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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안 낸 장애인활동가들, 자진노역형 택해

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 자진 구속 결의... "부당한 벌금 낼 수 없어"

등록|2012.08.07 21:03 수정|2012.08.07 21:03

▲ 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벌금형을 거부하고 자진구속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벌금을 내지 않은 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이 검찰에 자진 출두해 노역신청을 했다. 장애인 인권활동을 벌이다 각각 30~12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벌금 미납으로 검찰의 수배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수배 중인 이들은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인권운동으로 벌금과 수배를 받은 장애인 활동가들이 스스로 구속을 결의하고 노역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비 월 43만 원인데 벌금이 80만 원"

이들은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에 벌금형을 선고하는 게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8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 확대 시행, 장애등급제 폐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벌금 자체가 장애인에게 부담스럽다는 점도 이들이 자진 노역을 신청한 이유다. 장애인 활동가 대부분은 차상위 계층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들은 정부에서 1인당 평균 40~50원의 생활비를 받는다. 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장애인 활동가에게는 30~120만 원의 벌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노역신청을 한 최용기 서울장애인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기본권을 요구하고 현 장애인 복지정책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시위를 벌였는데, 정부는 벌금으로 이를 제약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10만 원이든 단돈 1만 원이든 부당한 벌금이기 때문에 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노역신청자인 박길연 인천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교장은 "정부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43만 원 받는 내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며 "나는 어디 가서 5만 원도 못 벌어 온다, 차라리 노역 살아 벌금 물고 오겠다"고 말했다. 

"시위 벌이지 않으면 장애인들 권리 요구 잘 안 들어줘"

▲ 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벌금형을 거부하고 자진구속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청사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이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했다. ⓒ 이주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20여 명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하며 이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이러한 점거 농성이나 시위를 벌이지 않으면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 확대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정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보통 벌금을 내지 않으면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장애인이라고 안 된다더라"며 "벌금형 대체 방식마저도 장애인들은 차별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배 중인 8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청사 앞을 막고 있던 경찰 측이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 대동을 막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서울구치소에 구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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