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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잘하는데 몸은 부실한 카메라... 갈등되네

[오마이뷰] 펜탁스 새 아웃도어 DSLR 'K-30'... 보급형 외관에 중급형 성능

등록|2012.08.01 11:21 수정|2012.08.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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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옌 로벤이라는 축구 선수가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 최정상급 윙어이자 공격수 중 하나다.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유럽의 특급 축구클럽들을 거쳐 지금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FC 바이에른에서 뛰고 있다. 이 선수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잦은 부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유리 몸'이다. '유리 몸 로벤'.

펜탁스의 새 보급형 렌즈교횐식디지털일안반사카메라(DSLR)인 K-30을 보름간 써 보고 내린 결론은 'DSLR계의 아르옌 로벤'이라는 것. 중급기에 비춰도 전혀 손색없는 카메라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비해 다소 부실한 바디. 이게 K-30의 특징이다.

펜탁스의 새 '하극상 카메라' K-30

▲ 펜탁스사의 DSLR K-30. 방진, 방적에 생활방수를 지원한다. 함께 제공되는 번들렌즈는 그런 기능이 없어서 뚜껑을 닫았다. ⓒ 김동환


DSLR은 전자제품이다. 그리고 전자제품은 대개 최근에 나온 것이 좋은 성능을 자랑하기 마련이다. DSLR 회사들은 그래서 보급기와 중급기, 플래그쉽(최상위 모델) 등 '라인'을 구분해서 제품을 내놓는다. 최근에 나온 보급기가 이전에 나온 중급기 성능을 뛰어넘지 않도록 적절한 안배를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가끔 상위 라인에 근접할 정도로 엉뚱하게 좋은 성능을 가진 '하극상' 카메라들이 출시돼 DSLR 생태계를 교란한다. 펜탁스가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K-30이 바로 그런 경우다.

K-30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카메라로서의 기본기에서 나온다. '잘 보이고', 내가 찍고 싶은 '결정적 순간'을 잘 잡아준다. 우선 카메라를 잡고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100%에 근접한 높은 시야율을 가진 펜타 프리즘 뷰파인더 때문이다.

피사체를 정하고 초점을 잡기 위해 셔터를 살짝 누르면 누름과 동시에 만족스러운 속도로 렌즈가 돌아가며 '그그-삑' 소리와 함께 자동 초점잡기(AF)가 이뤄진다. 새로 개발된 'SAFOX IXi+' AF 모듈의 효과다.

찍은 사진을 출력해보면 펜탁스 특유의 진한 색감과 함께 대형 이미지 센서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K-30에는 가로 23.7mm, 세로 15.7mm인 큼지막한 크기의 1620만 화소 APS-C 타입 이미지 센서와 펜탁스의 최신 이미지 엔진인 PRIME M이 탑재됐다.

▲ 여수항 부근. 다른 보정없이 크기만 줄인 사진으로 펜탁스 특유의 진한 색감을 엿볼 수 있다. ⓒ 김동환


특히 PRIME M은 감도(ISO) 100~12800을 기본으로 25600까지 지원한다. 카메라가 높은 감도를 지원할수록 사용자는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번들킷으로 제공되는 18-55mm 렌즈로도 무리 없는 사용이 가능한 이유다.

최고 셔터 속도도 1/6000초로 특수 촬영이 아닌 이상 충분한 수준이다. 연사속도도 초당 6장으로 고속 연속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동영상 촬영은 중급기인 상위 기종 K-5에 비해 되려 낫다. 풀 HD 해상도로 1초에 30프레임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동영상 촬영 중에도 AF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다.

이밖에도 노출이 다른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합성시켜서 강하고 진한 느낌의 사진을 만드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이나 손떨림 방지기술, 19종에 달하는 디지털 필터 등이 카메라 바디에 탑재됐다. 사진을 찍기 전에 채도, 선명도, 콘트라스트, 밝기, 색 밸런스 등 다양한 파라미터 설정이 가능하며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한 장에 넣는 다중 노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런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바디가 99만8000원, 18-55mm 렌즈킷이 106만 8000원이다. 가격 대 성능 비 면에서는 올해 나온 DSLR 카메라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강력한 성능, 플라스틱 바디에 담아 아쉬워

▲ 펜탁스 K-30의 뒷면. 중급기인 K-5와 비슷한 조작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현재 표시되는 화면은 메뉴화면과는 별도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아이콘 식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 김동환


문제는 이 우수한 성능을 마그네슘 합금 바디가 아닌 플라스틱 바디에 담았다는 점이다. 중급기가 아니라 보급기이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K-30은 '아웃도어 카메라'를 표방하고 있는 제품이다. 어느 곳이든 야외에서 사용자가 원할 때 필요한 촬영기능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K-30의 외관을 덮고 있는 유광 플라스틱 재질은 충격에 약할 뿐더러 거친 면에 닿으면 마모되기 쉽다. 카메라를 떨어뜨려 본 경험이 있는 DSLR 사용자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단점이다. 실제로 기자도 이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에 리뷰기간 내내 갈등했지만 취재현장에서 쓰기는 두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카메라를 잘 관리하는 사용자라면 해당되지 않는 단점이다.

물론 완벽에 가까운 방진·방적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아웃도어 카메라라는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카메라를 물에 담그지만 않는다면 방수도 가능하다. K-30은 렌즈 마운트 주변과 배터리 뚜껑 등 주요 부분에 고무로 실링 처리를 해 여간해서는 물이 카메라 내부로 스며들지 않는 구조다. 내한 기능도 있어 영하 10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세로 그립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중급기를 염두에 둔 소비자들의 손길을 멈칫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세로그립은 보통 카메라 하단 배터리 아랫 부분에 부착하는 것으로 세로 사진을 안정감 있게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같은 '하극상 카메라' 계열인 니콘의 D7000과 캐논의 EOS 60D는 세로그립을 지원한다.

K-30은 저장 매체로는 SD, SDHC, SDXC 메모리를 사용한다.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1회 완충으로 480장 촬영이 가능하며 야외에서 배터리가 떨어질 경우 AA형 배터리 4개를 전원으로 쓸 수 있다. 국내 출시 색깔은 블랙, 화이트, 블루의 세 가지다.

▲ 여수항. K-30으로 찍고 사진 크기만 줄임. ⓒ 김동환


▲ 종로구청 앞. K-30으로 찍고 사진 크기만 줄임. ⓒ 김동환


▲ 국회의사당 앞. K-30으로 찍고 사진 크기만 줄임. ⓒ 김동환


▲ 종로구청 앞. K-30으로 찍고 사진 크기만 줄임.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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