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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제주 이 집, 맛집으로 뜰 수 있을까요?

등록|2012.08.03 13:42 수정|2012.08.03 13:42

▲ 신선한 야채와 젓갈 ⓒ 김종길


여행을 가면 먹는 게 사실 고민 중의 고민입니다. 정말 맛있는 집이 있으면 여행이 한층 즐거워지겠지만 그런 집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피서철이 되면 턱없이 비싼 음식 가격은 어떻고요. 사실 제일 좋은 건 그 지역 토박이들이 자주 가는 집을 찾으면 값도 저렴하고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식당을 고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7일,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제주 시내로 나갔습니다. 딱히 정한 곳도 없고 미리 알아본 곳도 없어 우연히 들른 곳이 '동도원'이라는 식당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한적한 골목길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식당이더군요.

▲ 우연히 들른 동도원의 정식 1만 원 상차림 ⓒ 김종길


근데 음식을 주문하고 상차림이 시작되자 놀랐습니다. 1인분에 1만 원하는 정식을 주문했는데 반찬이 쉴 새 없이 나오더군요. 고등어조림, 옥돔구이, 해물뚝배기가 메인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가지나물, 취나물, 곤드레, 참취 장아찌 등 10여 가지의 나물이 나왔습니다.

"상차림은 일단 좋은데...."
"상차림도 좋지만 맛도 좋습니다."

혼자 중얼거렸는데 언제 들었는지 주인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먼저 고등어조림을 먹어보았습니다. 역시 제주도답게 싱싱한 맛이 아주 깊숙한 곳에서 올라와 혀끝에서 느껴졌습니다. 고등어를 야채 쌈에 싸서 먹으니 채소의 싱싱함이 더하여 한층 더 맛납니다.

▲ 정식에 나온 고등어조림 ⓒ 김종길


▲ 제주도에서 제사상에 꼭 오른다는 '돼지적갈' ⓒ 김종길


음식 중에서 특히 여행자의 눈길을 끈 게 있었는데 바로 돼지꼬지구이였습니다. 산적처럼 꿴 돼지꼬지구이가 낯설어 주인에게 그 정체를 물었습니다. 주인 최혜란 씨의 말에 따르면 제주에선 '돼지적갈' 혹은 '돼지고기적'이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일종의 산적인데 제주도에선 제사상에 꼭 오른다고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두툼하니 큼직하게 썰어서 팬에 지글지글 익혀 꼬지에 꿴다고 합니다. 양념이 미리 된 것을 구워 고소했습니다. 이 구운 돼지고기를 젓갈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한결 더 좋더군요. 살코기뿐만 아니라 돼지껍데기도 있었는데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다만 기름기가 많은 게 흠인데, 나물과 같이 먹으니 조금은 느끼한 맛이 가시더군요. 같이 온 일행은 이 '돼지적갈'이 별미라며 별도로 주문을 더했습니다.

▲ 옥돔구이 ⓒ 김종길


제주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것 중의 하나인 옥돔구이도 나왔습니다. 바싹하게 구워진 살이 제법 도톰한 것이 고소하니 담백했습니다. 1만 원이라는 가격에 고등어조림과 옥돔구이가 나오는 것만 해도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해물뚝배기에도 해물이 가득했습니다. 다만 조금은 맵고 칼칼한 맛이었습니다. 강한 매운맛은 아니었습니다만,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이겠지만 조금은 맵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

▲ 해물뚝배기 ⓒ 김종길


▲ 10여 가지의 나물들이 나왔다. ⓒ 김종길


10여 가지가 넘는 나물들은 맛났습니다. 메인 음식인 고등어조림, 옥돔구이, 돼지적갈, 해물뚝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을 나름 잘해내고 있었습니다.

일행이 모두 일곱이어서 정식 4인분에 갈치조림도 맛보기 위해 4만 원짜리로 별도로 주문했는데, 역시 싱싱했습니다. 도톰하면서도 부드러운 갈치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이 집의 특징이 있다면 시래기와 같이 끊여 나온다는 점입니다. 시래기를 쭉쭉 찢어 고슬고슬한 밥 위에 올려 갈치조림과 같이 먹으니 그 또한 별미입니다.

▲ 갈치조림 ⓒ 김종길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주인 최혜란 씨가 다가와서 맛이 어떤지 공손히 물었습니다. 구성도 좋고 맛도 좋은데, 매운맛이 다소 강하고 입맛에 따라서는 약간 짜게 느낄 수도 있겠다고 솔직히 말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만족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같이 간 일행은 모두 만족해했습니다. 다만 저와 아내는 그 매운맛 때문에 조금 갸우뚱했습니다. 물론 입에 거슬릴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만 극복하면 분명 맛집으로 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곤드레나물 ⓒ 김종길


식사를 하는 동안 외지인들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말투로 봐도 그렇고, 주인에게 여쭈어 봐도 제주도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시더군요. 아직은 덜 알려진 곳인데 알음알음 소문은 난 모양입니다. 우연히 들른 이 집, 과연 맛집으로 뜰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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