안 먹고, 아프다고 안 먹는 것이 건강하지 않다는 거예요."

▲ 참깨 듬뿍, 참기름 듬뿍입니다. ⓒ 김동수


어제(25일)도 회사를 다녀오더니 밥을 비볐습니다. 집에서 짠 참기름과 볶은 참깨를 넣으면 입안에 고소한 맛이 한 가득입니다.

"여보 당신도 먹을 거죠?"
"먹어야지. 아침과 점심을 다 안 먹었는데 저녁이라도 먹어야죠."
"당신도 먹어야 해요. 아무리 내가 밥을 잘 먹어도 한 양푼은 너무 많아요."
"일단 한번 비벼봐요."

"정말 같이 먹어야 해요."
"참기름 냄새가 나니까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 조금은 먹을 것 같아요."


▲ 자리에 앉아서 양푼에 밥을 비비고 있습니다. ⓒ 김동수


하지만 다른 때 같았으면 한 양푼 정도는 먹었을 것인데 한 번 잃은 밥맛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두 숟가락 뜬 후 그만 먹었습니다. 숟가락을 놓자 아내는 어떻게 이 많은 것을 다 먹을 수 있느냐며 타박을 했습니다.

"당신도 먹는다고 했잖아요."
"안 먹히는데 어떻게 해요. 먹으려고 해도."
"어떻게 나 혼자 이 많은 것을 다 먹어요."
"당신은 더워도 밥 잘 먹잖아요. 보니까 다 먹을 수 있겠네요."
"이 아까운 것을 어떻게 버려요. 그리고 일을 많이 했더니 배도 고프고. 하여튼 밥맛 하나는 최고예요. 이 더운 날씨에 밥 안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밥이 더 먹고 싶으니."

▲ 저 많은 밥을 다 먹었습니다. 혼자서. ⓒ 김동수


아내는 잘도 먹었습니다. 정말 부러웠습니다. 더운 여름, 밥맛을 잃은 것보다 무엇이든 잘 먹는 것이 건강 비결입니다. 입맛이 돌아와 다 잘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밥을 잘 먹어야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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