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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에 날리는 하얀가루..."살기 괴로워요"

[르포] 조선소 있는 여수 마상포 주민들, 피부 가려움증과 두통 호소

등록|2012.08.07 15:18 수정|2012.08.07 18:55

마상포일출이 아름다운 마상포입니다. FRP 조선소가 눈에 걸립니다. ⓒ 황주찬


"바람 불면 조선소에서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먼지가 집안으로 날아와 온몸이 따갑습니다. 아이들 피부 가려움증이 심각하죠. 이런 상태로 18년을 버텼습니다. 더이상 조선소를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3년만 하고 그만둔다고 말한 지가 18년째입니다."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마상포 주민은 더이상 못 참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마상포 바닷가에 위치한 신우조선소에서 날아온 유리섬유 때문에 온몸이 따갑고, 집 안으로 들어온 화학냄새로 하루종일 두통이 난다고 호소합니다. 신우조선소는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를 재료로 배를 만드는 곳입니다. FRP 선(船)이란 외면에 합성수지 바른 유리섬유를 붙여 만든 배입니다.

다도해마상포 앞바다에서 바라본 다도해입니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 참 멋있겠지요? 해변에 폐목만 없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 황주찬


식물흰 가루에 뒤덮인 식물입니다. 작업장 뒤편으로 돌아가니 하얀 가루가 잔뜩 쌓인 풀밭이 펼쳐져 있더군요. ⓒ 황주찬


하얀 가루FRP 조선소 작업장 뒤편입니다. 설마 하얀가루가 밀가루는 아니겠지요? ⓒ 황주찬


지난 6일 오전, 여수시청 기후환경과 공무원과 함께 전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마상포를 찾았습니다. 신우조선소 근처, 20여 세대가 사는 마을 바닷가 주민은 배를 만들면서 날아온 '유리섬유' 때문에 온몸이 가려워서 못살겠답니다. 또, 먼지와 냄새, 그리고 작업장 소음 때문에 괴롭답니다. 급기야 마을 주민은 펼침막을 내걸고, 조선소를 옮기라고 하고 있습니다.

신우조선소는 우두리 마상포에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에 있습니다. 일출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실 여수 바닷가는 어느 곳이나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해양을 주제로 한 여수세계박람회가 마상포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바닷가에 있는 신우조선소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배를 만드는 소리가 요란하죠. 공장 바닥에는 곳곳에 하얀 가루가 쌓여 있습니다. 비산먼지를 막는 방진막은 오래돼서 너덜거립니다. 작업장 밖에는 정체 모를 흰 가루가 날려서 풀을 덮었습니다.

조선소에서는 유리섬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바람에 날려서 햇빛에 반사되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가루가 몸에 닿으면 콕콕 찔러댑니다. 또,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더 고통스럽습니다.

"3년만 하고 그만 하겠다" 말한 지 벌써 18년...

펼침막마상포 주민들이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 황주찬


유리섬유배에 바를 유리섬유를 담은 통입니다. 해변 곳곳에 이런 통들이 나뒹굽니다. ⓒ 황주찬


집진시설분진이 생기면 이를 모으는 집진시설입니다. 가동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작업할 때 불편하답니다. ⓒ 황주찬


신우조선소를 찾았더니, 자갈이 아름다운 마상포 해변과 작업장 주변이 온통 유리섬유로 가득하더군요. 유리섬유 바를 때 썼던 붓과 사각 철제 통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유리섬유는 갯벌에 스며들면서 바다를 심하게 오염시킵니다. 해양생물 몸에 들어가 오래도록 남지요.

이런 위험한 물질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업주는 해양오염과 마을 주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주문받은 배를 만드느라 정신없더군요. 대기환경보전법 제34조 1항에는 비산먼지 발생하는 사업장은 먼지 억제를 위해서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필요한 조치도 취해야 하고요. 사업주는 배를 만들면서 이런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비산먼지를 막을 집진 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현장 책임자는 "작업하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동식 집진 시설을 설치해 놓고 불편함을 이유로 가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야외에서 작업하면 하얀 가루와 유리섬유가 바람에 날려 인근 마을까지 퍼집니다. 해변에 쌓이는 일은 당연하고요. 특히, 걱정되는 일은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조차 분진마스크가 아닌 일반 천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마상포 주민은 피부 가려움증과 악취로 두통을 호소한 지 수년 째랍니다. 허가 서류를 보니, 이 사업장은 2003년부터 이곳에서 배를 만들었습니다. '신우조선 재계약 반대 및 철거 원상복구촉구 마상포 주민협의회' 대표를 맡은 강태성씨는 "신우조선이 이곳에서 '3년만 영업하고 그만하겠다'고 말한 지 벌써 18년째"라고 말합니다.

아이들 피부 가려움증과 두통 호소... 참다못해 들고 일어났다

쓰레기아름다운 마상포 해변이 쓰레기로 넘쳐납니다. 일반쓰레기가 아닙니다. 유리섬유 등 각종 산업폐기물이 해변에 방치돼 있습니다. ⓒ 황주찬


작업유리섬유를 다루는 작업을 합니다. 방진마스크도 아닌 일반 천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합니다. ⓒ 황주찬


신우조선소는 이런 상태로 어떻게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신우조선이 일을 계속하려면 마상포 사람들뿐만 아니라 마상포가 속한 상동마을 주민 동의도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이 모두 마상포에서 살지 않고, 상동마을에 삽니다.

강태성 마상포 주민협회의 대표는 "조선소가 이장과 어촌계장이 사는 상동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장과 어촌계장은 신우조선소에서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며 "조선소가 계속 영업하겠다며 주민들 동의를 요청하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 강씨는 "상동마을 잔치나 큰 행사가 있으면 조선소에서 후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동마을은 조선소의 후원을 받아 좋겠지만, 코앞에 조선소가 있는 마상포 마을 사람들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악취와 소음, 분진으로 인한 고통을 수년째 받고 있으니까요.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피부가려움증과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참다못한 마을 사람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마상포에서 조선소를 빨리 문 닫으라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은 환경피해를 보며 살 수 없답니다.

안타깝게도 마을 사람들이 나섰지만, 현재까지 FRP 조선소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신우조선은 국가 소유의 마상포 앞바다를 불법으로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소배를 마무리하기 위해 물위에 띄워 놓고 작업을 합니다. 곳곳에 폐기물이 쌓여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상포 해변이 신음합니다. ⓒ 황주찬


'공유수면 점, 사용 허가(국가 소유의 바다와 바닷가를 허가받고 사용하는 일)'가 6월 말로 끝났는데 벌금을 내더라도 영업은 계속하겠답니다. 조선소 측은 "주문받은 배는 완성해야 하지 않느냐"며 강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12월 말쯤 사업장을 옮길테니 그때까지만 참아달라"고 말합니다.

반면, 마상포 주민은 "공유수면 사용할 기간도 끝났고, 주민 동의도 없으니 지금 당장 사업장을 폐쇄해야 한다"며 "18년간 참아왔으면 고통당할 만큼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마상포에서 동쪽 바다를 바라보니, 해돋이가 참 아름답겠더군요. 마을 사람들이 아름다운 일출을 볼 날이 언제쯤 올까요? 18년 동안 피부가려움증과 두통에서 고통받았으니, 이제 멍에를 벗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름다운 마상포가 살아있는 바다로 거듭 태어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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