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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두들겨 패라는 회사, 용서 못합니다

SJM 노동자 가족의 울분... 폭행당한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쫓겨나

등록|2012.08.08 16:45 수정|2012.08.08 21:03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이 자동차부품업체 SJM에 들어가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SJM 노조원의 아내가 당시 상황과 현재 심정을 담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부상당한 SJM·만도 노동자들지난 7월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7월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을 들고 있다. ⓒ 최지용


"15년 만에 알았다! 내가 생산한 제품이 자동차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2층 높이 좁은 통로에 있는 노동자를 맞춰 쓰러뜨리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100여 명의 노동자가 저마다 요령껏 피해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여기 저기서 미처 피하지 못해 피 흘리는 동지들이 늘어났다. 계단에 사무실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지만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은 미친 짐승처럼 올라오며 거침없이 머리를 내리친다.

어젯밤 내가 만든 제품이 내 머리에, 내 동료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내 동료의 노동으로 발생한 이익은 용역업체 직원을 불러들이는데 사용되었다. OO형은 내가 만든 제품에 맞아 시내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해 인근 도청 소재지 종합병원으로 실려갔다. 나는, 내 동료는, 왜 15년간 노동했던 이곳에서 피를 흘려야 하는가!

나는 에스제이엠 노동자다. 오늘은 이렇게 쫓겨났지만 정문이 열릴 때까지 이곳에서 투쟁할 것이다. 내 동료와 함께."

SJM에서 15년 일한 내 남편

딸 넷 이후에 귀하게(?) 얻은 외아들이지만 없는 집안에선 그저 노동력일 뿐이었다. 지긋지긋한 농사가 싫어 3만 원 달랑 들고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밤새 달려 도망 온 안산. 이 공장 저 공장을 전전하다 들어간 에스제이엠(SJM). 이곳에서 15년 이상을 일해 집도 마련하고, 결혼도 했다. 내 남편 이야기다.

▲ 2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경기도 안산 SJM공장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정문앞에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난 남편의 촌스런 초록색 작업복과 투쟁 조끼가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늘 공장에서 도망치고 싶어했다. "지긋지긋한 공장에서 또 몇십 년을 일해야 하나, 당신이 돈 좀 벌어서 나 좀 먹여 살려주면 안 될까? 아픈 데도 너무 많고, 밤에 일하는 것도 너무 싫다"고 종종 푸념을 늘어놓았다.

특히 야간에 일하는 건 10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주간 연속 2교대를 합의하고, 그 지긋지긋한 야간 근무가 없어진 첫날. 남편은 밤에 집에서 잘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노사관계는 협력적이고 평화적일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어온 사람, 바로 내 남편. 위에 언급한 글은 그 사람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살아오면서 노래하는 것과 글쓰기에 지독한 콤플렉스가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짧은 글이 나를 울리고 조합원들을 울렸다.

아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멀쩡히 작업복 입고 출근한 남편이 피투성이가 되어 공장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순진한 눈을 가진 아내들이 모였다.

SJM공장 배치된 '컨택터스'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방패를 들고 공장앞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공장 밖에서 며칠 동안 햇볕에 그을려 웃으면 이 밖에 보이지 않는 남편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들은 울었다. 앞에서 울면 혹여나 기죽을까봐 화장실에서 숨죽여 눈물을 훔친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자연스럽게 누군가 가족대책위를 제안했다. 특별히 뾰족한 대책은 없지만, 다친 분들 병문안도 가고 집에서 걱정만 하는 아내들에게 편지를 써서 서로 위로도 해주고, 반찬을 만들어 투쟁 현장으로 나르기도 했다. 

가족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있다. 그 덕에 용역업체 컨택터스 운영자 2명이 출국금지를 당하고, 안산경찰서장이 경질됐다.

노조원들에게 협박 문자 보내는 회사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컨택터스가 아닌 다른 용역회사 직원들이 공장안을 점거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침묵하고 있다. 공장에서 쫓겨난 우리 남편들은 이 뙤약볕에 기약 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폭력을 사주한 회사는 매일 조합원들에게 "불법과 타협하지 않겠다. 기강을 바로잡겠다. 외부세력에 현혹되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들끓는 여론에도 끄떡하지 않는 회사를 보며 우리 아내들의 가슴은, 남편들의 새까매진 얼굴처럼 타들어간다.

▲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의 폭력으로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 SJM공장 주위에 2일 오후 철조망이 겹겹이 설치되었다. ⓒ 권우성


'우리는 한 가족'이라 하면서 새벽에 용역업체 직원들을 투입해 '가족'을 때리라고 사주한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그 새벽 "살려달라"는 외침을 외면한 공권력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우리 가족들은 모인다. '폭력을 사주한 자는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아빠가 다시 현장으로 출근하면 좋겠다'는 게 우리 가족들의 단순한 바람이다. 당한 사람은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가해자는 누군가의 비호 아래 뒤에 숨어 웃고 있다면, 이 어이없는 세상일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줄까.  

처음엔 만나면 눈물바람이던 아내들이 이제 이를 악 물고 울지 않는다. 그러니까 당신들, 남편들도 울지 않으면 좋겠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 기름때 묻히고, 다시 노동할 수 있는 그 날을 우리가 만들어내자.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승리의 드라마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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