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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박근혜 "아무리 때려도 내 갈 길 바빠"

5·16 발언, 사생아, 공천헌금 파문... 대권가도 '이상 무?'

등록|2012.08.05 21:54 수정|2012.08.06 00:11

▲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정책토크를 마친후 2030세대와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뭐, 이렇게 저렇게... (저를) 비난을 하고, 과거를 끄집어내서 때리고 그래도 저는 어떻게든 제 갈 길이 바쁜 거죠."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담담했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그의 두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5·16 옹호' 발언, '사생아' 비방, '만사올통' 논란, '공천헌금' 의혹 등에 이어 야권의 유력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상으로 지지율마저 휘청였지만, 정작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 의원은 "어떤 일을 이룰려면 이런다고 해서 이렇게, 저런다고 해서 저렇게 하면서 너무 사방에 신경을 쓰면 한 가지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20대 경선 선거인단 대상 '정책토크'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의 티타임에서 나온 말들이다.

"없는 자식 있다는 얘기 하면 멘붕"

사실 티타임에서 20대의 한 청년이 박근혜 의원에게 던진 질문은 이런 거였다.

"(과거를 생각하는) 부모님 세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이유로 저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아직 그렇지 않다. 지금 새로운 세대에게 과거의 스토리가 아닌 메인으로 들려줄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나?"

그러나 질문을 받은 박 의원은 '새로운 스토리'보다는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는 "저는 사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그걸 생각할 시간도 없다"며 "지금 현실의 문제, 어떻게 하면 밝은 미래를 만들까, 이 얘기를 하고 싶고, 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작심이라도 한 듯 "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과거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그걸 끄집어내 가지고 그걸로 막 때리려고...(한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청년들은 앞서 있었던 '정책토크'를 상기시키며 "그래서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로 황당한 일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를 말하는 은어)이 오신 거죠"라고 호응해줬다. 앞서 '정책토크'에서 한 패널이 박 의원에게 "언제 멘붕 상태가 되느냐"고 물었고 박 의원은 "진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믿었던 사람이 뭔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가 됐다거나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된다"고 답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수억원의 돈이 오갔다는 '공천헌금' 파문을 두고 한 말이다.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은 '친박 실세'로 불렸다. 비박주자들이 경선 일정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박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사실 여부를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저를 공격하면 이것도 멘붕이 된다"며 이들 비박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정책토크를 마친후 2030세대와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박 의원은 더 나아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하면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의원의 출산설을 제기한 <월간중앙>은 결국 "근거 없는 음해성 유언비어"라고 정정 보도를 냈다. 박 의원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지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멘붕'이라는 표현을 빌려 유쾌하게 받아넘긴 것이다.

박 의원은 이어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태에서 그냥 멍 때리고 있으면 끝이 안 난다"며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원칙과 순리대로 잘못된 점은 고치고 보완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뜬금없이 왜?... 당 망치는 일" 비박 주자 맹비난

대권 가도에서 제기되는 많은 비판, 비방, 음해 등에 대해 단호히 맞서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는 당내 대선 경선 현장 곳곳에서 엿보였다.

지난달 24일 경선 주자들의 첫 TV 토론, 예상대로 비박주자들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박 의원은 오히려 평소보다 큰 목소리와 빠른 말투로 강경하게 맞섰다.

김문수 경지지사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박 의원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를 두고 "만사올통"이라고 비판하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알아보니 검찰에서 문제가 된 것은 없다고 한다"고 받아쳤다. 이어 "자꾸 대립을 말하는데 대립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김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임태희 전 비서실장이 박 의원의 5·16 옹호 발언을 문제 삼자, 이번에는 "제 발언에 찬성하는 분이 50%를 넘었다"며 "50%가 넘는 사람이 잘못된 국민이니까 버리자는 얘기가 되는데 그러면 통합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틀 뒤에 광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아예 자신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들고 나왔다. 캠프에서는 군부 독재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에게 제기되는 '역사의식'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5·16 옹호' 발언 논란에 이어 곧바로 터진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비박 주자 3인이 '공천헌금' 의혹을 고리로 끝내 경선을 보이콧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자칫 대선 경선이 본인의 추대식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분명 그에겐 악재였고, 일각에선 "박 의원의 정치적 위기"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일 밤 비박 주자들의 TV토론 불참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망치는 일"이라며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앞서 비박 주자들의 '황우여 당 대표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뜬금없이 왜"라고 일축했다. 결국 '박근혜 사퇴론'까지 제기했던 비박 주자들은 5일 밤부터 경선에 복귀했다.

"아무리 얻어맞아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도 뭐, 아무리 얻어맞아도 그냥 저는... 사람이 그런 것 같다."

박근혜 의원은 이날 '정책토크' 직후 티타임에서 '과거가 아닌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 달라'는 요구를 대신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말했다.

"저에게는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이건 제가 어떻게든 이루겠다, 그런 결심을 가지고 계속 생각을 하고……."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는 5년 전 '박근혜'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이번 대선에 나서면서 내세운 슬로건은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다. 박 의원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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