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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무첨가는 허구? "천연과 합성의 차이는 모호"

'MSG 무첨가' 마케팅 과열 조짐, 과학적 검증 필요할 때

등록|2012.07.27 09:24 수정|2012.07.27 11:05
최근 MSG(글루탐산나트륨) 무첨가 마케팅이 최고조에 이른 듯하다. 여기도, 저기도, MSG 무첨가다. 식품업계에서 나오는 웬만한 제품은 물론, 치킨, 죽, 삼계탕, 감자탕 등 외식업계에 이르기까지 이제 MSG 무첨가는 하나의 대세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런데 나라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또 다르다. 미국은 MSG를 소금, 후추, 베이킹파우더 등과 함께 안전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오히려 MSG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년 간 우리나라의 MSG 함유 조미료 일본 수출량은 연 평균 2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온도차'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 있다. 지난 4월 나온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과자 회사를 거쳐 현재 향료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낙언씨가 쓴 책이다.

"MSG 무첨가, 화학조미료 무첨가는 허구"

▲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 지호

최 연구원은 이 책을 통해 여러 음식과 각종 식품 첨가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MSG와 관련하여 "어머니가 MSG 조금 쓰는 것을 죄악시하게 하지 말자"며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담백하게 먹자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MSG 유해성 논란은 물의 유해성 논란과 같다"는 것이다.
"감칠맛이 있는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Glutamic acid가 들어 있다 (고기, 치즈, 다시마, 버섯, 토마토 ...). 단백질이 있는데 MSG free, MSG 무첨가, 화학조미료 무첨가는 허구다. 따라서 MSG 유해성을 논하는 것은 단백질의 유해성을 논하는 것과 같다. 만물이 그러하듯 단백질 MSG의 과량도 유해하다. 하지만 통상 우리는 유해수준으로 먹지 않는다."

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MSG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MSG는 글루탐산나트륨, 쉽게 말해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한 제품이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이다. 육류, 콩, 채소, 닭고기, 우유 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자연식품에 존재한다.

이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내는 물질이다. 특히 파마산 치즈, 잘 익은 토마토, 버섯 같은 식품에서 그 독특한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글루탐산의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결합시킨 것이 바로 MSG다. MSG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1개 붙은 구조를 갖고 있으며, 88%가 글루탐산 그리고 12%가 나트륨으로 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아미노산 조미료라 표시하는 MSG

그렇다면 MSG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MSG의 주원료는 아직 정제하지 않은 설탕(원당) 또는 당밀(설탕을 제조하고 난 부산물)이다. 정제·멸균한 원료에 영양액을 혼합하고,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투입한다. 그리고 40여 시간 동안 발효를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영양액을 먹은 미생물은 글루탐산을 배출하게 된다.

이 때 글루탐산은 모액 형태로 나오게 되는데, 이후 바닷물을 끓이면 소금 결정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결정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분리해 낸 글루탐산에 가성소다를 투입하면, 나트륨 분자 하나와 결합하게 되면서 글루탐산나트륨이 된다.

그 다음에 활성탄(숯)을 이용하여 탈색·탈취를 하고 이를 건조하고 정제하면 비로소 MSG 완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 때문에 발효조미료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MSG를 아미노산조미료라 표시한다고 한다.

최 연구원은 "다른 어떤 감칠맛 원료보다 깔끔한 것이 MSG"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미 감칠맛이 넘치는 만큼, MSG를 굳이 더 챙겨먹을 이유는 없지만, MSG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만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주장이다. "MSG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음식을 많이 먹어 비만이 된 후 음식을 유해한 물질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제기됐던 MSG 유해성 논란과 검증

▲ 한 소비자가 MSG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을 살펴보고 있다 ⓒ 자료사진


물론 MSG의 안전성은 일찍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1968년과 1980년대 초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특별위원회를 통해 MSG의 안전성을 재검토했고,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는 결과를 1978년과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었다.

1987년에는 FAO(유엔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가 함께 MSG 안전성을 재검토하여 역시 문제 없다는 결과를 내놨으며, EU식품과학위원회에서도 쥐, 개 등을 대상으로 한 급성 및 만성 독성실험에서 독성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으로 대변되는 1995년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 조사에서는 실제 MSG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EU식품과학위원회 역시 중국음식증후군은 MSG가 들어 있지 않은 다른 음식 섭취 후에도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WHO와 FAO 전문가 단체인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FCFA)는 물론 미국 FDA 그리고 일본 후생성 등에서도 MSG의 1일 섭취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2010년 롯데라면으로 불거진 MGS 유해성 논란 당시 식약청에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된 안전한 물질"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천연과 합성의 차이는 모호" MSG 무첨가 식품 안전성은?

물론 '먹거리'와 직결된 MSG의 유해성 여부는 앞으로도 계속 과학적·합리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특히 소비자단체들은 MSG 사용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MSG 자체 유해성 못지 않게 식재료의 문제를 숨기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MSG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국제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친 MSG 못지 않게 MSG 무첨가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SG 무첨가 제품은 MSG와 동일한 수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핵산이나 효모 추출물, 식물이나 동물성 추출물 등 많은 복합적인 조미소재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천연 조미소재인 효모 추출물 제조공정은 글루탐산이나 핵산 등 감칠맛 성분이 풍부한 효모균을 원당이나 당밀로 배양해서 균 안의 내용물을 짜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효모균안의 수많은 복합적 성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MSG 무첨가 제품의 안전성 역시 글루탐산만을 정제해서 감칠맛을 내는 MSG 첨가 제품에 준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천연과 합성의 차이는 모호한 것"이라고 했다. "단지 화합물이란 이유로 유해하다며 천연 조미료를 쓰자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를 가져오는 '불량지식'"이란 최 연구원의 주장은 MSG 무첨가 마케팅 '올인'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그래서 오히려 곱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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