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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방송작가 778명 "<피디수첩> 대체작가 거부"

방송4사 및 외주제작사 작가 대부분 동참... 서명운동 벌인 지 나흘만

등록|2012.07.30 16:39 수정|2012.07.31 10:22

▲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에서 해고된 이김보람 작가(왼쪽)가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피디수첩>의 메인작가 6명이 전원 해고된 가운데, 방송4사(KBS·MBC·SBS·EBS) 및 외주제작사 소속 시사교양작가들이 <피디수첩>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시사교양작가들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피디수첩> 해고 작가 6명을 대체하는 작가로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시사교양작가 및 제작진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승호 전 PD를 비롯한 전·현직 <피디수첩> PD들도 함께해 작가들의 집필 보이콧을 지지했다.

참가자들은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학살, 방송 죽이기 결정판', '<피디수첩> 대체작가 거부' 등의 피켓을 들고 해고된 작가들을 지지했다. 해고 작가들은 이들의 지지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BC구성작가협의회는 지난 26일 '<피디수첩> 작가 전원 축출 규탄 기자회견'을 연 이후 시사교양작가들을 대상으로 대체작가 거부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그 결과 778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이는 국내 방송에 종사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방송4사(KBS, MBC, SBS, EBS) 구성작가협의회 및 외주제작사 소속 시사교양 작가들이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고 부당하게 해고된 PD수첩 작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위해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최미혜 구성다큐연구회 회장은 "방송4사에 소속된 시사교양작가가 약 500명인데, 외주제작사 등의 작가들이 직접 서명을 보내줘 더 늘게 됐다"며 "수많은 작가들이 동참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피디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준 <피디수첩> PD는 "이번 메인작가 해고 결정에는 PD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노력과 헌신이 이렇게 버려지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작가와 일하느냐가 프로그램의 질을 결정하는 만큼 이번 해고 통지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디수첩>에서 12년 동안 일하다가 해고당한 정재홍 작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등포 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냈다"며 "개인의 문제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한국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기만하고 언론의 자유를 뺏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앞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도 정상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해고된 작가들이 전원 복귀되고 방송작가를 직업으로 제대로 인정해줄 때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응원 메시지 보내

▲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에서 해고된 정재홍 작가(왼쪽)가 참가자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이날 778명의 구성작가들은 해고된 6명의 PD 수첩 작가들이 전원 복귀할 때까지 연대하며 대체 작가에 지원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 유성호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피디수첩> 해고 작가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SBS <신사의 품격>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며 "작가님들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고 응원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SBS <싸인>의 대본을 썼던 장항준 작가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돼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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