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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땅 290km에 새긴 외침은 "해군기지 NO"

불볕더위 녹인 강정평화대행진단 5박 6일 평화순례 마무리

등록|2012.08.04 21:00 수정|2012.08.04 21:00

▲ 강정평화대행진을 마무리하는 4일,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왼쪽)과 고권일 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이 행렬 선두에서 '해군기지 반대' 구호를 외치며 격려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동진.서진 행렬을 이끌었던 두사람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노란색 평화의 물결이 끝없이 이어졌다. 제주해군기지 전면 백지화를 부르짖으며 제주섬 290km 해안에 평화의 길을 낸 '강정평화 대행진단'이다.

아빠 엄마의 손을 맞잡은 어린이들에서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종교계 성직자와 장애인, 외국인,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전국 팔도의 각계각층이 물들인 노란색 물결로 4일 오후4시 제주시청 앞 대도로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 측 추산 1500명, 경찰추산 1000명이었다.

지난 7월30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출발, 제주 해안선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 동진·서진으로 도보행진한 평화대행진단은 290km의 순례를 마치고 4일 오후 4시 제주시 8호광장(옛 세무서 사거리)에서 합류, 제주시청 앞에서 다시 탑동광장을 향해 행진을 벌였다.

탑동광장을 향해 출발 전, 제주시청 앞에서 가진 출정식을 통해 평화순례 대행진단은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제주를 생명과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가려고 마음을 모아 강정 평화대행진을 가졌다"며 "군사기지나 난개발이 아닌 평화의 섬, 제주를 미래에 물려주기 위한 평화의 발걸음에 다함께 참여해달라"면서 시민들께 호소했다.

▲ 강정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조계종 자정과 쇄신 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제주출신의 도법스님은 강정마을 해군지지 반대운동 초기부터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비폭력 평화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강정평화대행진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이날 출정식에서 조계종 자정과 쇄신 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길을 걷는 사람"이라며 "부처님께서는 싸움과 대결의 씨앗으로는 결코 평화의 싹이 자랄 수 없다 하셨고, 오직 평화의 씨앗과 평화의 거름으로만 평화의 꽃이 필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저도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굳건한 평화의 길을 함께 걷겠다"면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행진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도 기자에게 "이번 평화대행진을 통해 확실한 희망을 보았다"며 "일주일간의 평화순례가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강정마을의 평화를 앞당기기 위한 확실한 희망을 발견하는 대단히 뜻깊은 순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회장은 또, "평화대행진을 시작한 후 하루하루 행렬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특히 전국 각지에서 각계의 분들이 동참하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확실히 '이겼다'고 느꼈다"면서 "이젠 모든 분들의 뜻을 모아 잘 정리해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날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은 강정마을 '일강정 민속보존회'의 풍물놀이를 선두로 5시 시청앞을 출발, 오후6시부터 탑동광장에서 열리는 '강정! 평화를 노래하다'라는 주제의 '제13차 해군기지 백지화를 촉구하는 전국 집중행동의 날' 행사장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화대행진단은 탑동광장으로 향하면서 시민들에게 "강정마을을 사랑해주세요" "오늘 저녁, 탑동에서 만나요" 등의 함성을 보내거나, '강정평화대행진을 마치며 제주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나눠주기도 했다.

시민들은 가마솥 같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내내 밝은 표정으로 행진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저녁 '강정! 평화를 노래하다' 행사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가수 안치환, 들국화, 사이밴드 등이 공연을 갖는다.

▲ 강정평화대행진 ⓒ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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