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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강제 철거, 박근혜에게 기회일 수 있다

[게릴라칼럼] 여성 후보의 한계 극복하는 전환점 될 수 있어

등록|2012.08.10 16:47 수정|2012.08.10 16:47
나는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그녀의 공약이 후지거나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도 하다.

이는 결국 정치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데, 현재 박근혜 의원 주변에 있는 세력들은 앞서 언급한 가치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다. 돌아온 올드보이 3공, 5공 세력들과 서민 등쳐먹으며 끝까지 국익 운운하는 상위 1% 세력 등등. 아무리 박근혜 개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정치는 그녀를 둘러싼 세력들의 입맛대로 흘러갈 공산이 큰 바, 난 그와 관련된 박근혜 의원의 공약들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사회정치학적으로 남성에 더 가까운 박근혜 의원

▲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 ⓒ 남소연


그렇다고 내가 박근혜 의원의 모든 공약들을 백안시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의원의 공약 중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여성과 관련된 것들인데, 그것만큼은 그녀를 둘러싼 세력들과 별개로 그녀의 입김이 비교적 많이 작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녀는 여성으로서 다른 남성 후보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감정적으로라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비극은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시선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의원이 생물학적으로는 여자이지만, 사회정치적으로는 남성에 가깝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녀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아버지 박정희이며, 그녀를 둘러싼 세력들이 이 사회 마초이즘의 최고봉인 이상,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박근혜 의원 측이 생각해야만 하는 약점 중의 하나는 여성으로서의 박근혜일수도 있겠다. 비록 지금은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대선이 후끈 달아오른다면 박근혜 의원은 보수적인 남성으로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동시에 여성들로부터는 여성으로서 불분명한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공격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주위의 50대 이상 여성들은 박근혜 의원에게서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며 동정심을 보이지만, 40대 이하 여성들은 그녀를 결혼도 하지 않은, 따라서 아이도 길러보지 않은 여성 아닌 여성으로 인식한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평균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정몽준 의원의 유명한 버스비 발언마냥 박근혜 의원이 지닐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라고나 할까.

그럼 박근혜 의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틀에 박힌 정답을 이야기한다고 한들 사람들의 편견은 달라지지 않을 터,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혼에 자식이 없어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대신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여성성을 고민한 뒤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 된다. 미니홈피를 통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을 과시하기 보다, 그녀가 여성이니까 그녀의 발언에 더 공감할 수 있는 뜨거운 이슈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농민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과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육아 이외에 여성성을 최대한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의원에게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추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지키고 있는 마지막 보루, 그곳.

물론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유기농지를 지키는 것이 여성성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에 따라서는 환경의 문제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6일 오전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현장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지에 대한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가운데 민주통합당 이미경, 최재성, 박홍근, 유은혜, 이학영, 박수연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 모두가 생명과 관련된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남성성보다 여성성에 가깝다. 여성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이며, 현대 사회 속에서도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먹거리 등 생명과 관련된 논제에 있어서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의원이 자신의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관련된 이슈의 최전선, 두물머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만약, 박 의원이 적극적으로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호를 외치고 나온다면, 그녀는 현재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에 적극적인 일부 민주통합당 의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지금까지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에 대한 배신인 만큼, 그녀가 행동으로써 보여주고 싶은 진심일 수도 있겠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만약 박근혜 의원이 직접 나서서 두물머리 문제를, 더 나아가 4대강 사업 문제를 풀겠다고 하면 다시 그를 평가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더 깊게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의원에게는 매우 유리한 카드가 있다. 그의 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정치발전위원)의 존재다. 이상돈 교수는 MB정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왔고, 이번 두물머리 문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강제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가 박근혜 의원 옆에 있다는 사실은, 결국 지금까지 위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박근혜 의원이 갑작스레 변한다 하더라도 명분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대선후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이상돈 교수의 조언을 받아 이 문제에 발언을 한다면 이를 비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박근혜 의원은 MB와 각을 세우기 위해서든 아니든 어쨌든 간간히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오지 않았던가.

박근혜 의원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많은 이들이 의심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과 그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물머리 문제는 박근혜 의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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