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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친여' 특공대와 1박2일 합숙작전

[정연주의 증언 83] 최초공개, 나를 해임한 KBS이사회의 민낯②

등록|2012.08.01 15:39 수정|2012.08.01 18:40

▲ 2008년 8월 21일 오전 KBS 이사회가 열리기로 한 강남 노보텔 앞에 사복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KBS 이사회는 당초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과 KBS 노조의 반발로 장소를 갑자기 변경했다. ⓒ 권우성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에 열렸던 KBS 임시 이사회. 나의 해임제청을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날 이사회는 시작부터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남윤인순 이사가 "사복경찰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KBS 이사회는 치욕"이라며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사회를 진행하지 말고 다음으로 연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에 맞춰 '정연주 제거'를 단행하기로 한 정권적 차원의 계획을 4명의 야권 추천 이사들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한나라당 추천의 6인 이사들(유재천·권혁부·방석호·이춘호·박만·강성철)은 전날 밤 호텔에 합숙하면서 해임제청 결의 전략을 최종 점검했고, 다음 날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곳으로 함께 이동하는 등 '1박 2일의 작전'까지 실행 중인 터였다.

'부당해임' 신태섭 이사 대신 들어온 강성철 이사

남윤인순 이사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사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하자, 강성철 이사가 나섰다. 부산대 교수인 강성철 이사는 신태섭 부산 동의대 교수가 2008년 7월 초, KBS 이사직에서 해임되자 바로 그 자리를 채운 보궐 이사였다.

그가 한나라당 추천으로 KBS 이사로 오면서 KBS 이사회 구성은 한나라당 세력이 우세한 판도로 바뀌게 되었다. 신태섭 이사를 온갖 무리한 수단으로 쫓아 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KBS 이사회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정연주의 증언' 56·57·58회에서 자세하게 증언하였다).

그런데 신태섭 교수를 KBS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무효이고, 이 무효를 근거로 한 강성철 교수의 KBS 이사 임명도 위법하다는 판결이 그 뒤 법원에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09년 6월, 신태섭 교수가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명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 판결에서 "신태섭 교수의 동의대 교수직 해임과 KBS 이사직 박탈이 무효"라고 판시하고 "해임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강성철 교수의 임명도 위법"하다고 밝혔던 것이다.

사건의 사슬은 이렇게 되어 있다. 신태섭 교수는 KBS 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 동의대에서 해직되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신태섭 이사가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니, KBS 이사 자격이 없다며 그를 KBS 이사직에서 해임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강성철 교수를 임명했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와 사건의 전개였다.

어쨌거나 그런 과정으로 KBS 이사가 된 강성철 교수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남윤인순 이사가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사회를 할 수 없다며 "이사회를 안 하면 되죠. 다음으로 연기하면 되죠"라고 말하자, 강성철 이사가 말했다.

강성철 : "이사장님. 제가 의사진행발언을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 이사님. 좀 진정하시고 말씀하시죠."

남윤인순 :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강성철 : "진정하시고 말씀하시죠. 사복경찰의 보호를 통해서 남 이사님도 오셨죠?"

남윤인순 : "아닙니다. 사복경찰이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강성철 : "저희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남 이사님도 안전하게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저희가 의논을 했습니다. 했는데, 지금 여기는 이사회장입니다. 개인적인 어떤 문제로 추궁은 하지 말고 진정해서 말씀하시고."

"'이쪽'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 KBS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사내에서 농성을 벌였던 양승동 PD연합회장을 포함한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최용수 PD 등 KBS 내부인사들이 2008년 7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모여있던 방송장악저지 범국민행동회원들과 시민들을 찾아와 "촛불의 힘으로 이사회 무산되었다"고 발표한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지영 : "이게 어떻게 개인적인 문제입니까?"

강성철 : "아니,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이사회가 한 쪽에서 사복경찰을 진입해서 할 수 있느냐고 말씀하시니까, 그렇잖습니까. 이쪽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남 이사님도 보호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경찰이 진입해서 회의를 못하는 게 아니라 회의를 하려고 하는데 시위대가 많으니까 또 개인의 신분이 위협을 느끼니까 경찰보호 요청을 한 것 아닙니까. 남 이사님은 지금 현재 밖의 사태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밖의 저 소요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남윤인순 : "이사님들은 아마 무슨 일 때문에 어떤 연락을 받으시고 일찍 들어오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정상적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여기(이사회 회의장 지칭) 앞에서 막혔습니다. 경찰에 의해서요. 상황을 아시고 말씀하세요."

강성철 : "제가 알기로는 정상적으로 들어오시지 못해서 보호해서 들어오시게 했습니다."

남윤인순 : "아무런 보호가 없었습니다."

강성철 : "그러니까 제 말씀은, 진정해서 말씀하십시오".

남윤인순 : "진정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강성철 이사와 남윤인순 이사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그것은 강성철 이사 입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친여 이사들을 가리켜 '저희', '이쪽'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친여 이사 6인의 행동통일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고,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도 야권 이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찍 도착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희' '이쪽', 친여 이사들의 강한 연대감

강성철 이사는 두 차례에 걸쳐 "저희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이쪽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라고 말했다. 전날 저녁 호텔에 합숙까지 하고 다음 날 아침 함께 이사회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등 1박 2일 작전을 펴왔으니, '저희', '이쪽'이라 부르는 게 그리 이상할 것도 없을 터다. 남윤인순 이사가 야유하듯 "이사님들은 아마 무슨 일 때문에 어떤 연락을 받으시고 일찍 들어오셨는지 모르겠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이사회는 의사진행을 놓고 설왕설래를 했다. 이때 이춘호 이사가 발언에 나섰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첫 여성부 장관에 임명되었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들이 터져 나와 낙마했던 인물이다.

<한겨레> 2008년 2월 22일자 3면은 <이춘호, 전국에 땅 땅 땅 … 40건 49억 '부동산 백화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오피스텔, 단독주택, 공장, 점포, 주차장, 임야, 대지" 등 전국에 부동산 40건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피스텔이 문제가 되자 "유방암 진단 결과 무사하다는 판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로 줬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춘호 이사는 2009년 8월 말 KBS 이사를 끝낸 뒤 EBS 이사장과 KT 사외이사를 겸해서 임명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와 가까운 관계로 여성부 장관 낙마 이후 이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비판이 야권에서 줄곧 제기되어왔다. 그의 발언을 잠시 들어보자.

"왜 공포를 느끼면서 이사회를 해야 됩니까?"


▲ KBS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사내에서 농성을 벌였던 양승동 PD연합회장을 포함한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최용수 PD 등 KBS 내부인사들이 2008년 7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모여있던 방송장악저지 범국민행동회원들과 시민들을 찾아와 "촛불의 힘으로 이사회 무산되었다"고 발표한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춘호 : "잠깐만요. 그런데 네 분 이사님께서 신관에 계셨기 때문에 모르겠는데요. 참, 들어오는데 굉장히 우리가 그랬고, 그러는 동안에 여기에서 개인 이름을 불러가면서 아주 협박 같은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여기가 아수라장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직원이 갈비뼈가 부러졌습니다. 솔직히 얘기를 하는데,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런 상황인데 공권력을 투입한 것만 자꾸 얘기하면 그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갈비뼈 부러지고 인권적인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개인적인 욕을 해대고 그랬는데, 그래서 한 것이니까 그것은 이사님들께서 이해해주셔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여기에 들어오실 수가 없어서 모시러 간 겁니다. 여기에 통로를 만들고 네 분 이사님들을 모시러 간 것이니까 그렇게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지영 : "이춘호 이사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사실 저희가 막혔던 것은 바로 이 앞에, 계단 입구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왔습니다. 그런데 계단 입구에서 막았는데, 계단 입구에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사다. 그러니까 이사회에 참석을 해야 된다'라고 얘기했는데도 그 안에 있는 경찰들이 막고 안 열어주었습니다. 그 상황이 한참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아까 강(성철) 이사님께서 나머지 네 분, 저희도 보호해주기 위해서였다고 얘기했지만 이사가 이사회에 오겠다고 했는데도 문을 안 열어주었습니다."

이춘호 : "그래서 모시러 가지 않았습니까."

이지영 : "그것은 한참 이후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거기에서 모시러 올 때까지 한참 동안을 그 안에서 상당한 위협과 공포를 느끼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이춘호 : "여기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윤인순 : "이렇게 무리하게 이사회를 해야 됩니까. 왜 공포를 느끼면서 이사회를 해야 됩니까?"

유재천 이사장 : "이 이사께서 말씀하신 거기에 대해서, 예?"

남윤인순 : "왜 공포를 느끼면서 이사회를 해야 되죠? 무리하게 왜 이사회를 소집하셔서 이런 일을 만드시죠?"

유재천 : "아니, 이런 일을 내가 만든 게 아니고."

남윤인순 : "이렇게 만약에 개별적으로 하면 이사회를 연기하면 되죠."

유재천 : "어떻게 이사장이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이런 상황을 예측하면서 소집합니까."

남윤인순 : "그런 상황에 부딪쳤으면 그럼 연기하시면 되죠. 무리하게 왜 이렇게 다 들어오지도 못하는 것을 어렵게 들어와서 합니까."

유재천 : "연기 요구도 회의를 한 다음에 해야죠."

유재천 이사장의 "연기 요구도 회의를 한 다음에 해야 한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요즘 말로 그도 멘붕 상태였던 것 같다. 이때 권혁부 이사가 등장한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다음 호에 계속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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