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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자식 보낸 죄인'을 고발합니다

납득 못할 오동길 이병 사망 사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

등록|2012.08.09 15:23 수정|2012.08.09 15:23
군인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지난 1월에 입대한 작대기 하나짜리 '이등병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인터넷 서핑중 '군인들이 힘들 땐 달달한 과자가 위로'라는 글을 우연히 봤습니다. 이제 막 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에 인근 마트로 달려갔고 어머니는 그곳에서 무려 10만 원어치나 과자를 샀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자는 아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군 입대 100일이 지나야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할 수 없이 사 놓은 과자를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 어머니에게 있어 지난 6월 22일은 손꼽아 기다리는 간절함, 그 자체였습니다.

바로 군에 입대한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오는 100일째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들이 가고 싶어했던 여수 엑스포 여행을 비롯하여 병원 치료 등 같이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소박한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순박한 사랑이 담긴 과자 역시 끝내 주인을 잃었습니다. 쌓아놓은 그 많은 10만 원어치 과자보다 더 큰 슬픔과 절규로 어머니는 그날 이후 날과 밤을 눈물로 보내고 있습니다. 2012년 5월 23일, 백일 휴가를 꼭 1달여 남긴 그 날, 어머니의 '희망'이 멈춰 버린 것입니다.

1사단 파주 철책선,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 신병훈련 당시 오동길 이병. 추운 겨울이라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부모님께서 이 동영상을 볼테니 마스크 벗어야지"하는 말에 마스크를 벗으며 환하게 웃는 오동길 이병. 이런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우리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 송금란


2012년 5월 23일 오후 4시 55분. 오동길 이병은 선임병 A와 같이 파주 철책선 초소 근무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75분여가 지난 오후 6시 10분경. 잠깐 쉬기 위해 들른 휴게 초소에서 선잠에 빠졌던 A의 귓가에 큰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곧바로 정신을 차려 눈을 뜬 A는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진 처참한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A의 말에 따르면 당일 그는 오 이병과 함께 철책선 순찰을 나섰다가 잠깐 쉬고자 문제의 휴게 초소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 이병과 의자에 앉은 채 '휴가 계획' 등에 대해 잡담을 나눴다고 합니다. 그러던 잠시 후, 오 이병이 먼저 잠에 들었고 자신 역시 오 이병을 따라 까무륵 잠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A는 그것이 자신이 아는 이 사건의 전부라고 주장합니다. 단발인지, 아니면 연발인지 알 수 없지만 큰 총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방금까지 휴가 계획을 두고 잡담했던 오 이병이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같은 오 이병의 사망 사실을 그 어머니가 들은 시각은 사건 발생 후 불과 30분이 채 안 된 같은 날 오후 6시 35분경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오 이병이 속한 부대의 대대장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오 이병이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왔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처음 어머니는 "보이스 피싱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출중이었던 어머니는 전화를 끊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쪽지를 찾았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아들이 부대 대대장의 전화번호라며 적어준 쪽지였습니다. 그러면서 부디 걸려온 번호가 대대장의 그 번호가 아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으나… 원망스럽게도 발신 번호는 진짜 대대장의 전화 번호였습니다.

군 수사단 공식 발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자살"

그날 이후 어머니의 세상은 고통과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100일 휴가를 받고 돌아올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궁리로 가득찼던 어머니에게 그날 이후 세상은 '절망'과 '절망', 또 이어지는 '기막힌 절망', 그 뿐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오 이병은 어머니에게 효심이 아주 깊은 든든한 장남이었습니다. 가정 경제를 홀로 책임지는 어머니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고자 집 가까운 지방 국립대에 입학한 아들이었습니다. 제 할 일 열심히 했던, 그래서 자대 배치 받은 지 한달 밖에 안 되었지만 '부대 다면 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아 표창과 함께 포상휴가까지 받았습니다. 그래서 100일 휴가 후 다시 포상 휴가를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느닷없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어머니는 세상에 누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 수사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유서도 없고 추정할 수 있는 자살 정황도 없는데 이미 자살을 예단하고 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오 이병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선임병 A 역시 오 이병으로부터 휴가 계획에 대한 말만 들었을 뿐 별 다른 특이 동향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 오 이병이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심적 변화를 일으켜 총으로 자살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결국 불안했던 어머니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꼭 두 달이 되던 지난 7월 23일, 군 수사대는 오동길 이병에 대해 '자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다만 '자살 이유는 알 수 없다'가 결론이었습니다. 이런 수사 결과를 납득하고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까요. 이것이 무려 두 달씩이나 시간을 끌다가 유족에게 알려준 결론이라고 하니 정말 너무도 부실한 수사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자식을 군에 보낸 죄인입니다"

▲ 고 오동길 이병. 자대 배치 후 오동길 이병은 자신이 1사단 소속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1사단은 그런 오동길 이병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묻고 싶다. ⓒ 송금란

영화 <마더>에서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말을 기억하시나요? <마더>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장애 아들(원빈)을 구하고자 엄마(김혜자)가 몸부림치는 모정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결국 그 엄마의 왜곡된 모성애 덕분에 진범인 아들은 혐의를 벗는 대신 정신 장애를 가진 또 다른 청년이 억울한 살인 혐의로 체포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미묘한 상황에서 그 엄마는 오열합니다. 무고한 그 아이를 변호할 수도, 그렇다고 내 아들이 진짜 범인이라고 고백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엄마는 억울하게 붙잡힌 그 청년을 붙잡고 울부짖습니다.

"넌 엄마가 없니, 엄마가 없어?"

오동길 이병 사건이 발생한 후 <오마이뉴스> 쪽지를 통해 그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통화하게 된 그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는 영화 <마더>가 떠올랐습니다. 바싹 타버린 그 어머니의 간절한 목소리와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 모를 상처받은 영혼을 마주하며 제가 느낀 감정 역시 '참담한 비참함'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 땅의 어머니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재벌과 고위 공직자들은 갖가지 이유로 미필인 이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군에 가야 한다'며 보낸 군대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낸 서민의 자식들 중 일부는 다시 그 어머니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어머니들은 말합니다.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전쟁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고통 역시 참을 수 없는 슬픔이겠지만 그래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내 피눈물로 자식을 묻어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이같은 사망 사건은 아니라는 통곡입니다. 원인도, 이유도 없이 그저 '내성적인 성격으로, 소심한 성격으로, 나약해서 스스로 자살해버린 것'이라는 군 수사기관의 발표 후 이제 더 이상의 수사는 없다고 유족 앞에서 일방 선언하고 퇴장해 버리는 이 야만적인 관행 앞에서 그 어머니들은 마른 가슴을 쥐어 뜯으며 오열합니다.

끝내 "자식을 군에 보낸 죄인"이라며 자신을 책망하는 오 이병의 어머니 글을 보고 저는 펑펑 흘러 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불쌍한 어머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식 하나 보고 살아온 이 평범한 엄마들을 보호해줄 또 다른 그 '엄마'는 없단 말입니까!

국회가 나서 '군인과 국민' 보호해줘야

"넌 국가가 없니! 정부가 없어?"

그렇습니다. 아들에게 엄마가 있다면 이 불쌍한 엄마를 지켜줘야 할 대상은 '정의로운 국가', 불쌍한 국민을 가여워 해줄 '양심적인 정부'여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나라는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국방의 의무'만 있을 뿐 자식을 잃고 몸부림치는 어머니들의 아픔을 편들어줄 국가도, 정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들 군 의문사 유가족들에게 이 나라는 원망의 대상입니다.

"제 아들이 죽었는데… 시신이 차디찬 냉동 보관함에 있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군에서는 유가족이 지쳐서 쓰러져 포기하도록 둔답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군 의문사 사건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으로 하다가 그만 두었답니다. 군에서야 뭐가 답답하겠습니까. 이런 일이 일상 다반사 인데요.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낸 우리 유족들만 미칠 노릇이지요."

그 어머니 송금란씨가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다.

"제 아들 오동길 이병 사건에 대해 많은 분이 지켜봐 주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동길이 사건 이전에 있었던 그 많은 군 의문사 부모 역시 저와 같은 심정으로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들 사건을 널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국방부도, 이 정부도 군에서 죽은 우리의 아들들을 이렇게 무시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우리 아들들을 이렇게 억울하게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군 의문사 규명 위한 '제3의 조사기관' 구성 필요

2002년, 저는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군 의문사 사건을 비롯하여 1975년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조사팀장으로 일했습니다. 또한 19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사건을 비롯하여 이후 150여 건에 달하는 군 의문사 사건의 사연을 유족으로부터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은 하나입니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입니다. 

과거 군의 잘못된 수사 방식은 '누가 목을 매었고 누가 방아쇠를 당겼냐'를 기준으로 자·타살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목에 줄을 매었고 방아쇠를 당겼다면 자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관행입니다. 왜 매었고 왜 당겼는지가 밝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역시 군 수사기관은 오 이병이 근무한 부대 내 병영 부조리는 일체 없었고 가혹행위 등 집단 괴롭힘 역시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오 이병이 죽었습니까? 그리고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4차례나 유족이 요구한 '현장 영상물 및 관련 기록물'에 대해선 왜 답변하지 않고 있나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일입니다. 당시 군은 유가족에게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올 때 일체의 필기 도구나 사진기, 심지어 휴대폰조차 휴대 못 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당한 일입니까?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서 감히 누가 누구에게 원인도 모르는 자살을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바로 이런 자세가 군 수사 결과를 못 믿게 하는 근본 원인입니다. 유족이 제기하는 의문을 충분히 상의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이해를 구하지 않고 권력과 조직의 힘으로 제압하는 방식의 현 군 수사는 제2, 제3의 군 의문사를 양산할 뿐임을 국방부는 깨달아야 합니다. 오 이병 사건처럼 이유없이 자살했다는 식의 수사 결과 발표가 이 불쌍한 어머니와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한심한 일임을 반성해야 합니다.

"동길이가 스스로 자해했다는 불명예를 씌운 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 억울한 사건에 대해 건강한 상식을 가진 이들도 납득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는 절대 제 아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없습니다."

2012년 현재, 현역 사병으로 복무하다 의문사한 군인 중 20여구는 사망한 지 10년이 넘도록 장례식장 냉동실에 아직도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동길 이병 역시 지금대로라면 그 중 또 다른 한 구가 될지 모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이라는 군 수사기관의 무책임한 주장보다 '젊은 청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양심적인 나라'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렇기에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군 사망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하는 방법은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제3의 중립적 기구를 통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군에서 발생한 사건을 같은 군 수사기관이 조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그 공정성도, 신뢰성도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 불쌍한 어머니들의 기도를 19대 국회가 외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군 의문사로 상처받은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고 괴롭지만 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그날까지 죽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살아 계세요. 또 다른 우리 아들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싸워 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채 피어나지 못한 넋, 고 오동길 이병의 넋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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