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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같이 솟은 흙기둥, 골프장 묘지 훼손 너무 심각해

홍천군 동막리 골프장 공사 현장, 일부 묘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등록|2012.08.04 11:46 수정|2012.08.04 11:48

▲ 묘지 주변 땅을 심하게 깍아내면서 묘지가 마치 탑처럼 높이 솟아 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묘한 풍경이다. ⓒ 원주녹색연합


강원군 홍천군 동막리의 한 골프장 사업장에서 공사 현장 안에 있는 묘지를 일방적으로 훼손한 사실이 드러나 유족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골프장 측은 "유족들에게 이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는 공사를 지체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유족 측은 "사업주가 묘지가 속한 문중 땅을 매입한 것 자체가 무효"라며 "묘지 훼손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도민대책위원회)는 3일 "동막리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15기 정도의 유연고 묘지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범도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에서 7월 중순에 걸쳐 일부 묘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일부 묘지는 사람 키를 훨씬 넘는 탑 같은 흙기둥 꼭대기에서 묘지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라진 묘지들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 묘지 주변의 흙을 깍아낸 흔적. 가운데에 비석이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 원주녹색연합


이번에 묘지를 훼손당한 땅은 오씨 문중의 땅이다. 대다수 종친들은 애초 이 땅을 골프장 사업주에게 매각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런 와중에 골프장 사업주가 종친 160여 명 중 일부인 30여 명을 설득해 토지를 매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오씨 종친 100여 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소수의 종친이 일방적으로 토지를 매각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오씨 종친들은 그동안 골프장 사업주가 사들인 것으로 되어 있는 문중 땅 안에서 조상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종친들은 우선 사업주의 이장 요구를 거부했다. 그리고 홍천군청과 사업주에게 '조상묘가 파헤쳐지거나 훼손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요지의 내용증명을 3회에 걸쳐 보내는 한편, 홍천군청에는 묘지 연고자 신고까지 해두었다. 그런데도 이 모든 노력들이 한순간에 허사가 되고 말았다.

▲ 묘를 파헤치면서 나온 유골이 땅 위에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다. ⓒ 원주녹색연합


오씨 종친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동막리 골프장 개발 현장 내 묘지 피해는 사라진 유연고 묘지가 4곳, 사업자에 의해 붕괴되거나 침수된 묘지는 10기"이다. 그리고 "일부 무너진 묘지에서는 유골이 외부로 드러나는 심각한 상황"이다. 종친들은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40조, 27조 등과 형법 제160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묘지가 마구잡이로 훼손된 사실을 확인한 유족들은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업주에게 즉각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사업주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에 판단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도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동막리 골프장 개발 현장은 이미 2011년 8월에도 주민 정아무개씨 조부의 합묘(2기)를 일방적으로 훼손한 사실이 있으며, 무연고묘 약 40기를 불법 화장하고 그 뼈를 그냥 주변에 뿌리는 등 '장사 등에 관한 법률'를 위반해 말썽이 된 바 있다.

골프장 측은 당시에도 "(정씨 조부의 묘지 훼손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해 유족들의 분노를 샀었다. [관련기사 : 벌초 갔더니, 200년 된 조상묘가 파헤쳐졌다]

▲ 묘지가 주변 땅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는 것을 유족들이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다. ⓒ 원주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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