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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목소리 "연예인 섭외 안한 이유요?"

연예인 아닌 전문 성우 기용한 <파닥파닥>,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까

등록|2012.07.27 12:21 수정|2012.07.27 12:21

▲ 7월 26일 개봉한 이대희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 이대희스튜디오


최근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파닥파닥> 시사회에서는 왜 전문 성우를 기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원래 성우의 주요 분야였던 애니메이션이기에 뭔가 거꾸로 된 물음 같지만, 그만큼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이제 그들만의 영역이 아닌지 오래다.

<파닥파닥>의 이대희 감독은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답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물고기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서는 표정과 목소리의 표현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파닥파닥>의 주요 캐릭터인 고등어와 넙치는 각각 <원피스 7기> 쵸파 역의 김현지와 <개구리 중사 케로로> 기로로 하사로 익히 알려진 시영준이 맡았다.

전문 성우가 목소리를 연기하는 애니메이션이 이례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연예인의 더빙 참여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올 여름방학을 맞아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들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스타들을 앞세워 홍보 경쟁을 하고 있다.

배우에서 아이돌, 개그맨까지 더빙 러브콜  

최대 수혜자는 <개그콘서트> 출연진이다. 7월 초 개봉한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일본)에 김준현과 양상국, 안윤상이 요괴 3인방의 목소리를 맡았다. 지난 25일 개봉한 할리우드의 스테디셀러 <아이스 에이지4>에는 '꺾기도' 팀의 김준호·홍인규·조윤호·장기영 등이 참여했다. '용감한 녀석들' 팀의 박성광·신보라·정태호·양선일은 아예 팀 명과 같은 제목인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독일)의 목소리를 맡아 8월 9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애니메이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더빙을 맡은 <개그콘서트>의 개그맨 양상국, 안윤상, 김준현. ⓒ 타임스토리


개그맨이 더빙 섭외 1순위로 환영받는 이유는 국내에서 개봉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주로 가족 단위 관객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관객층인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성인까지 전 연령층에게 두루 친근함으로 어필할 수 있는 특성이 매력적이다. 같은 이유에서 <무한도전>의 유재석·박명수·정형돈·노홍철·하하는 이미 애니메이션 더빙을 경험했다.

홍보효과가 두드러진 또 다른 더빙 스타는 인기 아이돌이다. 8월 2일 개봉을 앞둔 <새미의 어드벤쳐2>(벨기에)는 아이유와 비스트 이기광을 섭외했다. 2010년 개봉한 전편에서는 빅뱅 대성과 f(x)(에프엑스) 설리를 성우로 기용해 10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당시 <새미의 어드벤쳐>의 국내 흥행은 해외에서도 놀랄 만한 기록이라, 인기 스타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다.

홍보 효과 크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연예인 성우

하지만 아이돌이 더빙에 참여했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소녀시대 써니와 샤이니 태민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코알라 키드 : 영웅의 탄생>은 2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해외 수출에 주력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 15개국에 선 판매돼 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호화' 성우진에 비한 국내 성적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아이돌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면서 홍보 효과까지 노리기 위한 방법은 배우 섭외다.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2002), <천년여우 여우비>(2007)에서 이병헌·안성기·손예진·공형진 등 스타들을 목소리 연기자로 출연시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지난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사를 다시 쓴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문소리·최민식·박철민·유승호 등이 참여했다.

▲ 애니메이션 <새미의 어드벤처2>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아이유. ⓒ 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선호하는 이유가 단순히 홍보 때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일부 감독들은 소위 '쪼'라고 불리는 성우의 톤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배우를 기용했다. 송창의·박신혜·오연서 등이 참여한 <소중한 날의 꿈>이 그렇고, 저예산으로 만든 <돼지의 왕>은 김혜나·김꽃비·박희본 등 독립영화계의 스타들을 기용했다.

물론 홍보 효과에는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년 전, 장편 애니메이션의 개봉을 준비하던 한 감독은 "인기 아이돌 멤버에게 출연을 요청했더니, 소속사에서 7천만 원을 불러 포기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흥행 성공 사례가 없었던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성우 출연료로 그렇게 큰돈을 들이는 것은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는 셈. 이 감독은 "한 영화배우는 아예 백지수표를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업계에서도 A급으로 통하던 한 성우는 "성우들마다 출연료 차이는 있지만, 인기 연예인은 성우보다 몇십 배에서 많게는 100배를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연예인 성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익숙하다. 홍보는 됐을지 몰라도 호흡까지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전문성이 떨어져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정공법을 택한 <파닥파닥>에 대한 평가가 더 궁금해진다. 최근 호평 속에 종영한 드라마 <추적자>도 방송 전에는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 점이 특별하게 여겨졌지만, 결국 기성 배우들의 존재감을 설명해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기자의 영역이 점점 배우의 경계를 벗어나는 추세 속에서 연예인 성우 기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전문' 성우가 존재하는 이유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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