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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미래, 의료소비자가 앞장서야

[서평] 디지털 혁명이 바꿔놓을 의학의 미래 <청진기가 사라진다>

등록|2012.07.26 15:16 수정|2012.07.26 15:16
은퇴를 앞둔 의사가 아닌 이상, 모든 의사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의대생이라면, 교과서 읽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읽어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놀라운 미래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 본문 6쪽

에릭 토플 지음, 박재영·이은·박정탁 옮김, 청년의사 출판의 <청진기가 사라진다>에 실린 수십 꼭지의 추천글들 중 두산그룹 회장과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박용현씨가 쓴 내용입니다.

박용현씨는 모든 의사, 의대생, 보건의료 종사자 등 주로 의료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필독서로 추천하고 있지만 정작 저자인 에릭 토플은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대중, 의료소비자들에게 직접 읽히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대중에게 직접 읽히기 위한 책을 내가 직접 집필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 바뀐 이유는, 디지털 세상과 의학 세계의 융합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과, 의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소비자- 아직 환자가 되지 않은 사람들- 의 참여와 관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 449쪽 감사의 글 중

<청진기가 사라진다>는 의료계, 의료산업의 근현대사이자 발자취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산업, 나날이 진보하고 있는 IT기술이 바탕이 되는 디지털시대에 의료종사자, 의료소비자가 추구해 나아갈 바를 밝히고 있는 미래의 의료산업이자 의료분야의 로드맵입니다.

▲ <청진기가 사라진다> 표지 ⓒ 청년의사

의료집단, 가장 딱딱한 집단

저자 에릭 토플이 왜 대중에게 직접 읽히기 위한 집필을 했는지 이유를 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의료계에 기득권처럼 잔존하고 있는 부정적 요소들, 변화를 싫어하는 저항적 요소, 고압적이고 독점적이며 가부장적인 의료시대를 고발하거나 타파하고자 하는 계몽적 의도가 담겨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의료종사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IT시대에 퇴보하지 않으려면 시대의 변화에 동참하거나 분발할 것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읽혀집니다.

동맥 벽의 진행성 퇴행성 변화를 의미하는 동맥경화증은 흔히 일반인들에게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의료계를 표현하는 데는 이런 용어를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모두가 '딱딱함'을 떠올리는 분야가 바로 의료계였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 중에서 의사보다 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만약 '유연함의 부족'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의 목록을 만든다면, 아마도 의사들이 그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 본문 326쪽

책에서는 아주 구시대의 의료장비에서부터 최첨단 의료장비까지를 아우르는 의료장비의 변천사와 발달 과정을 볼 수 있고, 의료소비자들에게 군림하는 의료종사자들의 거만함 등도 자기고백처럼 나열됩니다.

예상하거나 꿈꾸지 못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다재다능해가고 있는 휴대전화에서 실감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장비 또한 디지털산업의 변천사에 따라 가파르게 발전하거나 변모해 오고 있음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티 쿠퍼가 1973년에 휴대전화를 발명했을 때, 2012년이 되면 60억 개 이상의 휴대전화가 사용된다면서 그것이 결국 미래의 보건 및 의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사실까지는 예상하거나 꿈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 본문 39쪽

원격 센서의 발달이 이미 존재하는 화상 채팅과 결합될 경우, 외래 진료는 점차 가상공간에서의 진료로 대체될 수 있다. 뉴욕의 일부 선도적인 의사 집단은 '헬로 헬스Hello Health'라고 불리는 전자적 동영상 연결 형태의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들은 이메일, 문자 메시지, 화상 채팅 등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 실제 의사 방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대개는 1년에 한 번 미만). - 본문 159쪽

에릭 토플(Eric Topol, MD)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Scripps Translational Science Institute)소장이며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La Jolla, California)에 있는 웨스트 무선의료 연구소(West Wireless Health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이다 부회장이다. 그는 스크립스 클리닉(Scripps Clinic)의 심장전문의이며,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유전학 교수이기도하다. 의학계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명의 연구자 중 한 명이며, 미국국립과학원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의 일원으로 선출되었으며, <GQ>가 선정한 과학계의 스타 12인에 포함되기도 한 에릭 토플은 현대의 심장 치료 확립에 기여한 수많은 임상연구들을 주도하였다. 그는 1990년 36세의 나이로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장내과 주임교수가 된 이후 16년간 클리블랜드 클리닉 심장내과를 이끌었으며,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의과대학의 설립에도 크게 기여했다.
저자가 대중에게 직접 읽히기를 바라며 <청진기가 사라진다>를 집필한 진정한 이유는 이해 당사자들- 개인들 -의 충분한 참여를 촉구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 의료소비자인 개인들의 충분한 참여와 관심, 보편적인 지식이 없이는 바람직한 의료의 미래가 쉽사리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미래 의료, 의료소비자가 앞장서야

저자가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학 세계의 현주소, 의학 세계가 나갈 미래를 의료소비자들에게 펼쳐 보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의료계가 변화에 심한 저항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의학이 필요한 방향으로, 의학이 가야만 하고 갈 수 있는 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이클 J.폭스(<백 투 더 퓨처>등의 영화에 출연한 유명 영화배우로,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이며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마이클 J.폭스 재단도 설립했다-역주)가 말했던 것처럼 "완치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없고 장관도 없다. 우리가 직접 맡을 수밖에 없다." -본문 430쪽

'의료', '병원', '진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청진기입니다. 의료의 상진인 청진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기로의 시대입니다. 의학계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명의 연구자 중 한 명인 에릭 토플은 <청진기가 사라진다>를 통해 능동적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독하는 <청진기가 사라진다>는 우리가 직접 맡을 수밖에 없는 의료세계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예지서, 의료종사자와 의료소비자가 더불어 나갈 바를 조명해 주는 길라잡이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청진기가 사라진다>┃지은이 에릭 토폴┃옮긴이 박재영·이은·박정탁┃펴낸곳 청년의사┃2012. 7. 10┃값 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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