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설용병' 키우는 게 MB정부 일자리 대책?

국내에 민간군사기업 10여곳 성업... "안보와 치안 서비스까지 민영화" 우려

등록|2012.08.02 09:33 수정|2012.08.02 10:36

수력방어특수차량컨택터스측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수력방어특수차량 ⓒ 컨택터스


지난달 27일 파업 중인 자동차 부품업체 SJM 노조원들을 폭행, 유혈사태를 빚은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군사기업이란 교전, 전략 입안, 첩보 활동, 위험 평가, 작전 지원, 군사 훈련 등 광범위한 군사·안보 서비스를 계약자에게 제공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체로 정의된다.

해운선박경호경비와 해외경호요원파견, 해외경호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컨택터스 홈페이지에는 아프간에서 네팔 용병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해 놓고 있다. 특히 이들은 "총기류와 탄약 및 선박 내외의 무장에 필요한 무기들은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원활한 조달이 가능하다"며 '수력방어 특수차량', '무인헬기항공채증장비'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008년부터 아프간 바그람 지역에 경호요원을 파견하고 주재 공관의 경호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이를 위해 해군 특수전 부대인 UDT/SEAL 출신 예비역들을 채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민간군사기업 10여 개 활동 중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민간군사기업은 블렛케이, 인텔엣지 등 10여 개 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4월 설립된 블렛케이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태화산업개발에 발주한 발전소 공사현장 경비, 재향군인회 해외사업단의 물류 호송 경비 등을 맡았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해외 파병경험이 있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프간에 진출한 블렛케이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 차리카르시 지방재건팀(PRT) 기지 근방에서 사격연습 중인 블렛케이 직원들. ⓒ 블렛케이


인텔엣지는 지난 2009년 카타르 정부의 폭동진압부대 훈련용역을 국제입찰로 따내 현지에서 카타르 정규군을 대상으로 시위·테러 진압 전술 등을 교육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교관단은 전·의경 출신 예비역들이었다.

최근에는 이라크, 아프간, 리비아 등 치안이 불안하지만 대규모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호·경비 등 민간군사기업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위험지역에서 수주한 건설 공사 비용의 5~10%는 현지 경호비용으로 책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민간군사기업 시장규모는 연 3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민간군사기업 시장이 2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방위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정부는 미래 신성장 동력 및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방위산업 및 무기 획득체계 전면개편을 담은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도로 국방부·방위사업청·지식경제부·기획재정부가 10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이 구상의 핵심 중에는 민간군사기업 활성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대통령 보고에서 "민간군사기업 활성화를 통해 국방 민간위탁과정에서의 절감인력에 대한 직업안정문제를 해결하고 정보기술(IT) 분야 등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을 국방에서 상시 활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곽 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정비, 수송, 군사자문 등 전투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군사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런 군사기업은 국방 민간위탁 과정에서 절감된 인력에 대한 직업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전역군인, 청년 등에 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테러와의 전쟁, 민간군사기업 특수(特需) 불러와

민간군사기업은 자국민 보호와 부족한 병력 보충을 위해 고대부터 사용되어 오던 용병제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현대적 민간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발전해왔다.

전통적인 용병부대와 민간군사기업은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실제 하는 일은 차이가 있다. 고용된 용병은 계약자를 위해 전투력을 제공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지만 민간군사기업에 소속된 민간청부인은 원칙적으로 개인이나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는 보안(Security) 업무를 담당한다.

또 민간군사기업에 고용된 민간청부인은 국가의 정규군에 속해 있으면서 군법의 적용을 받는 프랑스 외인부대나 영국 구르카 부대와는 신분상 차이가 있다.

민간군사기업은 실제 전투에 참가해 군수 지원 업무를 맡는 군사 공급기업과 전쟁에 대한 전략 자문·군사 훈련 등의 업무를 지원하는 군사 자문기업, 그리고 정규군이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자 지원, 청소, 식사, 세탁, 경비 등을 맡는 군사 서비스제공기업 등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군사기업의 숫자와 국적은 정확하지 않지만 현재 약 600여 개의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군사기업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200여 개 대학의 학생군사교육단(ROTC) 프로그램을 이미 민간군사기업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특히 9·11 테러와 뒤이어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은 민간군사기업 특수(特需)로 작용했다.

블랙워터이라크에서 요인 경호를 하고 있는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 직원들 ⓒ Blackwater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현 Xe)와 다인코프 등은 이들 전쟁에서 미 정부와 대규모의 계약을 맺고 군수품 병참과 주요 인사 및 시설물 경호 등의 업무를 대행했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3월 기준, 이라크와 아프간에 투입된 민간군사기업 인력은 총 6만 8195명으로 이는 당시 현지 주둔 미군 숫자보다 많았다. 이들이 맡은 업무도 취사, 운전, 세탁, 청소 등 단순노동에서부터 전투차량과 항공기 정비, 기지 건설, 요인 경호·시설 경비 등의 보안, 통역, 포로 심문, 신병 훈련, 경찰관 양성 등 광범위하다.

민간군사기업의 급부상은 미 정부의 전쟁비용 감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규군에 대한 교육·훈련비용, 연금지급, 전쟁부상자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들을 감안하면 민간군사기업과의 계약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군사기업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아

민간군사기업이 급성장한 과정을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터 싱어 선임연구원은 "군사업무의 민영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되어 버렸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들이 정작 자국 군대의 인명피해는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에 민간군사기업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쟁의 민영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엄격한 규율에 의해 움직이는 정규군도 전쟁 양상에 따라 민간인 학살·포로 학대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할 수단이 미약한데, 돈에 의해 고용된 민간청부인이 대거 전쟁에 투입될 경우 이로 인해 파생될 인권탄압과 탈선 등의 문제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0년 6월 30일 아프간 파르완주 차리카르시에서 발생한 한국 지방재건팀(PRT) 기지 공사현장에 대한 로켓포 공격은 블렛케이가 고용한 현지 경호인력이 벌인 자작극이었던 사실이 정부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또 1990년대 다인코프에 소속된 민간청부인들이 옛 유고연방 지역에서 미성년자 강간과 인신 매매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샌드라인 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평화유지 업무를 맡으면서 동시에 유엔의 금수조치를 어기고 반군들에 무기를 밀매하다 적발되는 등 민간군사기업의 부도덕한 이중거래가 국지전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국제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으로 국가가 맡아왔던 안보와 치안 영역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맡기는 것은 도덕적·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은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공권력을 민간 회사에 맡긴다는 발상은 아주 우려스럽다"며 "별 논의도 없이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기업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또 "실제로 이들이 자신의 주장대로 방어적 경호업무만 수행하는지, 추후에 미국식의 거대 민간군사기업으로 변질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국민 보호 의무를 민간에 위임하는 것은 스스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