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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김병화 사퇴, 왜?... 상처입은 법무장관

[분석] 법원 내부 반발이 치명타... 대법관 후보자 낙마는 헌정사상 처음

등록|2012.07.26 22:31 수정|2012.07.26 22:43

▲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특혜 의혹에 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 남소연


김병화(57·사법연수원 15기·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오후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전입 등으로 인해 대법관으로서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표결도 거치지 않고 낙마하기는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사퇴서를 통해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하여,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아래는 사퇴서 전문).

저는 오늘 대법관 후보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하여,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저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저는 사실무근임을 성실하게 해명하였습니다만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혹 제기를 계속하여 참으로 저와 제 가족들은 명예와 인격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비록 제가 오늘 사퇴하지만, 앞으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없기를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국민여러분께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한 소치이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30년이 넘도록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성원하여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그 고마움을 평생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7.26

대법관 후보자 김병화

버티던 김 후보자, 법원 내부 반발까지 나오자 결국

김 후보자의 낙마는 지난 6월 15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41일만이고, 지난 7월 11일 인사청문회 이후 15일 만이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아들 병역근무 특혜, 제일저축은행 수사와 전 태백시장 수사 개입 등 끊임없이 의혹이 터져나왔지만, 김 후보자는 버텼다. 적극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너무 컸다. 김 후보자로 인해 나머지 고영한, 김신, 김창석 후보자의 임명 동의 여부도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상 초유의 대법관 대량 장기 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친정인 검찰 내부의 시각도 부담이었다. 김 후보자와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던 전직 고검장은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인사청문회를 통해 나온 사실들을 보고 참 놀라웠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 여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 문제가 검찰에게는 부담인 것이 사실이었다.

급기야 김 후보자 사퇴의 목소리는 법원 내부에서도 터져나왔다. 지난 23일 수원지방법원 송승용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법원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김병화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 판결은 물론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원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개인의 자진사퇴에 맡겨둘 게 아니라 대법원이 직접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이 글에 지지의 뜻을 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결국 26일 직전에 인천지검장이던 자신을 보필하던 이건태 고양지청장(직전 인천지검 1차장)을 통해 사퇴의 문서를 배포했다.

헌정사상 최초... 상처입은 법무부장관

▲ 권재진 법무부장관 ⓒ 남소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낙마한 경우는 있지만 대법관 후보자가 낙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법무부장관과 검찰이 난처해졌다. 대법관 후보자의 선정은 형식상 대법관 제청자문위와 대법원장 등을 거치지만, 이번에 낙마한 김병화 후보자 자리는 관행적으로 '검찰 몫'이었다. 지난 7월 10일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격이 김 후보자였고, 대법관 제청자문위원인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권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그 정도 하자는 대법관 후보로서 크게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자는 성품과 학문적 소양, 조직 내 신망 등 그동안의 경력을 종합해 추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 역시 검찰 출신이다.

'박 후보자는 절대 안 된다'던 민주통합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그 형식은 자진사퇴이지만 부적격 인사 추천에 대한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며 "이를 계기로 대법관 후보자 인사추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사실상 추천권을 행사한 법무장관에 대한 문책도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법관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후보 개인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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